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도 움직이고 기업도 움직이고 있다. 그러나 AI는 투자액의 숫자가 크다고 강국이 되는 산업이 아니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은 최근 「1,500조 원짜리 ‘AI 3대 강국’의 꿈, 모델은 3등인데 전기·인재·돈은 꼴찌권이다」라는 글에서 대한민국 AI 전략의 병목을 전기와 사람, 돈과 시장, 그리고 정권을 넘어 지속될 국가전략의 부재에서 찾았다. AI 모델 하나의 성능을 끌어올리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것을 움직일 전력과 컴퓨팅 인프라, 산업현장과 시장, 인재가 함께 움직이지 않으면 AI 강국이라는 구호는 모래 위의 성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나는 이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 한 걸음 더 나아가고 싶다.
AI 산업의 구조를 이해하는 데 엔비디아의 젠슨 황이 이야기한 ‘AI 5층 케이크’만큼 간명한 설명도 드물다. 맨 아래에는 에너지가 있고, 그 위에 반도체와 컴퓨팅 인프라가 있으며, 다시 그 위에 클라우드와 데이터센터가 놓이고, 그 위에서 AI 모델이 돌아가며, 마지막에 인간과 기업이 사용하는 애플리케이션이 올라간다는 것이다. 어느 한 층만 강해서는 AI 강국이 될 수 없으며 아래층이 무너지면 그 위의 모든 층이 흔들린다.
나는 이 다섯 층의 마지막에 대한민국의 강점을 하나 더 읽고 싶다. 이 다섯 층이 현실세계에서 하나로 연결돼 자동차를 달리게 하고 로봇을 걷게 하며 공장과 선박과 농기계를 움직이는 순간이 바로 피지컬 AI다. 피지컬 AI는 5층 케이크 위에 하나의 층을 더 얹는 개념이라기보다 에너지에서 반도체, 데이터센터와 모델, 애플리케이션까지 모든 층이 현실세계에서 몸을 얻는 완성형 AI라고 보는 편이 정확하다.
그렇다면 가장 아래층에는 무엇이 있는가.
전기다.
우리는 AI를 이야기할 때 엔비디아의 GPU와 SK하이닉스의 HBM, 삼성전자의 반도체부터 떠올리지만 그보다 먼저 발전소와 송전망, 변전소와 냉각설비가 있어야 한다. AI 데이터센터는 전기를 먹고 지능을 생산하는 새로운 시대의 공장이며 GPU가 늘어날수록 전력수요도 커진다. 아무리 뛰어난 AI 모델과 GPU를 확보해도 24시간 안정적으로 공급되는 전력이 없다면 데이터센터는 돌아가지 않는다.
AI의 심장은 반도체지만 그 심장을 뛰게 하는 피는 전기다.
바로 여기에서 새만금을 다시 볼 필요가 있다. 새만금에는 거대한 산업용지가 있고 재생에너지 기반과 수소산업의 가능성이 있으며 항만과 도로, 철도 등 산업 인프라가 단계적으로 구축되고 있다. 다만 태양광과 풍력 설비가 있다고 곧바로 AI 데이터센터의 전력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재생에너지는 변동성이 있기 때문에 에너지저장장치와 안정적인 보완전원, 송·변전망, 냉각설비를 함께 설계해야 한다. 따라서 새만금 피지컬 AI 프로젝트의 첫 번째 국가사업은 화려한 AI 건물을 짓는 것이 아니라 AI 산업을 수십 년 떠받칠 전력망을 설계하는 것이어야 한다.
전기 위에는 HBM과 GPU가 있다. 대한민국은 세계 AI 산업의 핵심 병목인 고대역폭메모리에서 중요한 경쟁력을 가지고 있으며, 반도체를 수출하는 나라에서 이제는 그 반도체를 국내에서 돌려 ‘지능’을 생산하고 그 지능을 자동차와 로봇, 조선과 공장에 집어넣어 다시 세계시장에 내놓는 나라로 진화해야 한다.
그 실험이 새만금에서 이미 시작되고 있다는 사실을 주목해야 한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새만금 112만4000㎡ 부지에 약 9조원을 단계적으로 투자해 AI와 로봇, 수소에너지 혁신거점을 구축한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AI 데이터센터에 5조8000억원, 로봇 제조 및 부품 클러스터에 4000억원, 200MW급 수전해 플랜트에 1조원, GW급 태양광 발전에 1조3000억원, AI 수소도시에 4000억원을 투자한다는 구상이다. AI 데이터센터에는 단계적으로 GPU 5만장급 연산능력을 갖추고 로봇 제조공장은 연간 3만대 규모의 생산체제를 목표로 한다.
