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유 수출하면 돈 되는데…정유업계, 내수 안정·수출 확대 사이 '진퇴양난'"

  • 미국발 수요에 정유가 사상 최고치

  • 이란 전쟁에 경유 생산량 급감 원인

  • 정유 4사 수출 통제에 돈 벌 기회 놓쳐

  • 전후 손실 불가피...수출 해제로 상쇄해야

사진AJP
[사진=AJP]

미국발 경유 쇼크로 국제 경유 가격이 사상 최고치로 치솟는 가운데 국내 정유 4사는 정부의 수출 통제로 인해 돈을 벌 기회마저 놓치고 있다. 최고가격제 정산이 늦어지는 가운데 적어도 수출 통제는 풀어줘야 추후 닥칠 역래깅(부정적 시차) 효과에 따른 대규모 손실을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란 예측이다.

18일 정유 업계에 따르면 최근 미국 경유 가격은 갤런당 6.5달러(리터당 약 2300원)로 연초 대비 두 배 가까이 급등했다. 영국 경유 가격도 리터당 2파운드(약 3500원)를 넘어섰다.

높은 경유 가격은 다음 달 3일로 예정된 미국 중간선거의 최대 화두 중 하나다. 전통적으로 공화당세가 강한 미국 북동부 러스트벨트와 남동부 바이블벨트 지역은 경공업·농업 중심 경제구조와 픽업트럭 선호 등으로 인해 전 세계에서 경유 수요가 가장 많다. 미국 에너지정보청(EIA)은 2024년 기준 미국이 하루 평균 약 379만 배럴의 경유를 소비하며 전 세계에서 경유 수요가 가장 많은 국가라고 분석했다.

그만큼 민심이 경유 가격에 민감할 수밖에 없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러시아 제재를 풀고 블라디미르 푸틴 대통령과 러시아산 경유를 수입하기로 합의한 배경이다.

이러한 경유 수요와 달리 미국의 셰일 오일은 초경질유라 정제 후 확보할 수 있는 경유 비율이 20%가 채 되지 않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란 전쟁으로 인해 중동산 경유 확보에 어려움이 커진 가운데, 트럼프 행정부가 연초 베네수엘라 마두로 정권을 축출한 후 확보한 오리노코 초중질유에서 경유를 정제하려면 적어도 2년 이상의 시간이 필요한 것으로 분석된다.

이에 전문가들은 경유 가격 강세가 2년 넘게 이어질 것으로 예측한다.

문제는 이러한 경유 가격·수요 폭등 속에서 SK에너지, GS칼텍스, 에쓰오일, HD현대오일뱅크 등 정유 4사는 정부의 수출제한 조치로 인해 돈을 벌 기회를 놓치고 있는데 있다. 이재명 정부는 지난 3월 1차 석유 최고가격제를 시행하면서 국내 유가 안정을 위해 휘발유와 경유, 등유의 월별 수출량을 전년 같은 달의 100% 이내로 제한하고 국내 반출량을 90% 이상 유지하도록 했다.

여기에 정부가 물가 안정을 이유로 석유 최고가격을 네 차례 연속으로 동결하면서 정유 4사의 시름은 한층 커질 전망이다. 손실보전액 산정 기준을 놓고 최고액 정산위원회와 정유 4사간 이견이 큰 가운데 업계에선 원유 구매비와 운송비, 보험료 등 정제 및 유통에 들어간 비용을 제대로 보상할 수 있을지 우려가 크다.

이에 업계에선 추후 유가 하락에 따른 손실에 대비하기 위해 경유 수출제한 조치를 풀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중동 전쟁 기간에 발생한 이익의 상당 부분은 전후 역래깅 효과가 발생할 때를 대비해 비축할 필요성이 있다"며 "최고가격 정산이 늦어진다면 경유 수출제한이라도 해제해 기업들이 재무적 여력을 갖추도록 관련 정책을 변경해야 한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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