끝을 모르고 상승할 것 같았던 미국 증시가 구글(알파벳)과 인텔 등 거대 테크 기업들이 기록적인 매출 성장세를 보였지만 시장은 오히려 폭락했다. 나스닥에서 한달 새 2700조원이 증발했다.
주가 폭락 배경에는 인공지능(AI)이 성장하면서 오히려 기존 사업 매출이 부진을 겪는 'AI의 역설'과 더 늘어난 인프라 투자에 대한 의문이 자리잡고 있다. 천문학적인 투자비를 쏟아부었지만 회수되는 수익은 그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 그동안 쌓아뒀던 곳간이 투자라는 이름으로 비어가자 오히려 빚을 내야 하는 처지가 현재의 빅테크들이다.
대규모 조정이 있었지만 AI 산업 성장세는 그대로 이어진다. 하지만 기대로 시작했던 시장은 변했다. 본격적인 '옥석 가리기'에 진입했다는 분석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수년간 AI 분야는 기술에 대한 막연한 기대감과 거대 자본의 투입만으로도 주가를 부양하고 기업 가치를 인정받을 수 있었다.
방한한 샘 올트먼 오픈AI 최고경영자(CEO)가 삼성 및 SK그룹 경영진과의 연쇄 회동에서 던진 메시지는 다음과 같다. 올트먼 CEO는 삼성 사장단과 만난 자리에서 “AI를 단순히 도입하는 것보다, 어떻게 활용해 경쟁 우위를 확보하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을 소유하거나 적용하는 것을 넘어 차별화된 가치와 혁신을 만들어낼 수 있는 기업이 중요해졌다는 얘기다. 향후 AI 경쟁의 성패를 가를 분기점임을 시사한 것이다.
AI에 대한 회의론이 지배적인 현재 우리 산업계와 정부는 현실을 직시하고 전략을 가다듬을 때다. 지금처럼 메모리 반도체 중심의 공급망 위치에 안주하거나 기업들의 AI 도입률 수치가 글로벌 상위권이라고 안심해서는 앞으로의 경쟁에서 선발주자를 넘어서지 못한다.
제조, 의료, 금융, 물류 등 한국이 이미 강점을 가진 전통 산업 현장에 AI를 깊이 통합해야 한다. AI를 도입해 실제 비용 구조를 개선하는 성공 사례를 만들고 이를 확산하는 데 힘써야 한다. 올트먼 CEO의 지적처럼 기술 그 자체보다 기술을 통한 ‘경쟁 우위 창출’에 모든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다.
정부와 정책 당국의 전폭적인 뒷받침이 가장 중요하다. AI 인프라 확충에 필수적인 대규모 데이터센터 구축과 고성능 반도체 수급이 차질 없이 이루어질 수 있도록 전력 및 용지 공급 등 제도적·물리적 인프라를 신속히 조성해야 한다.
과도한 규제는 과감히 철폐하되, 기업들이 마음껏 AI 기술을 시험하고 가치를 창출할 수 있는 실증 환경(샌드박스)을 확대해야 한다. 연구개발 세제 지원과 고급 AI 전문 인력 양성을 위한 국가 차원의 투자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AI 산업은 단순한 기대감의 시대를 지나 실질적인 가치 입증의 시대라는 새로운 국면에 접어들었다. 시장의 불안에 흔들리지 말자. 갈길은 명확하다. 지금이야말로 기술의 거품을 걷어내고, 내실 있는 AI 활용 역량과 인프라를 결합해 우리 산업 구조를 혁신하고 글로벌 경쟁 우위를 확보해 선두주자들을 따라잡을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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