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태윤 한양대 국제대학원 글로벌전략·정보학과 겸임교수]
2026 APEC 정상회의가 11월 중국 선전에서 열린다. 선전은 중국 개혁·개방의 상징적인 지역으로 중국 경제발전을 이끌어가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선전이 1호 경제특구로 지정되어 문호를 개방한 지 46주년이 되었다. 지난 9월 시진핑 주석이 백악관을 국빈 방문했을 때, 선전 아시아태평양협력체(APEC) 회의에서 미국과 정상회담을 열기로 했었다.
지난번 미·중 정상회담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은 안정적인 미중관계를 유지하는 데 방점을 두었다. 트럼프는 미국 중간선거를 의식하여 시 주석에 최고의 외교적 의전을 제공하면서, 미국 국민에 ‘중국을 잘 관리하는 지도자’의 이미지를 각인하려 했다. 한편, 시진핑도 “투키디데스의 함정을 극복할 수 있다”고 강조하며 미국과 동반자로서 대등한 관계를 역설했다. 미·중 양국 정상은 원만한 미중관계 연출에 성공했다.
그러나 트럼프와 시진핑은 여전히 세계패권을 놓고 경쟁하는 갈등 관계라는 것을 부정할 수 없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완전히 끝내지 못하고, 휴전 기간을 2개월만 연장했다. 트럼프 정부가 시 주석으로부터 만족할 만한 통상 성과를 얻지 못했기 때문이다. 내년 1월 10일이 만기일이다. 선전 APEC 회의에서 트럼프와 시진핑은 4번째 만남을 갖게 된다. 양국 간 치열한 신경전이 예상되며, 미·중 간 무역 갈등은 2027년에도 계속될 것이다.
선전 APEC 회의를 계기로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논의할 주요 현안을 통상, 외교·안보 등 2가지 관점에서 심층적으로 분석해 보겠다.
먼저 미·중 간 통상문제이다. 미국과 중국은 무역전쟁을 끝내지 않고 지속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에서 패배하더라도, 관세정책을 동원하여 중국을 압박할 것이다. 또한, AI 반도체와 AI 기술개발에 있어 중국과의 초격차 확대에 집중할 것이다. 한편, 현재 시진핑 정부는 트럼프 1기에 비해 대미무역 협상에서 공세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트럼프 1기에서 중국 정부는 미국과 2018년부터 2019년까지 2년간 관세전쟁을 벌였으나, 2020년 1월 2000억 달러 규모의 미국 상품을 구매키로 하고, 미·중 무역합의 1단계 합의에 서명했다. 전략적 양보였다. 향후 중국의 약속 이행률은 60% 미만이었다.
시 주석이 무역전쟁을 포기한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첫째, 시진핑 정부는 2013년 출범한 이후 대국굴기를 주장하면서, 2015년 ‘중국제조 2025’를 국가 프로젝트로 시작했다. 당시 중국은 트럼프 1기 정부와 무역전쟁을 확대할 만반의 준비가 되지 않았다. 첨단산업 기술개발을 위해서는 미국의 도움이 필요했다.
둘째, 트럼프 1기 정부는 2019년 8월 중국에 치명타를 주기 위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했다. 미국은 중국에 이 카드를 1992년에 이어 두 번째로 적용했다. 중국이 수출 확대를 위해 인위적으로 위안화 환율을 조작한다는 이유였다. 현재 트럼프 2기 정부에서도 한국, 중국, 일본, 대만 등 10개국을 환율관찰대상국으로 지정하여 주목하고 있다.
셋째, 중국 내부 정치적인 문제였다. 시진핑 주석은 2018년에 국가주석의 임기 제한 규정을 폐지했다. 2022년 3연임을 앞두고 있어 시 주석은 중국 공산당 원로·엘리트 계층 등에 미중관계를 안정적으로 이끌 수 있는 위기관리 지도력을 보여주는 것이 절실했다.
트럼프 1기가 종료된 이후, 바이든 정부는 더 강력하게 대중국 봉쇄정책을 추진했다. 미 정부는 “경제안보는 국가안보”라고 강조하고 반도체·배터리·전기차 등 첨단산업의 글로벌공급망을 미국에 구축하면서, 첨단기술의 대중국 이전을 차단하였다. 이에 시진핑 정부는 향후 미국과의 통상문제에서 ‘더 이상 일방적으로 양보할 필요가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트럼프 2기 정부는 출범한 직후인 2025년 4월에 중국과 치열한 관세보복 치킨 게임을 벌였다. 미국과 중국이 각각 145%, 125%의 관세를 주고받았다. 이것은 지난 트럼프 1기의 보복관세 비율에 비해 엄청나게 증가한 수치이다. 세계 최고 강국들이 정면으로 충돌하여 자유무역주의 경제 질서를 위태롭게 만들었다.
