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결과는 위법을 지우지 못한다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클라스한결
김광중 법무법인 클라스한결 변호사 [사진=법무법인 클라스한결]

연 매출 8억원 남짓한 부동산임대업 회사가 있다. 이 회사는 2013년부터 2021년까지 자산총계의 60~70%에 해당하는 900억원 내지 1100억원을 주식에 넣었다. 2020년 한 해에만 매도거래가 518건이었고, 2021년에는 그해 임대수익 8억원의 262배에 이르는 금액을 사고팔았다. 그동안 투자의 규모와 한도, 대상, 위험관리 기준을 정한 이사회 결의는 한 번도 없었다. 결산이 끝난 뒤 손익을 보고받고 추인하는 결의가 있었을 뿐이다.

같은 회사의 대표이사들은 2013년부터 2022년까지 자신들이 받을 보수를 스스로 또는 서로 정했다. 주주총회는 전체 한도만 승인했고, 이사회는 개별 이사의 보수를 각자 대표이사가 협의하여 결정한다는 규정을 두었을 뿐이다. 그 규정을 신설한 이사회 결의에는 수혜자인 대표이사들이 그대로 참여하여 의결하고 의사록에 날인했다.

이런 경우 이사들은 '주식투자는 전체적으로 이익이 났다', '보수는 실제로 근무한 대가다'라는 항변을 한다. 상법이 정하는 절차를 지키지 않은 점은 다투기 어려우므로 나중에 나온 결과를 들어 사후에 정당화하려 하는 것이다. 

그러나 상법이 주주총회나 이사회 결의를 요구하는 것은 단순히 좋은 결과를 위해서만이 아니다. 결정을 내리기 전에 회사의 이익을 검토하게 하고 그 결정에 이해관계가 걸린 사람을 그 자리에서 배제하여 회사의 이익이 희생당하지 않도록 하는 것까지 고려하는 것이다. 결과가 좋았다는 사정만으로 절차위반이 치유된다면, 그 절차는 운이 나빴던 경우에만 적용되는 규범이 되고 만다. 결과로 절차를 사는 것이나 다름없는 것이다. 물론 이사에게 손해배상을 물으려면 회사의 손해가 있어야 한다. 그러나 손해를 따지는 것과 위법을 지우는 것은 다른 문제다. 손해배상과 별개로, 절차를 어긴 결의는 무효이거나 취소될 수 있고, 이사의 법령 위반은 해임청구의 사유가 될 수 있다.

이사의 보수에 관해 최근 몇해 세개의 대법원 판결이 한 방향으로 쌓였다. 대법원은 2020년 정관이나 주주총회가 이사의 보수에 관한 사항을 이사회에 포괄적으로 위임하는 것은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2016다241515, 241522). 지난해 12월에는 개별 이사의 보수 분배를 대표이사가 정하도록 하는 것은 정관으로도 허용되지 않는다고 했다(2025다214605). 대표이사가 자기 보수를 스스로 정하게 되어 사익을 도모할 위험이 있고, 이사들의 보수를 대표이사가 정한다면 그 대표이사에 대한 이사회의 감독이 작동하기 어렵다는 이유였다. 그리고 올해 4월에는 이사를 겸하는 주주가 보수한도를 정하는 주주총회 결의에서 특별이해관계인에 해당하므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없다고 했다(2025다219931). 권한 없는 자가 정한 보수는 근무 여부와 상관없이 보수청구권의 근거가 되지 못하고, 이미 받은 돈은 부당이득으로 반환 대상이 될 수 있다. 일련의 대법원 판결을 이어 보면 보수를 정하는 자리에서 자기 보수가 걸린 사람은 빠져야 하고, 그 권한은 주주총회에서 이사회까지만 내려갈 수 있으며, 이사회가 그 권한을 다시 대표이사에게 넘길 수는 없다. 

절차를 강화하면 기업 활동이 위축된다는 우려가 있다. 2025년 이사의 충실의무 대상을 주주로 확대한 상법 개정에 관해 대한상공회의소가 상장사 300곳을 조사한 결과 84.3%가 이후 이사회 운영방식이 달라졌다고 답했고, 21.7%는 주요 의사결정을 늦추거나 보류했다고 했다. 그런데 무엇이 달라졌는지를 보면 법무·준법 사전검토의 신설과 강화가 47.0%, 외부 법률·회계 자문 확대가 45.7%, 이사별 찬반의견의 상세 기재가 43.7%다. 검토하지 않고 결정하던 것을 검토한 뒤에 결정하게 된 것을 위축이라고 부를 수는 없다.

결정에 이른 과정을 스스로 설명하게 하는 흐름은 오는 12월 9일 시행되는 개정 자본시장법에서도 확인된다. 합병가액을 시행령의 산식으로 정하던 방식을 버리고 주식가격과 자산가치, 수익가치를 종합적으로 고려한 공정한 가액으로 결정하도록 했다. 종래 대법원은 법령이 정한 요건과 방법 및 절차에 따라 합병가액을 산정하였다면 그 비율이 현저하게 불공정하다고 보기 어렵다고 하였는데, 산식이 사라지면 그 항변도 함께 사라진다. 앞으로 이사는 법이 정한 산식이라는 형식에 기대는 대신, 어떤 자료와 방법을 거쳐 그 가격에 이르렀는지를 스스로 설명해야 한다. 정해진 산식을 따랐다는 것만으로도, 결과가 괜찮았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하지 않다.

한편에서는 배임죄를 폐지하거나 그 구성요건을 좁히는 논의가 1년 넘게 이어지고 있다. 형사처벌의 위험이 기업의 의사결정을 과도하게 위축시킨다는 것이 그 이유다. 그 논의의 당부를 떠나, 형사의 통제를 걷어내려면 민사의 통제가 먼저 서 있어야 한다. 배임죄는 손해 발생의 위험만으로도 성립하지만, 민사책임은 현실의 손해를 요구한다. 형사의 통제를 걷어내면 남는 것은 '결과적으로 이익'이라는 항변이 통할 수도 있는 민사책임뿐이다. 그렇다면 민사에서 그 항변을 더 엄격하게 다뤄야 한다.

경영판단의 원칙은 이사의 판단을 결과보다 과정으로 평가한다. 그렇다면 그 반대도 같아야 한다. 결과가 좋았다고 과정의 위법이 사라지지는 않는다. 주주가 이사에게 경영을 맡긴 것은 이익을 내라는 요구만이 아니라, 정해진 순서와 규칙을 지켜 회사를 운영하라는 위임이기도 하다. 이익이라는 결과로 과정의 흠결을 덮으려는 시도와는 이제 결별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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