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AI 디지털 서비스 승부처는 '기본기'

  •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박정은 이화여자대학교 경영대학 교수

기업마다 인공지능(AI)을 앞세운 서비스 혁신을 강조한다. 검색과 추천부터 챗봇, 자동완성, 업무 자동화까지 AI는 디지털 서비스의 거의 모든 영역으로 빠르게 확산하고 있다. 그렇다면 이용자는 서비스 품질을 평가할 때도 AI를 가장 중요하게 볼까. 조사 결과가 보여주는 답은 의외로 명확하다. AI는 이미 서비스에 없어서는 안 될 요소가 됐지만, 좋은 서비스를 판단하는 첫 번째 기준은 여전히 안정성·편의성·속도라는 것이다.

최근 필자가 자문위원으로 있는 한국표준협회에서 실시한 2026년 DCXI(디지털소비자경험지수) 조사에 포함된 20개 부문, 1만3100개 응답 사례를 분석한 결과에 따르면 앱·웹 서비스의 품질을 판단할 때 가장 중요하게 생각하는 1순위 요소는 ‘기본 기능의 정상 작동과 서비스 안정성’이었다. 전체의 27.7%가 이를 첫손에 꼽았다. ‘직관적이고 깔끔한 화면 구성(UI·UX)’이 26.0%, ‘빠른 응답 속도와 높은 정확도’가 20.6%로 뒤를 이었다. 반면 ‘AI 기반 맞춤형 기능’을 1순위로 선택한 비율은 11.6%로 다섯 가지 요소 중 가장 낮았다.

1순위와 2순위를 합산해도 같은 흐름이 나타났다. 안정성과 UI·UX를 선택한 응답은 각각 49.8%, 속도와 정확도는 48.2%였다. 보안과 개인정보 보호는 30.5%, AI 기반 맞춤형 기능은 21.8%였다. 이용자가 원하는 혁신은 화려한 기능 자체보다 오류 없이 작동하고, 이해하기 쉽고, 빠르게 반응하는 경험 위에서 출발한다는 의미다.

그렇다고 이용자가 AI의 가치를 낮게 평가하는 것은 아니다. “요즘 디지털 서비스에는 AI 기능이 기본적으로 탑재돼 있다”는 문항에서 7점 척도 중 5∼7점을 선택한 응답은 82.5%였다. 현재 이용하는 서비스에서 추천, 자동완성, 챗봇, 맞춤 검색 등 AI 기능이 모두 제거되면 만족도가 크게 하락할 것이라는 문항에서도 5∼7점 응답이 67.2%에 달했다.

두 결과를 함께 보면 이용자의 인식이 선명해진다. AI는 서비스를 선택하게 만드는 유일한 이유라기보다, 사라졌을 때 불편함이 크게 느껴지는 ‘기본 인프라’가 되고 있다. 스마트폰의 통신 기능처럼 평소에는 존재를 의식하지 않지만, 작동하지 않는 순간 서비스의 가치가 급격히 떨어지는 것이다.

용어에 대한 인식에서도 변화가 읽힌다. 응답자의 78.7%는 ‘디지털 서비스’와 ‘AI 기반 서비스’를 구분해 인식한다고 답했다. 또한 ‘AI 기반 고객 경험(AX)을 제공한다’는 표현이 더 혁신적으로 느껴진다는 응답은 46.2%로, ‘디지털 경험(DX)을 지속적으로 개선한다’는 표현을 선택한 39.0%보다 7.2%포인트 높았다. AX라는 표현이 앞선 서비스라는 인상을 주는 데 일정한 효과가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기업이 여기서 주의해야 할 점이 있다. ‘AI를 쓴다’는 선언과 이용자가 체감하는 서비스 혁신은 다르다. AI를 전면에 내세워도 서비스가 느리거나 오류가 잦고, 화면이 복잡하거나 개인정보 보호에 불안감을 준다면 좋은 평가를 받기 어렵다. 이용자가 원하는 것은 AI 기능의 개수가 아니라 AI가 기존의 불편을 얼마나 자연스럽게 줄여 주는가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기업의 AX 전략도 기술 도입 건수보다 고객 경험의 개선 정도를 중심으로 설계해야 한다. 챗봇을 도입했다면 상담 연결 시간이 실제로 줄었는지, 맞춤 추천을 제공한다면 탐색 과정이 더 간단해졌는지, 자동화를 적용했다면 오류와 반복 입력이 감소했는지를 측정해야 한다. 동시에 AI가 어떤 정보를 활용하고 어떤 기준으로 결과를 제시하는지 이용자가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야 한다.

AI 시대의 경쟁력은 가장 화려한 기능을 먼저 선보이는 데서만 나오지 않는다. 안정성, 사용 편의성, 속도와 정확도, 보안이라는 기본기를 갖춘 뒤 AI가 이를 더 나은 경험으로 연결할 때 비로소 혁신이 완성된다. 이제 기업이 던져야 할 질문은 “우리 서비스에 AI가 있는가”가 아니다. “이용자가 AI 덕분에 더 쉽고 빠르고 안전하게 목적을 달성하고 있는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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