이 숫자는 예사롭게 보아서는 안 된다.
데이터센터 하나가 들어오는 사업이 아니기 때문이다. AI를 학습시키는 거대한 두뇌와 AI가 몸을 얻는 로봇공장, 그것을 움직일 에너지와 수소산업이 한 공간에 들어오는 것이다. 데이터센터에서 만들어진 지능이 로봇으로 이동하고, 로봇이 공장에서 일하면서 만들어낸 현실세계의 데이터가 다시 데이터센터로 들어가 AI를 학습시키는 순환구조가 만들어진다면 대한민국에서는 지금까지 볼 수 없었던 피지컬 AI 산업생태계가 탄생하게 된다.
현대차그룹이 보스턴다이내믹스를 품고 있는 이유도 여기에서 다시 보아야 한다. 현대차그룹은 CES 2026에서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를 제조현장에 단계적으로 투입하는 AI 로보틱스 전략을 제시했으며, 2028년부터 미국 조지아 메타플랜트에 아틀라스를 투입하고 2030년에는 보다 복잡한 조립공정으로 활용범위를 넓히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현대차는 더 이상 자동차만 만드는 회사가 아니다. 자동차와 로봇, 자율주행과 AI, 물류와 스마트팩토리를 연결하는 거대한 모빌리티·피지컬 AI 기업으로 이동하고 있으며 현대차·기아의 제조현장과 현대모비스의 부품기술, 현대글로비스의 물류, 보스턴다이내믹스의 로봇기술이 AI와 연결되면 세계에서도 보기 드문 제조 데이터 생태계가 만들어질 수 있다.
공장이 곧 AI의 학교가 되는 것이다.
로봇은 그 학교의 학생이다. 수없이 물건을 집어보고, 실패하고, 다시 시도하며 현실세계의 데이터를 축적한다. 그 데이터가 AI 모델로 돌아가고 더 똑똑해진 모델이 다시 로봇으로 들어간다. 이른바 데이터 플라이휠이다. 피지컬 AI 경쟁력은 결국 로봇 한 대의 화려한 동작보다 이 순환을 얼마나 빠르고 크게 돌릴 수 있느냐에서 결정될 가능성이 크다.
이 대목에서 반드시 중국을 보아야 한다.
대한민국이 피지컬 AI를 이야기하면서 중국의 움직임을 빼놓는 것은 세계 제조업의 가장 거대한 실험장을 보지 않는 것과 같다. 국제로봇연맹에 따르면 중국은 2025년 약 35만4000대의 산업용 로봇을 신규 설치해 세계 신규 설치량의 59%를 차지했고, 중국 제조현장에서 가동되는 산업용 로봇은 약 200만대 규모에 이르렀다.
그러나 더 중요한 변화는 산업용 로봇 다음에 있다.
중국은 이제 휴머노이드와 이른바 ‘구현지능(Embodied Intelligence)’을 차세대 산업으로 밀어붙이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와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는 휴머노이드와 구현지능을 공장과 서비스, 특수작업 현장에 실제 투입해 훈련시키고 100개 이상의 고부가가치 응용 시나리오를 만들며 1만 대급 현장 적용 능력을 형성한다는 방향을 제시했다.
상하이에서는 AgiBot 등 중국 로봇기업의 휴머노이드가 전자제품 생산라인에서 검사와 자재 이동 등 실제 제조업무를 수행하고 있으며, 자동차와 전자산업 현장이 로봇의 거대한 학습장이 되고 있다. 중국 당국의 2026년 상반기 집계로는 중국에서 개발된 완성형 휴머노이드 제품도 400종을 넘어섰다.
중국의 힘은 단순히 로봇회사가 많다는 데 있지 않다. 거대한 제조업과 공급망, 수많은 공장, 수없이 많은 작업 시나리오를 가지고 있다는 데 있다. 휴머노이드가 자동차공장에서 부품을 옮기다가 실패해도 데이터가 남고, 전자제품 공장에서 검사를 하다가 오류를 내도 데이터가 남는다. 수천 대, 수만 대의 로봇이 현실세계에서 움직이기 시작하면 그 경험이 다시 AI를 학습시키는 거대한 데이터 자산이 된다.
피지컬 AI에서는 공장의 크기가 곧 데이터의 크기가 될 수 있다.
