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극항로 시범운항으로 가능성 확인…상용화는 안전·정시성 확보가 관건

  • 운항거리 35%·기간 10일 단축 가능성

  • 선적 화물 확보·경제성 검증도 과제

  • 장비 보완하고 극지 운항 경험 축적해야

해양수산부는 22일 부산청사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해양수산부
해양수산부는 22일 부산청사에서 북극항로 시범운항 관련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사진=해양수산부]
북극항로 시범운항을 통해 기존 항로보다 운항 거리와 기간을 줄일 수 있다는 가능성이 확인됐다. 다만 유빙과 기상 변화에 따른 운항 차질, 극지 환경에서의 장비 운용 문제, 화물 확보와 정시성 등 상용화를 위해 해결해야 할 과제도 드러났다. 항로 개척에 그치지 않고 실제 운항 데이터를 축적해 안전성과 경제성을 검증하고, 선박과 선원에 대한 준비를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2일 해양수산부에 따르면 지난 8월 22일 부산항을 출항한 컨테이너선 팬스타 아크로호는 약 50일간의 시범운항을 마치고 10월 11일 부산항으로 돌아왔다.

이날 해수부는 부산 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시범운항 성과를 공유했다. 이번 운항에서는 쇄빙선의 도움 없이 북극항로를 통과했으며, 기존 항로와 비교해 운항 거리는 약 35%, 운항 기간은 약 10일 줄일 수 있는 가능성을 확인했다. 운항에 참여한 선사와 유관기관이 극지 운항 경험을 확보하고 현장 데이터를 축적했다는 점도 성과로 꼽힌다.

하지만 실제 항해는 계획대로 진행되지 않았다. 출항 이후 베링해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유빙이 길을 막아 선박이 속도를 낮추고 안전한 항로를 찾아야 했다. 유빙이 밀집한 구간에서는 야간 시야가 확보되지 않자 운항을 멈추고 날이 밝기를 기다렸다. 눈에 보이는 얼음보다 수면 아래 잠긴 부분이 클 수 있는 만큼 무리하게 항해하기보다 안전을 우선한 것이다. 이후에도 유빙을 피해 우회 항로를 선택하면서 당초 예상보다 유럽 도착이 늦어졌다.

귀항길에는 유빙보다 기상이 변수로 작용했다. 악천후로 컨테이너선의 좌우 흔들림이 상당 시간 이어졌고, 북극해를 빠져나온 뒤에는 태풍에서 변질된 저기압을 피해 항로를 우회해야 했다. 시범운항에 참여한 선원들은 짧은 시간에 여러 경도를 이동하면서 생기는 시차로 수면 리듬이 무너지는 어려움도 겪었다. 극지 운항은 항해 거리만 줄인다고 끝나는 문제가 아니라는 점을 보여준 셈이다.

장비와 선박 운용 측면에서도 보완점을 확인했다. 고위도에서는 GPS 위치 정보가 일시적으로 끊기거나 나침반 오차가 커질 수 있어 통신·항해 장비의 안정성을 확보해야 한다. 이번 운항에서는 위성통신과 저궤도 위성통신 등 여러 연락 수단을 준비해 비상 상황에 대비했지만, 실제 운항 과정에서 통신이 일시적으로 끊기는 일도 있었다. 극저온 환경에서는 연료와 윤활유의 순환 계통에 이상이 감지되기도 했다. 선박 내부를 보온하고 히터를 가동하는 등 대응했지만, 기관 장비를 실시간으로 점검할 수 있는 운용 체계와 극지 환경에 맞춘 설비 보강이 필요하다는 게 현장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안전한 운항을 뒷받침할 선원 교육도 과제다. 극지 운항 경험이 있는 선원을 확보하기 쉽지 않은 데다 유빙과 기상 상황에 따라 항로를 변경하고 갑판 작업을 제한하는 등 평소와 다른 판단이 요구되기 때문이다. 현장에서는 장비 개선뿐 아니라 선원들이 극지 환경에 적응하고 상황별 대응 능력을 갖추도록 교육과 훈련을 강화해야 한다는 의견이 나왔다. 해수부는 이번 운항에서 수집한 데이터를 분석해 업계 및 유관기관과 공유하고, 선박 경로와 화물을 다양화하는 한편 내빙선 도입 지원과 컨테이너선 기술 개발도 추진할 계획이다.

상용화를 위해서는 정시성과 경제성 검증도 필요하다. 선사 측은 북극항로가 수에즈운하를 통과하는 기존 항로를 단순히 대체하기보다 운송 기간을 줄이는 새로운 선택지가 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다만 화주가 이용 여부를 판단하려면 도착 일정의 예측 가능성이 뒷받침돼야 한다. 첫 시범운항에서는 항로 정보와 운항 데이터가 충분하지 않아 예상 도착일이 바뀌었고, 유럽 현지 영업과 대리점·터미널 계약도 늦어 귀항 화물 확보에 제약이 있었다.

운항 기간이 짧아졌다고 곧바로 비용 경쟁력이 확보되는 것도 아니다. 이번 운항에서는 북극해 통과에 필요한 연료 규정에 따라 상대적으로 비싼 선박용 경유를 사용했고, 국제 정세에 따른 연료 가격 상승도 비용 산정의 변수로 작용했다. 선사 측은 안정적인 운항 일정과 화물 확보 체계가 갖춰져야 사업성을 판단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해수부는 경제성 분석 결과를 별도로 공개하고 향후 시범운항에서 선종과 화물을 다양화하는 방안을 검토할 예정이다.

북극항로의 상용화는 단기간에 결론을 내리기보다 운항 시기와 항로별 위험, 선박 성능, 화물 수요를 종합적으로 따져 접근해야 한다. 특히 북극해의 얼음 상태는 해마다 달라질 수 있어 한 차례의 성공을 안정적인 정기운항의 근거로 삼기 어렵다. 이번 시범운항에서 얻은 경험을 장비·인력·운항 데이터 개선으로 연결하고, 반복 운항을 통해 안전성과 정시성, 경제성을 검증하는 것이 다음 단계의 과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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