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앤이슈] 5년간 346건·598억원 피해…울산시, 산업현장 화재 사각지대 줄일 수 있나

  • 폐기물 화재 2024년 1건→올해 1~10월 7건…같은 업체서 잇단 화재도

  • 공장·창고 1만1276동 단계적 조사…스프링클러 없는 795곳 보완책 추진

  • 점검 확대 넘어 노후시설·위험물·폐기물 관리체계 개선이 관건

지난 3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한 재활용수거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지난 3일 울산 울주군 언양읍 한 재활용수거업체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최근 울산지역 산업시설 화재가 이어지면서 반복 사고를 줄이기 위한 예방대책과 사후관리의 실효성이 주목되고 있다.

최근 5년간 울산에서 발생한 산업시설 화재는 346건에 달하고 재산피해만 약 598억원에 이른다. 울산시는 공장과 창고 1만1276동을 단계적으로 조사하고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시설에는 초기 진화를 위한 소화설비 설치를 지원하는 등 대대적인 안전대책에 들어갔다.

그러나 이번 대책의 성패는 점검 대상과 횟수를 늘리는 데 그치지 않고 반복되는 화재의 원인을 찾아 산업현장의 구조적 취약요인을 얼마나 줄일 수 있느냐에 달려 있다.

6일 울산시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지역에서 발생한 전체 화재 4133건 가운데 산업시설 화재는 346건으로 8.3%를 차지했다. 이들 화재로 2명이 숨지고 32명이 다쳤으며 재산피해는 약 598억원으로 집계됐다.

 

폐기물 화재 급증…같은 업체서 반복된 불


최근에는 폐기물 처리시설 화재가 두드러진다.

울산소방본부 집계를 보면 폐기물 관련 화재는 2024년 1건에서 지난해 2건으로 늘어난 데 이어 올해는 1~10월에만 7건이 발생했다. 재산피해도 2024년 299만원에서 지난해 1659만원, 올해 1억213만원으로 증가했다.

이달 들어서도 울주군 재활용수거업체와 폐기물 소각업체 등에서 화재가 잇따랐다. 특히 온산의 한 폐기물업체에서는 짧은 기간에 화재가 반복되면서 시설 자체의 안전관리 문제가 다시 도마에 올랐다.

폐기물 화재는 단순히 건수만으로 볼 사안도 아니다.

가연성 폐기물이 대량 적치된 시설은 불이 내부까지 번질 경우 진화에 장시간이 걸리고 검은 연기와 유해물질 확산, 오염된 소화수 유출 등 2차 피해 가능성도 크다.

울산시가 이번 긴급대책의 범위를 개별 화재시설을 넘어 산업시설 전반으로 넓힌 배경이다.

 

지난 3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한 폐기물 선별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지난 22일에도 화재가 발생했던 곳이다 사진울산소방본부
지난 3일 울산 울주군 온산읍 한 폐기물 선별 창고에서 화재가 발생했다. 이곳은 지난 22일에도 화재가 발생했던 곳이다. [사진=울산소방본부]
 
공장·창고 1만1276동 조사…위험시설 전방위 점검


울산시는 이달 30일까지 자원순환시설 16곳과 제련소 1곳 등 17곳을 대상으로 관계기관 합동 특별조사를 벌인다.

소방본부와 시·구·군 환경부서, 낙동강유역환경청이 참여해 소방시설 작동과 유지관리 상태, 위험물 저장·취급 기준, 인화성·반응성 폐기물 보관 상태 등을 점검한다.

연말까지는 연면적 500㎡ 이상 도장·금속가공 공장 등 소량 위험물 취급 사업장 144곳도 전수조사한다. 위험물 저장·취급 상태와 세척·도장 작업장의 환기·배기설비 작동 여부 등이 주요 점검 대상이다.

조사의 범위는 전체 공장과 창고로 확대된다.

울산시는 지역 공장·창고 1만1276동 가운데 올해 고위험 시설 등을 중심으로 6169동을 조사하고 내년에는 나머지 5107동을 점검할 계획이다.

건축·소방 공무원과 민간 전문가가 건축법 위반 여부와 샌드위치패널의 난연 성능, 소방시설 관리 상태 등을 확인하는 방식이다.

국가산업단지에 대한 별도 점검도 이어진다.

울산시는 오는 11일부터 연말까지 국가산단 사업장을 표본 선정해 화재·폭발 위험요인을 점검하고, 정유·석유화학 등 방폭 관리가 필요한 13개 기업 28개 공정에 대해서는 전문기관과 함께 전수조사를 벌일 계획이다.
 

스프링클러 없는 795곳…초기 대응력 보완


이번 대책에서 특히 눈여겨볼 부분은 스프링클러가 설치되지 않은 공장과 창고 795곳이다.

울산시는 이들 시설을 대상으로 2027년부터 2031년까지 5년간 총 23억8600만원을 투입해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를 지원한다.

자동확산소화기는 화재 초기 열을 감지해 소화약제를 자동으로 방출해 초기 진화를 돕는 설비다.

다만 자동확산소화기는 스프링클러를 새로 설치하는 사업과는 성격이 다르다. 기존 공장에 스프링클러를 추가 설치하려면 비용과 구조적인 제약이 따르는 만큼 상대적으로 설치가 쉬운 자동확산소화기로 초기 대응력을 보완하겠다는 것이다.

결국 스프링클러가 없는 795곳 가운데 화재 위험도가 특히 높은 시설을 어떻게 구분하고, 자동확산소화기 설치만으로 충분하지 않은 노후시설이나 위험물 취급시설에 어떤 추가 대책을 적용할지가 남은 과제다.
 

반복 화재가 던진 질문…'점검 이후' 관리가 관건


울산의 산업시설 화재 문제가 다른 도시보다 민감한 이유는 산업구조에 있다.

석유화학과 정유, 조선, 금속 등 대규모 생산시설과 위험물 취급시설이 국가산업단지를 중심으로 밀집해 있어 개별 사업장의 화재가 생산 차질을 넘어 인근 시설과 환경으로 영향을 확대할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특히 최근 반복된 폐기물시설 화재는 기존의 소방시설 점검만으로 관리하기 어려운 영역도 보여준다. 폐기물의 종류와 적치량, 보관기간, 내부 발열과 화학반응 가능성 등 시설 운영 과정에서 발생하는 위험요인까지 함께 관리해야 한다는 것이다.

울산시가 이번 대책에서 소방뿐 아니라 환경·건축 부서와 관계기관을 함께 참여시키는 것도 산업시설 화재를 단순한 소방 문제만으로 접근해서는 한계가 있다는 판단에서다.

이번 대책의 성과는 몇 곳을 점검했느냐보다 점검 이후 무엇이 달라졌느냐가 기준이 될 수밖에 없다.

1만1276동에 이르는 공장·창고 조사 결과를 토대로 위험시설을 체계적으로 분류하고, 반복적으로 화재가 발생하는 사업장은 원인 분석에서 시설 개선과 이행 여부까지 이어지는 관리체계를 갖추는 것이 다음 단계다.

향후 점검 결과가 실제 시설 개선과 재발 방지 대책으로 얼마나 이어질지가 이번 산업시설 화재대책의 실효성을 가늠할 기준이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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