중국이 무서운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그러나 중국을 두려움의 대상으로만 바라볼 필요도 없다. 경쟁할 것은 경쟁하고 배울 것은 배우며 협력할 것은 협력해야 한다. 미국이 AI 모델과 GPU, 소프트웨어 플랫폼에서 강하고 중국이 제조 규모와 공급망, 로봇 양산에서 빠르게 움직인다면 대한민국은 반도체와 자동차, 배터리와 조선, 정밀제조를 AI와 결합하는 자신만의 길을 찾아야 한다.
그리고 여기에서 새만금의 지정학적 의미가 살아난다.
새만금 앞에는 황해가 있다. 황해 건너에는 중국의 거대한 제조업 벨트가 있고 동쪽과 남쪽으로는 대한민국의 반도체와 자동차, 조선과 기계산업이 연결된다. 새만금을 대한민국의 서쪽 끝이라고 보면 변방이지만 동북아 전체의 지도를 펼쳐놓으면 황해 경제권의 전략적 접점으로 다시 읽을 수 있다.
바다는 장벽이기도 하지만 연결망이기도 하다.
대한민국은 미국의 AI·GPU 생태계와 우리의 HBM·자동차·조선·배터리를 연결하면서 중국의 거대한 피지컬 AI 산업과 경쟁하고 동시에 필요한 영역에서는 협력해야 한다. 새만금은 바로 그 황해를 바라보고 있다.
이것이 새만금을 단순한 지역개발사업으로 보아서는 안 되는 이유다.
전북과 경남에서는 2026년부터 2030년까지 총 1조4131억원 규모의 피지컬 AI 연구개발 사업도 추진되고 있다. 전북에서는 공장 전체를 지능적으로 연결하는 자율공장 기술과 디지털트윈·AI를 활용한 제조현장 기술개발 등이 추진된다. 중요한 것은 현대차의 9조원 투자, 정부의 피지컬 AI 연구개발, 새만금의 에너지, 대학과 연구소, 도로·철도·항만을 각각 별개의 사업으로 보지 않는 것이다.
2027년도 정부 예산안도 그래서 중요하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의 AI 예산안은 9조4000억원이고, 새만금개발청 예산안은 2222억원이다. 전북 관련 국가예산 정부안은 처음으로 10조원을 넘어 10조2349억원 규모로 편성됐다. 새만금 산업단지 장기임대용지 조성 175억원, AI 기반 특수목적용 로봇 플랫폼 제작·실증 80억원, 로봇부품 클러스터 공동물류센터 5억원, 5G 특화망 기반 군산조선소 M.AX 실증 플랫폼 50억원, 농업 AI 로봇 표준화 및 온디맨드 자율제조 플랫폼 30억원 등이 정부안에 반영됐다.
아직 국회를 통과한 확정예산은 아니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중요하다.
정부안에 들어간 씨앗 예산을 국회 심의과정에서 지켜내야 하고, 전력망과 데이터센터, 로봇 실증, 인재양성처럼 빠진 연결고리는 보강할 필요가 있다. 이것을 전북 한 지역에 얼마를 더 주느냐는 관점으로 접근해서는 안 된다. 대한민국이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피지컬 AI라는 새로운 산업을 어떻게 만들 것인가라는 국가전략의 관점에서 보아야 한다.
여기서 60여 년 전 울산을 떠올린다.
오늘날 울산의 자동차공장과 조선소, 석유화학단지를 보면 마치 처음부터 그곳에 세계적인 산업도시가 존재했던 것처럼 느껴지지만 시작은 그렇지 않았다. 국가가 방향을 정하고 항만과 도로를 만들었으며 기업이 공장을 세우고 기술자와 노동자가 모였다. 한 공장이 다른 공장을 불렀고 부품업체가 모였으며 대학과 연구소가 따라왔다. 그렇게 수십 년의 시간이 쌓여 울산이라는 산업생태계가 만들어졌다.
울산의 기적은 공장 하나의 성공이 아니었다.
생태계의 성공이었다.
새만금도 마찬가지다. 현대차의 9조원 투자를 하나의 기업투자로만 보아서는 안 된다. GPU 5만장급 AI 데이터센터와 연 3만대 규모 로봇 제조체제가 실제로 구축된다면 그 주변에 로봇 부품회사와 센서기업, 배터리회사, AI 스타트업, 연구소와 대학이 따라붙게 해야 한다. 자동차와 로봇, 자율주행차와 드론, 자율선박과 스마트농업을 실제로 시험할 수 있도록 새만금 전체를 하나의 거대한 테스트베드로 열어야 한다.
그래서 나는 ‘새만금 피지컬 AI 국가특구’를 제안한다.
