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SIA BIZ] 수련 끝나면 곧장 미용으로…日 의사도 '미용 쏠림'

  • 미용 구인 광고 월급 141만 엔, 다른 분야보다 40만 엔 이상 높아

  • 힘든 진료과 택해도 처우 비슷…장시간 노동 개선이 관건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외과는 붕괴 직전이다. 간신히 버티고 있다."

일본 아키타현에서 유일하게 의대를 둔 아키타대의 아리타 준이치 교수(소화기외과)는 지난해 11월 아사히신문에 이렇게 말했다. 현내에서 전문의 수련을 받은 의사 가운데 외과를 택한 사람은 2018년도 60명 중 10명에서 2024년도 48명 중 2명으로 줄었다. 외과 의사의 고령화로 수술 가능한 병원이 줄면서 아키타대 병원으로 환자가 몰렸고, 간암·췌장암 수술을 받기까지 한때 2개월 이상 기다려야 했다.

젊은 의사들이 외과를 외면하는 사이, 일본에서는 '직미(直美)'라는 말이 퍼졌다. 의대를 졸업하고 한국의 인턴과 비슷한 2년간의 초기 임상연수를 마치자마자 미용 클리닉으로 직행하는 의사를 가리킨다. 필수의료 현장은 일손이 부족한데 의사들은 피부·미용으로 향한다. 한국만의 고민이 아니다.

숫자로 보면 쏠림이 뚜렷하다. 일본 후생노동성 통계에 따르면 2008~2022년 일본의 의사 수는 1.2배로 늘었지만, 진료과별 차이는 컸다. 외과 의사 수는 사실상 제자리였고, 산부인과와 소아과도 각각 1.1배 수준에 그쳤다. 같은 기간 미용외과 의사는 3배 넘게 늘었다. 2022년 기준 미용외과 의사의 과반이 20~30대였다.
 
미용 관련과, 급여 및 워라밸 모두 '우수'

젊은 의사들을 미용으로 끌어당기는 첫째 이유는 돈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닛케이)이 구인 데이터업체 프로그의 자료를 분석한 결과, 올해 4월 정규직 의사 구인 광고에 제시된 평균 월급은 미용의료가 약 141만 엔(약 1192만원)이었다. 다른 분야(약 99만 엔, 한화 약 837만원)보다 40만 엔 넘게 높다. 실제로 받는 급여와는 다를 수 있지만, 미용 클리닉이 의사를 데려오려고 내건 조건만 봐도 차이가 크다.

이런 급여를 내걸 수 있는 것은 시장이 그만큼 커졌기 때문이다. 야노경제연구소에 따르면 일본 미용의료 시장은 2025년 6440억 엔으로 5년 새 1.6배가 됐다. 이용자층도 넓어졌다. 일본 리크루트의 2025년 하반기 조사에서는 최근 1년간 미용의료를 이용한 20대 남성의 비율(22.8%)이 20대 여성(21.7%)을 웃돌았다. 수요가 늘자 일손을 찾는 클리닉도 늘어, 간호사와 사무직을 포함한 미용의료 구인 건수는 올해 4월 2627건으로 2019년 4월의 6.2배가 됐다.

미용이 돈으로 의사를 끌어당긴다면, 외과는 일로 의사를 밀어낸다. 아리타 교수는 젊은 의사들에게 외과가 "가성비 나쁜" 과로 여겨진다고 했다. 일본소화기외과학회가 지난해 5월 시민 공개강좌에서 소개한 소화기외과 의사의 어느 하루는 이렇다. 오전 6시 반에 일어나 7시 반에 출근한다. 회진을 하고 오전에는 외래 진료를 본다. 점심은 5분, 주먹밥으로 때운다. 오후 1시부터 6시까지 수술한다. 수술이 끝나도 일은 이어진다. 환자와 가족에게 결과를 설명하고, 치료 방침을 논의하는 회의와 병동 업무를 마치면 어느새 밤 11시다. 학회 발표 준비까지 끝내고 귀가하는 시간은 새벽 1시다.

후생노동성은 2025년 기준 병원 근무의의 15%가 이처럼 일반적인 초과근무 상한인 연 960시간을 넘겨 일하는 것으로 추정했다. 외과·응급과·산부인과 등에서는 그 비율이 19~25%에 이른다.

이렇게 일해도 보수가 다른 진료과보다 높은 것은 아니다. 후지이 쓰토무 도야마대 교수는 "어려운 수술은 15시간이 걸리기도 한다"고 말했다. 그런데도 일본에서는 진료과에 따른 급여 차이가 거의 없다. 아사히신문은 2004년 연수제도가 바뀌어 여러 진료과를 돌아본 뒤 전공을 고르게 되자, "바쁜데 월급은 같다"는 현실을 알게 된 젊은 의사들이 조금씩 외과를 기피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미용의료는 보수가 높은 데다 야간이나 휴일에 응급 호출을 받을 일도 거의 없다. 돈과 시간을 함께 얻을 수 있으니 젊은 의사에게 매력적인 선택지다.

미용으로 향하는 길은 도시로 향하는 길이기도 하다. 미용 클리닉이 대도시에 몰려 있어서다. 인구 10만 명당 미용외과 의사는 도쿄가 3.5명으로 전국 평균(1.0명)의 3배를 웃돈다. 지방 근무의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도시의 미용 클리닉으로 옮기면, 그렇지 않아도 인력이 부족한 지역 병원의 공백은 더 커진다.
 
日 정부, 대처 나서

일본 정부도 손을 놓고 있지는 않다. 올해 4월부터 원장 자격 요건을 강화했다. 이제 초기 임상연수를 마치는 의사가 건강보험 진료를 하는 병원·의원의 원장이 되려면 원칙적으로 연수 후 병원에서 3년 이상 보험 진료를 해야 한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미용 시술만 해서는 이 경력을 쌓을 수 없다. 곧장 미용으로 가면 나중에 일반 진료로 돌아와 원장이 되기 어렵게 만들어 '직미'를 견제하려는 취지로 풀이된다.

다만 이 요건은 미용 클리닉에 취직하는 것 자체를 막지는 않는다. 요미우리신문은 이런 방식이 오히려 건강보험이 적용되지 않는 자유진료를 택하도록 부추길 수 있다고 우려했다.

병원에서도 보수와 근무환경을 바꾸려는 시도가 나오고 있다. 히로시마대는 2025년도부터 40세 미만 젊은 외과 의사의 급여를 1.5배로 올리기 시작했다. 아키타대는 주치의 한 명이 중환자를 도맡던 방식을 팀제로 바꿔 휴일을 보장했다. 외과를 지망하는 학생을 모으는 데도 공을 들였다. 올해 아키타현에서 외과를 택한 수련의는 8명으로 늘었다.

보스턴컨설팅그룹의 기히라 게이코 매니징디렉터는 닛케이에 "근무의의 가혹한 노동 환경을 개선하지 않는 한 '직미' 문제의 근본적인 해결로 이어지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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