[AJU★인터뷰②] 배우 고경표 “나는 절대 특별하지 않은 사람…배우는 외로운 직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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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아름 기자
입력 2017-09-29 0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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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에서 최강수 역을 열연한 배우 고경표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 [AJU★인터뷰①]에 이어 계속. ◀ 바로가기

고경표(27)는 매우 감성적인 배우다. 그리고 그 감성과 함께 낭만을 사랑하는 배우다.

고경표는 “저는 시를 정말 좋아한다. 시인분들처럼 낭만적인 게 좋다, 그래서 말도 은유적으로 쓰는 것 같다”며 “환상이 없으면 현실이 너무 척박하지 않느냐. 저는 계절도 많이 타고, 햇볕의 강도, 그날의 가시거리까지 다 신경 쓴다”고 말했다.

낭만적이고 섬세한 성격 탓에 외로움도 많이 탄다. 그는 “이 직업은 외롭다. 나 역시 그렇다”고 말하며 “저의 개인적인 고민도 누군가에게는 꿈일 수 있다. 그렇기 때문에 고민을 털어놓기도 쉽지 않다. 배부른 소리가 되고 그들에게는 상처가 될까봐”라며 속깊은 모습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고경표는 “저는 연예인 친구들이 별로 없다. 연예인 친구들이라 함은 친하게 지내는 동료들은 많지만 서로 컨택하기가 어렵기 때문에 만나면 반가워도 자주 찾아서 만날 수 없는 관계이기 때문이다”라며 “그래서 외로울 땐 친구들을 만나는데 가장 친한 친구들이 2명이 있다. 그 친구들을 만나서 피시방을 가고 술을 마시는 등 시간을 보내는데 그들은 나의 모든 걸 다 안다. 아마 그 친구들이 없었으면 저는 너무 지치고 외로웠을 것 같다”며 친구들에 대한 마음을 드러냈다.

자신의 모든 것을 알고 있다는 친한 두 친구에게 미안한 적이 있었다던 그는 “그 친구들이 나와 여행 메이트다. 일본, 홍콩 등 함께 많이 놀러 다녔다. 그러다 일본의 한 술집에 들어가서 테이블에 앉았는데 한 친구가 ‘아 편하다’라고 하더라. 숨어서 앉지 않아도 되니까 그랬던 것 같다”며 “그러다 친구가 아차 싶었는지 ‘미안하다’고 하더라. 저는 그 미안하다는 말 조차도 미안했다. 그래서 친구들 때문이라도 일부러 길거리에 다닐 때도 신경쓰지 않고 돌아다닌다”고 털어놨다.

실제로 고경표를 목격했다는 목격담은 곳곳에서 들리기도 한다. 고경표는 “그래서 이제는 저를 별로 신기해하시지 않는다. 연예인에 대한 환상이 크게 없다”며 “저는 환상적이지 않다. 원래 가리지도 않는다. 가리는 것 자체가 특별한 것 같지만, 저는 스스로 좀 자유로웠으면 좋겠다. 굉장히 책임감이 없다는 이야기 같이 들리겠지만 그것과는 별개다”라고 자유로운 자신의 삶에 대한 만족도를 드러냈다.

이름과 얼굴이 알려진 배우지만 고경표는 직업이 배우일 뿐 자신은 절대 특별한 사람이 아니라고 여러 번 강조했다. 그리고 그런 자신을 존중해주는 회사에 감사한 마음을 연일 표했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에서 최강수 역을 열연한 배우 고경표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그는 “너무 멋진 사람들과 일하고 있어 행복하다. 인격체로 저를 존중해주시는데 사실 그게 쉬운 일만은 아니지 않나”라며 “혹여나 사고가 나면 머리가 아플텐데 저라는 사람에 대한 믿음과 저를 하나의 개체로 인정하고 존중해주신다. 그런 게 감사해서 조심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고경표는 매우 솔직했다. 자신의 생각들을 가감없이, 어떠한 필터링을 거치지 않고 털어놨다. 이 때문에 기사를 써야하는 입장에서 되려 난감하기도 했다. 하지만 어떠랴. 그게 배우 고경표, 인간 고경표의 진짜 모습일테니까 말이다.

고경표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작품이 있다. 바로 ‘응답하라 1988’이다. 혹자는 드라마 ‘응답하라’ 시리즈에 출연했던 이들은 ‘응답의 저주’가 따라 붙어 작품 이후 하락세를 걷는 배우들도 있다. 그러나 고경표만은 달랐다. 꾸준히 성장 중이다.