세제 혜택 몇 가지를 주는 전통적인 특구가 아니라 젠슨 황의 AI 5층 케이크를 한 공간에서 실제로 쌓아 올리는 국가 실험장이어야 한다.
맨 아래에는 에너지가 있다. 새만금의 재생에너지와 수소, ESS와 국가 전력망을 결합해 AI 시대의 안정적인 에너지 기반을 만든다. 그 위에는 대한민국의 HBM과 글로벌 GPU를 연결한 컴퓨팅 인프라를 놓는다. 그 위에 GPU 수만 장이 움직이는 AI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자동차와 로봇, 조선과 농업에서 쏟아지는 현실세계의 데이터를 학습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휴머노이드와 자율주행차, 자율선박과 드론, 스마트팩토리와 스마트농업이 실제로 움직이게 한다.
그렇게 다섯 층이 하나로 연결되는 순간 새만금은 단순한 산업단지가 아니라 거대한 AI 팩토리이자 피지컬 AI 도시가 된다.
그러나 공장과 데이터센터만으로 도시는 만들어지지 않는다. 사람이 와야 한다. 피지컬 AI 시대의 가장 어려운 병목은 어쩌면 전기보다 사람일 수 있다. 발전소는 돈으로 지을 수 있고 GPU는 살 수 있지만 세계적인 연구자와 엔지니어는 하루아침에 만들 수 없다.
전북대와 KAIST, 국내 주요 공과대학, 현대차와 국내외 AI·로봇기업의 연구소를 연결해 새만금을 하나의 거대한 산학연 캠퍼스로 만들어야 한다. AI만 공부해서도 안 되고 기계공학만 공부해서도 안 된다. AI와 기계, AI와 전기, AI와 자동차, AI와 조선, AI와 농업을 함께 가르쳐야 한다. 학생이 강의실에서 논문만 읽는 것이 아니라 실제 휴머노이드를 움직이고 자율주행차를 달리게 하며 스마트공장에서 데이터를 얻어야 한다.
세계의 젊은 연구자도 불러야 한다.
서울에 가지 않아도 세계 최고의 피지컬 AI 연구를 할 수 있고 실리콘밸리에 가지 않아도 최첨단 휴머노이드를 시험할 수 있으며 중국 선전이나 상하이에 가지 않아도 로봇을 즉시 제조하고 실증할 수 있는 곳을 만들면 사람이 모인다. 사람이 오면 기업이 오고 기업이 오면 다시 사람이 온다.
산업생태계란 결국 사람의 생태계다.
그래서 2027년 예산은 시작이어야지 끝이어서는 안 된다. 2028년과 2029년, 2030년을 지나 향후 10년을 바라보는 국가 로드맵이 필요하다.
AI 산업은 대통령 임기 5년보다 길다. 발전소를 짓고 전력망을 깔고 데이터센터를 세우고 대학에서 인재를 키우며 기업과 연구소를 모으는 데는 10년, 20년이 걸린다. 정부가 바뀔 때마다 AI 전략을 다시 쓰고 지역 프로젝트의 우선순위를 뒤집는다면 미국과 중국의 속도를 따라갈 수 없다.
5년 단임 대통령이 AI 시대에 해야 할 가장 중요한 일은 모든 것을 자신의 임기 안에 완성하는 것이 아닐 것이다.
다음 대통령도 달릴 수 있는 철길을 놓는 일이다.
누가 시작했느냐보다 무엇을 남겼느냐가 중요하다. 누가 준공식의 테이프를 끊느냐보다 20년 뒤 대한민국 청년들이 어디에서 일하고 세계의 어떤 기업들이 대한민국으로 찾아오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피지컬 AI의 마지막에는 반드시 인간이 있어야 한다.
로봇을 만드는 목적은 인간을 없애기 위해서가 아니다. 위험하고 반복적이며 인간의 몸을 상하게 하는 노동을 기계가 대신하고 인간이 더 창조적인 일과 판단, 문화와 삶에 시간을 사용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기술 발전의 방향이어야 한다.
AI가 인간보다 얼마나 똑똑해질 것인가만 물어서는 부족하다.
AI가 인간을 얼마나 더 인간답게 만들 것인가를 물어야 한다.
기술이 인간의 존엄을 높이는가, 산업이 지역을 살리는가, 성장의 과실이 몇몇 기업과 수도권에만 집중되지 않는가, 에너지와 산업이 자연과 공존할 수 있는가를 함께 물어야 한다.
그래서 새만금 피지컬 AI의 철학을 세 단어로 압축하고 싶다.