결국 미·중은 지난해 10월 한국에서 미중정상회담을 개최하고, 무역전쟁 휴전을 1년간 연장하는 데 극적으로 합의했다. 시진핑 주석의 최근 입장이 트럼프 1기와는 사뭇 다르다. 중국의 대미통상 전략도 바뀌었다.
시진핑은 트럼프 2기 정부와 대등한 관계를 강조한다. 이것은 시 주석이 오바마 정부 시절부터 주장해 왔던 ‘신형대국관계’와 일치한다. G2 국가로서 대우받겠다는 뜻이다. 특히 대만 문제를 건드리지 말라고 강조한다. 트럼프 대통령의 관세부과와 AI 반도체·AI 기술 차단에 대해 대미 희토류 수출통제라는 카드로 맞서고 있다. 중국은 미국 상품을 대규모로 구매하는 대신, 대등한 무역 관계를 강조하고 있다. 미·중 양국은 무역위원회를 설치하고 각각 300억 달러 상당의 비 민감 품목에 대한 관세를 인하하기로 합의했다.
중국 시진핑 주석이 이렇게 변화된 모습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첫째, 중국은 달라진 국제정세를 최대로 활용하고 있다. 바이든 정부는 동맹국과 함께 군사적, 경제적으로 대중국 봉쇄정책을 강력하게 추진하였다. 바이든은 한·미·일 안보협력 체계 구축, 칩4 반도체 동맹 등을 통해 동북아 지역에서 연대감을 구축하였으며, EU 국가들과 함께 우크라이나를 침공한 러시아를 대상으로 경제제재 압박을 강화하면서, 첨단기술 대중국 봉쇄도 추진하였다. 시진핑 정부는 바이든 시절에 힘들었다.
트럼프 2기 정부가 들어서자, 미국은 동맹국에 대해 무차별적으로 관세폭탄 정책을 추진했으며, 이란과 전쟁 중인 가운데 호르무즈 해협에 군함을 보내라고 압박하여 동맹국과 갈등을 촉발했다. 미국·나토 간 끈끈했던 관계에 틈새가 발생하기 시작했다. 이에 시진핑 정부는 반사이익을 얻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중국에 전략적 자율성을 보인다.
둘째,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 종료되지 않고 있는 데다, 미국이 이란전쟁이라는 깊은 수렁에 빠져들고 있어 트럼프 대통령이 대외정책을 추진하는 데 걸림돌로 작용하고 있다. 미국은 중국과 패권경쟁을 벌이면서, 2개 전쟁까지 해결해야 하는 부담을 안고 있다. 중국은 트럼프의 취약점을 적극적으로 이용하고 있다.
셋째, 첨단기술력에 대한 중국 정부의 자신감이 증가했다. 중국은 ‘중국제조 2025’정책이 상당한 성과를 거두었다고 본다. 중국의 전기차·배터리는 세계 최고의 수준을 자랑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 자율주행차도 미국과 경쟁하고 있으며, AI 기술개발에서 미국을 추격하고 있다. 다만 첨단반도체 부문은 아직도 격차가 크다. 그러나 최근 메모리 반도체 부문에서는 중국 기술력이 향상되고 있다.
넷째, 중국은 미국의 아킬레스건인 희토류 경쟁력을 보유하고 있다. 전 세계 공급망의 90%를 장악하고 있기에, 트럼프 2기 정부가 시 주석에게 아쉬운 소리를 할 수밖에 없다. 중국의 경쟁력은 희토류 제련 기술이다. 미국도 한때 제련 기술을 보유했으나, 환경오염 문제로 포기했다. 지금 그 대가를 혹독히 치르고 있다.
