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성형 AI의 거센 파고 속에서 대학 교육이 나아갈 길을 모색하기 위해 성균관대학교와 서울대학교가 손을 맞잡았다. 양 대학은 23일 성균관대 인문사회과학캠퍼스 600주년기념관에서 ‘제2회 AI in Higher Education(AI in Action-제도에서 현장까지)’ 컨퍼런스를 공동 개최했다.
이날 현장에는 전국 각지에서 모인 교수, 직원, 학생 등 수백 명의 참석자가 자리를 가득 메워 AI 교육 혁신에 대한 뜨거운 관심을 실감케 했다.
이번 컨퍼런스는 1부 'AI 시대, 대학은 무엇을 준비해야 하는가'와 2부 'AI 시대, 수업을 어떻게 바꿀 것인가'로 나뉘어 진행됐다. 1부에서는 국가인공지능전략위원회 이민석 교육·인재 분과위원장, 서울대 학습과학연구소 조영환 소장(이현응 성균관대 연구원 공동), AWS 코리아 이영은 시니어 어카운트 매니저가 기조 발표를 맡아 거시적 관점의 생존 전략을 제시했다. 이어 2부에서는 실제 교육 현장에서 AI를 수업과 과제, 평가에 접목한 생생한 사례들이 공유됐다.
배상훈 원장 "대학, 지식 전달 넘어서 경험과 도전의 장(場) 돼야"
행사의 포문을 연 배상훈 성균관대 디지털교육혁신원장(교무처장)은 환영사를 통해 AI 시대 대학의 근본적인 역할 변화를 주문했다.배 원장은 "앨빈 토플러가 '권력이동'에서 부와 폭력에서 지식으로 권력이 이동한다고 통찰했듯 지금 교실에서는 지식의 권력이 교수에서 AI로 넘어가고 있다"며 "학생들이 교수보다 AI에게 먼저 지식을 묻고 조언을 구하는 시대에, 교수의 역할은 지식 전달자를 넘어 학생을 성장시키는 조력자로 완전히 탈바꿈해야 한다"고 진단했다.
그는 이어 "대학은 단순한 학습 공간이 아니라 사람을 만나고, 도전하며, 실패를 딛고 꿈을 키워가는 '경험의 공간'이 되어야 한다"며 "이를 위해 미시적인 수업과 평가 방식을 바꾸는 것을 넘어, 대학 전체의 교육과정과 학사 제도를 획기적으로 재구조화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배 원장은 변화를 대하는 대학의 태도로 '외면', '단순 적응'을 경계하며 "새로운 길을 주도적으로 만들어가야만 대학이 이 거대한 변화의 파고에서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민석 위원장 "정답 외우는 입시용 인재? 기업은 '질문하는 인재' 찾는다"
1부 기조 강연에 나선 이민석 위원장은 'AI-Native 시대, 교육을 다시 생각하자'를 주제로 대학 교육의 현실을 짚었다.이 위원장은 "현재의 대학은 고등학교처럼 진도를 나가고 사지선다형 시험으로 평가한다"며 "학생들은 자전거 타는 법을 책으로 배우듯 공부하고, 산업계는 그렇게 배운 인재를 원하지 않는 극심한 미스매치가 발생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는 챗GPT 등 AI 도구가 하루가 다르게 진화하는 상황에서 지식 암기는 무의미하다고 단언했다. 이 위원장은 "기업은 혼자 나가서 회사를 차려도 될 만큼의 실전 역량을 갖추고, 스스로 문제를 정의해 AI를 도구로 활용할 줄 아는 인재를 원한다"며 "대학 1학년 때부터 과감하게 실전 프로젝트(PBL)를 던져주고, 학생들이 AI를 활용해 직접 결과물을 내고 고객의 피드백을 받는 '실패와 검증의 경험'을 먼저 하게 한 뒤, 그 과정에서 느낀 결핍을 채우기 위해 전공을 공부하게 하는 방식으로 교육 순서를 완전히 뒤집어야 한다"고 제안했다.
"AI, 약이자 독…가이드라인으로 '인간-AI 협업' 이끌어야"
조영환 서울대 교수와 이현응 성균관대 연구원은 '대학교육을 위한 생성형 AI 활용 가이드라인'을 주제로 발표했다. 조 교수는 "생성형 AI는 과제 수행의 효율을 극대화하는 '약'이 될 수도 있지만, 학생 스스로 생각하는 힘을 빼앗고 지식 획득을 방해하는 '독'이 될 수도 있다"며 인간과 AI의 협력적 상호작용의 중요성을 역설했다.이를 위해 서울대는 구체적인 실천 지침을 담은 웹사이트와 챗봇 형태의 가이드라인을 개발했다. 이현응 연구원은 실제 교육공학 전공 수업에 AI 챗봇을 도입한 사례를 소개하며, "AI가 정답을 주는 것이 아니라 학생들에게 질문을 던지고, 학생이 스스로 이해한 바를 AI에게 설명하게 하는 '인출 활동'을 통해 메타인지를 높일 수 있었다"고 밝혔다.
이어진 발표에서 이영은 AWS 코리아 시니어 어카운트 매니저는 산업계의 생생한 목소리를 전했다. 이 매니저는 "글로벌 빅테크 기업에서는 코딩의 75%를 AI가 대체하고 있으며, 비개발자인 HR 임원이 AI로 앱을 만드는 시대"라며 "기업이 신입사원에게 원하는 최우선 역량은 코딩 기술이 아니라, 고객의 입장에서 '질문하는 힘(비판적 사고)'과 다양한 AI 모델을 '비교·선택·검증하는 역량'"이라고 강조했다.
한편, 2부 세션에서는 오현지 서울대 학생과 한승호 성균관대 학생의 'Student Voice' 발표를 시작으로, 이정은 성균관대 교수(특수아교육론), 류제흥 성균관대 교수(정치학 교육), 이창묵 성균관대 선임연구원이 차례로 연단에 올라 AI를 교과목 현장에 어떻게 접목하고 학생들을 평가할 것인지에 대한 다채로운 실무 사례와 데이터를 공유해 큰 호응을 얻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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