인간·문화·자연.
인간을 위한 AI이고, 문화를 풍요롭게 하는 산업이며, 자연과 공존하는 성장이어야 한다. 그래야 새만금은 또 하나의 거대한 공업단지가 아니라 21세기 새로운 산업문명의 실험장이 될 수 있다.
100년 만의 거대한 변화가 오고 있다. 증기기관은 인간의 근육을 기계로 바꾸었고 전기는 밤을 낮으로 바꾸었으며 자동차는 인간의 이동거리를 넓혔다. 컴퓨터는 계산을 바꾸고 인터넷은 정보와 소통을 바꾸었으며 스마트폰은 세상을 인간의 손바닥 안으로 가져왔다.
그리고 이제 AI가 인간의 지능을 기계와 결합하고 있다.
그 AI가 몸을 얻고 있다.
로봇의 팔과 다리를 얻고 자동차의 바퀴를 얻으며 드론의 날개를 얻고 선박의 키를 잡고 공장의 기계를 움직이기 시작했다.
그것이 피지컬 AI다.
미국은 AI 모델과 GPU라는 거대한 힘을 가지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급 제조생태계와 산업용 로봇, 빠르게 성장하는 휴머노이드 산업을 가지고 있다.
그렇다면 대한민국은 무엇으로 승부할 것인가.
우리에게는 HBM과 반도체가 있다. 자동차와 배터리가 있고 조선과 철강, 전자와 통신이 있으며 세계적인 제조업의 경험이 있다. 현대차와 보스턴다이내믹스가 있고, 이제 새만금에는 GPU 5만장급 AI 데이터센터와 연 3만대 규모 로봇 제조체제를 포함한 9조원 규모의 프로젝트가 움직이기 시작했다.
정부의 피지컬 AI 연구개발도 시작됐다.
2027년 예산에도 씨앗이 들어갔다.
퍼즐 조각들은 이미 테이블 위에 올라와 있다.
이제 해야 할 일은 그 조각들을 하나의 그림으로 맞추는 것이다.
젠슨 황의 AI 5층 케이크를 다시 생각한다. 맨 아래에는 전기가 있고 그 위에 HBM과 GPU가 있으며 그 위에 데이터센터가 있고 그 위에서 데이터와 AI 모델이 움직이며 마지막으로 애플리케이션이 산업과 인간을 만난다.
그리고 그 모든 것이 하나로 연결되어 로봇을 걷게 하고 자동차를 달리게 하며 공장과 항만과 농장을 움직이는 순간 피지컬 AI가 완성된다.
그 다섯 층을 대한민국 어디에서 한꺼번에 쌓을 것인가.
나는 새만금을 주목한다.
황해 건너에는 세계 최대급 제조국 중국이 있고 태평양 건너에는 세계 AI를 이끄는 미국이 있다. 그 사이 대한민국에는 반도체와 자동차와 배터리와 조선이 있다.
그리고 새만금이라는 공간이 있다.
울산이 대한민국 산업화의 기적을 만들었다면 새만금은 대한민국 AI 산업화의 새로운 실험장이 될 수 있다.
그래서 2027년 예산이 중요하다.
씨앗을 지켜야 한다. 필요한 예산은 더 채워야 하며 무엇보다 전력망을 먼저 깔고 기업과 연구소와 대학을 불러야 한다. 그리고 5년이 아니라 10년, 20년 뒤를 바라봐야 한다.
AI의 심장은 반도체지만 그 심장을 뛰게 하는 피는 전기다.
전기가 흐르면 GPU가 움직이고 GPU가 움직이면 데이터가 지능으로 바뀐다. 그 지능이 로봇의 몸을 얻으면 공장이 움직이고 자동차가 달리며 배가 항해하고 새로운 산업이 태어난다.
그리고 그 산업의 최종 목적은 다시 인간이어야 한다.
인간을 위한 기술, 문화를 살리는 산업, 자연과 공존하는 성장.
인간·문화·자연.
새만금은 더 이상 대한민국의 서쪽 끝이어서는 안 된다.
황해를 건너 중국의 거대한 제조생태계와 마주하고 미국의 AI 기술과 대한민국의 제조역량을 연결하며 세계의 자본과 기업, 젊은 AI 인재가 모이는 새로운 출발점이 되어야 한다.
60여 년 전 울산에서 산업화의 기적을 시작했다면 이제 새만금에서 AI 산업화의 새로운 역사를 시작할 때다.
새만금을 대한민국 피지컬 AI의 성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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