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0년 소방공무원의 국가직 전환 이후에도 해결되지 않은 재정 문제가 최근 다시 논란이 되고 있다. 지난 6년간 무엇을 했는가. 국가가 책임지겠다며 신분을 바꿨지만 돈은 지방에 맡겼다. 국가의 책임은 선언만으로 완성되지 않는다.
숫자는 더 냉정하다. 올해 전국 소방예산 8조5967억원 가운데 국비는 9239억원으로 10.7%에 불과하다. 소방공무원 인건비 6조5129억원 중 국가 지원은 8.4%에 그쳤다. 같은 국가직인데도 지난해 1인당 피복비는 울산 70만원, 부산·제주 25만원으로 차이가 났다. 근무복과 기동복 등 기본적인 제복에 쓰는 예산조차 지역마다 크게 다른 것이다.
재원 설계도 납득하기 어렵다. 소방안전교부세는 담배에 부과하는 개별소비세와 연동된다. 내년 교부세는 올해보다 27.6% 감소할 전망이다. 국민 건강을 위해 흡연을 줄여야 하지만 담배 소비가 감소하면 소방 재정도 줄어드는 구조다. 필수적인 소방 재정이 특정 세수의 변동에 의해 요동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
자치경찰제도 같은 병을 앓고 있다. 2021년 도입 당시 내세운 명분은 경찰권 분산과 주민 중심 치안이었다. 그러나 5년이 지나도록 자치경찰은 독립된 집행 조직조차 갖추지 못했다. 시·도자치경찰위원회가 정책을 결정해도 현장 경찰관은 국가경찰 소속이다. 지방의 이름으로 정책을 만들고 국가의 조직으로 집행하는 구조다.
자치경찰 문제는 이제 단순한 지방자치의 과제가 아니다. 지난 2일 검찰청 폐지와 공소청·중대범죄수사청 출범으로 수사와 기소가 분리됐다. 검찰의 권한 집중을 해소한다면서 경찰의 중앙집권적 구조를 방치한다면 개혁의 명분이 퇴색할 수밖에 없다. 권력기관 개혁의 본질은 한 기관의 힘을 다른 기관으로 옮기는 데 있지 않다. 누구도 권한을 독점하지 못하도록 견제와 분산의 구조를 만드는 데 있다.
자치경찰 이원화가 필요한 이유다. 국가경찰은 국가적·광역적 범죄 대응과 수사에 집중하고, 자치경찰은 생활안전·교통·지역 범죄예방 등을 맡아야 한다. 독립된 조직과 실질적인 인사·예산 권한을 부여해야 지역의 치안 수요에 맞는 정책도 가능하다. 중앙에서 전국의 치안을 일률적으로 결정하면서 지방에 맞춤형 치안을 요구하는 것은 모순이다.
소방과 자치경찰은 서로 반대 방향에서 출발했지만 같은 곳에 도착했다. 소방은 국가 책임을 강화한다면서 부담을 지방에 남겼고, 자치경찰은 지방분권을 추진한다면서 권한을 국가에 남겼다. 책임 없는 권한은 ‘특권’이며, 권한 없는 책임은 ‘떠넘기기’에 불과하다. 정부와 정치권이 바꿔야 할 것은 간판이 아니라 이 낡은 개혁 방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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