“전 저를 스스로 낮추는 안 좋은 버릇이 있다”면서 “얼마 전 저희 대표님께서 ‘너가 생각하는 것보다 너는 멋진 배우라 생각한다’고 하시더라. 사실 제가 말하는 게 뻔뻔하지만 울기도 많이 하고 그렇다. 그저 저는 흘러가는 대로 하고 싶다”며 인간적인 면모를 보이기도 했다. 보이지 않는 곳에서 얼마나 많은 고민과 노력이 있었는지 알 수 있었다.

다작 하는 배우 중 한 명인 고경표는 작품을 고르는 기준에는 단순했다. 그는 “반복되는 캐릭터는 없었으면 좋겠다. 새로운 캐릭터를 연기하기에 좋은 환경이었으면 좋겠다”며 “새로운 캐릭터에 대한 인물 관계도라든지, 새로운 것을 할 수 있는 도전 의식이 있다면 너무 재밌는 것 같다”라고 다음 작품에 대해서는 노코멘트 하며 궁금증을 자극했다.

고경표는 자신의 직업에 대한 자신의 작업에 대한 만족도가 높았다. 그는 “사람들이 좋아해줄 때 연기자라는 직업을 택하길 잘 했다고 생각한다”며 “약간 슬픈 이야기인데 사실 배우를 왜 하고 싶어 했는지 지금은 잊어버렸다”고 솔직하게 털어놨다.

이어 “어느 순간 꿈이었던 일이 현실이 되다보니 그 안에서 고충들에 허덕이고 있더라. 앞으로 그 일들을 정리하겠지만 배우가 되는 건 운명이었던 것 같다. 다른 일을 하겠다는 상상을 해봤지만 이 일을 해서 다행이라 생각한다”며 “그냥 저는 이 일이 좋다. 어떤 다른 의미를 부여하지는 못하겠다. 그냥 좋고 재미있다. 그런 호응들에 희열을 느끼고 설레고, 기대하게 되고 도전 의식이 생기고 잘해내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 곳에서 원동력을 찾는 것 같다”고 이야기 했다.

물론, 힘든 순간도 분명 있다. 남들에게 알려져 있는 직업이기 때문에 더욱 그렇다. 고경표 역시 과거의 한 사건으로 논란이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충분히 반성하고, 또 그게 되려 자신을 굳건하게 만든 계기였음을 고백했다.

그는 “어떤 사건들이 시시비비를 가리기 전에 와전이 되고 그에 대해 해명해야 하는 게 (힘들다.) 익명의 다수들을 상대해야 하는 소수다 보니 약자라는 생각이 들기도 한다. 이 직업을 가진 분들에게 안 좋은 이야기를 하시는 분들은 이 직업군들이 받은 고충을 모르시기 때문에 그러신다고 생각한다”며 “예전 사건의 트라우마가 있긴하다. 제가 그랬기 때문에 부끄러운 거다. 아마 그 일이 있으면 저는 부끄러운 게 뭔줄 모르고 살았을 거다. 그랬다면 아주 비루한 인간이 되어 있지 않았을까 싶다. 오히려 저는 과거의 일들이 터졌던 것에 감사함을 느낀다. 스스로 돌아보고 창피한 사람이었다는 걸 인지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우울증도 겪었고, 공황장애도 있었다. ‘응답하라 1988’ 촬영 당시엔 그랬다. 하지만 시간이 해결해주더라. 특히 아프리카에 여행을 다녀오고 나서 너무 좋아졌다. 그때 신원호 감독님께 너무 죄송했던 기억이 있다”고 덧붙이며 미안한 마음을 거듭 전했다.

어쨌든 고경표는 배우라는 직업을 선택하고, 남들이 만들어 놓은 틀이 아닌 자신만의 길을 매우 충실하게 걸어가고 있다. 곧 군 입대도 앞두고 있는 고경표는 그 마저도 즐거운 마음으로 기다리고 있었다. 그렇게 한 마디 한 마디에 진정성이 묻어나는 배우 고경표는, 늘 한결같은 마음으로 연기에 임할 것이라는 다짐을 여러 차례 곱씹었다.

그는 “이뤄 놓은 게 많다. 하지만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것들이지 않느냐. 이뤄놨다는 무언가에 도취되면 안 된다. 항상 경쟁이 심한 곳의 한 가운데에 있다”며 “내가 배우라고 많은 사람들 앞에 선다고 해서 특별한 사람이라 생각하지 않는다. 우리는 특별한 직업일 뿐인 사람이다”라고 거듭 스스로를 다잡았다.
 

최근 인기리에 종영한 KBS 2TV 금토드라마 '최강 배달꾼'에서 최강수 역을 열연한 배우 고경표가 서울 종로구 한 카페에서 진행한 아주경제와의 인터뷰에 앞서 포즈를 취하고 있다.[유대길 기자, dbeorlf123@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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