다섯째, 시진핑 주석의 4연임이 2027년 가을에 확정된다. 시 주석은 그때까지 트럼프 정부와 불협화음 없이 잘 지내기를 바라고 있다. 시진핑 주석의 권력 장악력은 탄탄한 상태이다. 과거 3연임을 앞두고 중국은 미국과 2000억 달러의 상품 구매에 합의했으나, 4연임을 앞둔 현재는 대미 통상협상에서 대등하게 맞서는 국면을 연출하고 있다. 이는 3연임 당시의 임기 제한 부담을 털어내고 권력 기반을 공고히 함으로써, 현재 대외 압박에 영향을 받을 중국 내부 정치적 리스크가 크게 줄었기 때문이다.
한편, 트럼프 대통령은 중간선거가 끝나면 더 이상 정치적인 부담은 없다. 2028년 대통령 선거에 트럼프 자신이 출마하지 않기 때문이다. 반면에 시진핑은 여전히 2027년 4연임이란 중요한 정치적 목표가 있다. 트럼프는 이를 최대한 활용할 것이며, 중국과 쉽게 무역전쟁을 끝내지 않고, 중국의 양보를 더 얻고자 통상압박 수위를 높일 것으로 전망된다. 트럼프 대통령과 시진핑 주석 간에 무역전쟁의 샅바싸움이 지속될 것이다.
현재 중국 경제 사정은 좋지 않다. 과잉생산, 소비침체, 청년들의 높은 실업률, 부동산 위기 등이 문제가 되고 있다. 중국기업들은 해외시장 진출이 생존을 위해 절실하다. 시진핑 주석이 경제문제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미국과 통상문제를 원만히 해결해야 한다. 이것이 시 주석이 마주한 대미통상 전략의 구조적 한계이다.
다음은 외교·안보 이슈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시진핑 주석과 이란전쟁,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북한 문제 등 외교적 현안들도 논의할 것이다. 대만 문제는 중국과 미국 간에 현격한 시각 차이로 협의가 쉽지 않다.
중국은 러시아·북한·이란과 긴밀한 협력관계를 맺고 있다. 러시아 푸틴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국제사회의 대러시아 제재에서 탈피하기 위해 중국 정부와 밀착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이란도 미국과의 전쟁을 종식하기 위해 중국에 지원을 요청하고 있다. 북한도 러시아와 군사조약을 맺고, 우크라이나에 북한군을 파병하는 등 북·러관계를 급격히 강화해 왔으나, 지난 6월 시진핑 주석의 방북을 계기로 북중관계 개선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최근 북·중 접경지역을 연결하는 신압록강 대교가 개통되었으며, 24일 김정은 위원장은 이 대교를 통해 중국 단동을 방문하였다. 향후 북·중 양국 간 경제협력이 확대될 조짐을 보인다. 북한 김정은이 북·중, 북·러 관계를 강화하여 중국·러시아를 뒷배로 삼고 경제적 실리를 취할 것으로 전망된다. 북한은 이를 대미 협상의 지렛대로 활용할 것이다.
한편 이란도 중국을 중심으로 하는 상하이협력기구(SCO)와 브릭스(BRICS) 회원국으로 중국 일대일로 정책의 중동지역 교두보 역할을 하고 있다. 푸틴 대통령도 선전 APEC 회의를 겨냥해 미·중·러 3자 정상회담을 제안하는 등 외교적 고립에서 탈피하기 위해 적극적인 모습을 보인다.
트럼프 대통령은 중국이 러시아·북한·이란 3개국에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다는 점에서 중국을 설득하여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이란전쟁, 미북정상회담 등 3가지 현안을 한꺼번에 해결하려는 셈법을 갖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의 생각과 달리, 시진핑 주석은 미중패권경쟁이 향후 지속될 것이라는 점에서, 러시아·북한·이란에 대한 중국의 영향력을 오히려 미국을 견제하고 중국 위상을 강화하는 수단으로 삼을 것이다. 현재 트럼프와 시진핑은 외교·안보 문제에 있어 동상이몽의 관계라고 표현할 수 있다.
정부는 미·중 간 패권경쟁에서 파생될 각종 외교·안보, 국제통상 문제 등을 면밀하게 관찰하여 국익과 국내기업에 미칠 파급영향을 최소화하는 데 주력해야 할 것이다.
엄태윤 필자 주요 이력
△한국외국어대 국제관계학 박사 △Pace 대학 경영학 박사 △한국외국어대 정치외교학과 겸임교수 △주미 한국대사관 참사관 △주 보스턴 총영사관 영사 △통일연구원 초빙연구위원 △제주평화연구원 객원연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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