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열린 부천체육관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흘린 눈물은 평소 정치판에서 보아온 눈물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며칠 전 자신이 재정 빨대라는 말로 소방관들의 비판이 거셌고, 바로 그 와중에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던 한 소방관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니 장례위원장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본 도지사의 마음 또한 편할 리 없었다.
추 지사는 이날 영결사에서 고인을 "위험한 순간에도 자기 소임을 다해준 참다운 소방관"이라고 기리며 "소방관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근무환경과 장비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을 시작하면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소방관의 헌신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가 흘린 눈물 한 방울로 재정 빨대라는 말이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남들이 피하는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소방관을 두고 사용하기에는 분명 지나친 표현이었고, 그 말을 들은 당사자들이 느꼈을 모멸감과 허탈함 역시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만으로 사라질 수 없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국가직이라는 이름만큼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이 충분하냐는 문제는 그동안 지방자치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추 지사 역시 지난 17일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면서 경기도 소방공무원 관련 인건비와 정부 지원 규모를 거론하며 국가와 지방 사이의 재정부담 문제를 말하려다가 나온 "표현상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추 지사의 본의를 따진다면 '소방관이 경기도의 돈을 빼간다'는 의미라기보다 '국가직 공무원의 비용을 지방정부가 언제까지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이 그 네 글자를 놓고 연일 싸우는 사이 현장의 소방관들은 변함없이 화재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김진석 소방위가 있었고, 마지막 출동에서도 그는 퇴근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화재 신고에 출동했다.
김 소방위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추 지사가 영결식장에서 흘린 눈물이 고인과 유족을 향한 진심이었다면 그 마음은 앞으로 경기도 소방정책에서 확인돼야 하고, 국감장에서 소방관들의 안전과 처우를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한 약속 역시 예산과 인력, 근무환경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국민의 안전을 국가가 보다 책임 있게 맡겠다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재정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 중앙정부가 내야 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맡기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정부일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추 지사가 처음 제기하려 했던 국가직 소방을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소방관을 존중하는 길이고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면서 국민의 안전을 더 두텁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과이불개(過而不改)라 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뜻이다. 추 지사는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음을 인정했고 17일에 이어 19일 국감장에서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방관의 자긍심을 세워주고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며 국가가 져야 할 몫까지 당당하게 요구한다면 잘못된 말에서 시작된 논란도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추 지사에게 남은 것은 눈물을 닦고 일을 하는 것이다. 소방관들에게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들이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값진 사과이며, 한 사람의 소방관이라도 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도지사가 흘린 눈물에 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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