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대웅의 정문일침(頂門一鍼)] 추미애의 눈물

  • 김진석 소방위 마지막 길에서 눈물 흘린 추 지사...국감서 "진심으로 사과"

  • 상처를 남겼지만 본뜻은 소방관 폄훼 아닌 국가직 소방의 재정부담 문제

  • 두 번의 사과 뒤 남은 것은 실천...소방관 안전·처우 개선으로 답해야

19일 오전 부천체육관에서 진행된 화재현장 순직소방공무원 영결식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영결사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19일 오전 부천체육관에서 진행된 영결식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영결사를 하고 있다. [사진=경기도]

지난 19일 고(故) 김진석 소방위의 영결식이 열린 부천체육관에서 추미애 경기도지사가 흘린 눈물은 평소 정치판에서 보아온 눈물과는 사뭇 달랐을 것이다. 며칠 전 자신이 재정 빨대라는 말로 소방관들의 비판이 거셌고, 바로 그 와중에 화재 현장으로 달려갔던 한 소방관이 끝내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지 못했으니 장례위원장으로 고인의 마지막 길을 지켜본 도지사의 마음 또한 편할 리 없었다.

추 지사는 이날 영결사에서 고인을 "위험한 순간에도 자기 소임을 다해준 참다운 소방관"이라고 기리며 "소방관들의 생명과 안전을 위해 근무환경과 장비를 개선하는 데 최선을 다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날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 인사말을 시작하면서 또다시 고개를 숙였다. "최근 저의 발언으로 마음에 상처를 입으신 소방관 여러분께 진심으로 사과드린다"고 말한 뒤 "소방관의 헌신을 누구보다 무겁게 생각하고 있다. 소방관의 안전과 처우를 더욱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강조했다.

추 지사가 흘린 눈물 한 방울로 재정 빨대라는 말이 지워지지는 않겠지만,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남들이 피하는 위험 속으로 들어가는 소방관을 두고 사용하기에는 분명 지나친 표현이었고, 그 말을 들은 당사자들이 느꼈을 모멸감과 허탈함 역시 "그런 뜻이 아니었다"는 해명만으로 사라질 수 없다.

다만 추 지사의 말이 잘못됐다는 것과 그가 처음 꺼내려 했던 문제까지 잘못됐다는 것은 전혀 다른 이야기다. 논란이 된 표현만 걷어내고 당시 발언의 앞뒤를 들여다보면 추 지사가 겨냥하려 했던 것은 일선 소방관이 아니라 국가직으로 전환된 소방공무원에게 들어가는 막대한 비용을 지방정부가 상당 부분 부담하고 있는 현실이었다.

소방공무원은 2020년 국가직으로 전환됐지만 국가직이라는 이름만큼 중앙정부의 재정 책임이 충분하냐는 문제는 그동안 지방자치 현장에서 끊임없이 제기돼 왔다.

추 지사 역시 지난 17일 자신의 발언을 사과하면서 경기도 소방공무원 관련 인건비와 정부 지원 규모를 거론하며 국가와 지방 사이의 재정부담 문제를 말하려다가 나온 "표현상의 실수"였다고 해명했다. 따라서 추 지사의 본의를 따진다면 '소방관이 경기도의 돈을 빼간다'는 의미라기보다 '국가직 공무원의 비용을 지방정부가 언제까지 상당 부분 떠안아야 하느냐'는 것이다.

더 안타까운 것은 정치권이 그 네 글자를 놓고 연일 싸우는 사이 현장의 소방관들은 변함없이 화재와 사고 현장으로 출동하고 있다는 사실이다. 그 가운데 김진석 소방위가 있었고, 마지막 출동에서도 그는 퇴근을 코앞에 두고 있었지만 화재 신고에 출동했다.

김 소방위의 마지막 길을 지켜보며 추 지사가 영결식장에서 흘린 눈물이 고인과 유족을 향한 진심이었다면 그 마음은 앞으로 경기도 소방정책에서 확인돼야 하고, 국감장에서 소방관들의 안전과 처우를 세심하게 살피겠다고 한 약속 역시 예산과 인력, 근무환경의 변화로 이어져야 한다.

여기에 중앙정부가 져야 할 책임은 국민의 안전을 국가가 보다 책임 있게 맡겠다며 소방공무원을 국가직으로 전환했다면 그 이름에 걸맞은 재정적 뒷받침도 뒤따라야 한다. 중앙정부가 내야 할 비용의 상당 부분을 지방정부에 맡기는 방식이 계속된다면 재정 여건이 어려운 지방정부일수록 부담은 커질 수밖에 없다.

그런 의미에서 추 지사가 처음 제기하려 했던 국가직 소방을 누가, 어떻게, 얼마만큼 책임질 것인지에 대한 논의는 오히려 이번 기회에 제대로 시작해야 한다. 그것이 소방관을 존중하는 길이고 지방정부의 재정 부담을 덜면서 국민의 안전을 더 두텁게 만드는 길이기도 하다.

과이불개(過而不改)라 했다. 잘못을 알고도 고치지 않는 것이 진짜 잘못이라는 뜻이다. 추 지사는 자신의 표현이 잘못됐음을 인정했고 17일에 이어 19일 국감장에서도 다시 고개를 숙였다. 소방관의 자긍심을 세워주고 현장의 안전을 강화하며 국가가 져야 할 몫까지 당당하게 요구한다면 잘못된 말에서 시작된 논란도 의미 있는 변화의 출발점이 될 수 있다.

이제 추 지사에게 남은 것은 눈물을 닦고 일을 하는 것이다. 소방관들에게 다시 미안하다고 말하는 것보다 그들이 더 안전하게 일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이 훨씬 값진 사과이며, 한 사람의 소방관이라도 더 무사히 가족의 품으로 돌아오게 하는 것이 도지사가 흘린 눈물에 답하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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