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타짜: 벨제붑의 노래'에서 변요한은 모든 것을 잃고 복수의 판을 짜는 장태영으로 분했다. '자산어보', '한산: 용의 출현' 등 굵직한 대작을 거치며 탁월한 캐릭터 소화력을 입증했던 그는, 이번 작품에서 거침없는 승부사로 변신해 '타짜'의 마지막 판을 짜릿하게 뒤집는다.
"처음 대본을 만났을 때는 부담이 정말 컸어요. 막연하기도 했고요. '이걸 어떻게 해야 하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책을 읽어나가면서 그 두려움이 오히려 도전해보고 싶다는 마음으로 바뀌었어요. 안 하고 다른 배우가 한 걸 보면 제가 비겁한 사람이 될 것 같다는 생각도 들었고요. 앞선 시리즈가 워낙 사랑을 많이 받은 기념비적인 작품이니까 그냥 운명처럼 받아들이고 저 자신에게 당당하고 싶어서 도전했습니다."
장태영을 '변요한만의 타짜'로 만드는 일 역시 쉽지 않았다. 처음에는 자신의 색깔을 명확하게 보여주고 싶었지만, 현장에 들어선 뒤에는 오히려 상대 배우들과 부딪히며 인물이 완성된다는 사실을 다시 확인했다.
앞선 '타짜' 시리즈와 비교될 것이라는 사실도 충분히 알고 있었다. 다만 이번 작품은 이전 편들과 다른 세계관을 가진 만큼 그 차이 안에서 새로운 장태영을 만들 수 있다고 판단했다.
"1, 2, 3편과 이번 작품은 세계관이 다르기 때문에 도전장을 내밀 수 있었던 것 같아요. 저도 앞선 시리즈를 잘 본 한국 영화 팬이지만 배우이기도 하잖아요. 마지막 장을 잘 닫고 싶다는 마음이 있었어요. 비교가 될 거라는 것도 예상하고 들어갔고, 그래서 변요한의 색깔이 무엇인지를 찾는 게 가장 큰 관건이었어요. 비교가 되더라도 장태영이라는 인물은 분명하게 기억됐으면 좋겠다는 게 제 욕심입니다."
이번 작품이 택한 승부의 무대는 홀덤이다. 몸으로 먼저 반응하는 편이라는 변요한에게 한 자리에 앉아 상대를 읽어야 하는 홀덤은 처음에는 낯선 방식의 연기였다.
"제가 생각보다 몸이 먼저 가는 사람인데 홀덤은 테이블에 앉아 있어야 하잖아요. 처음에는 '내가 여기 앉아서 뭐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그런데 계속 하다 보니까 한 테이블, 한 게임 안에서 사람의 야망이나 질투, 시기가 작은 행동들로 계속 변하는 게 보이더라고요. 홀덤 자체보다 그 안에서 사람의 감정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보려고 했어요."
노재원과의 재회는 변요한에게도 반가운 일이었다. 이전 작업에서 이미 그의 에너지와 연기에 대한 열정을 눈여겨봤던 만큼 이번 작품에서 다시 만난다는 소식을 듣자마자 먼저 연락을 건넸다.
"정말 너무 좋았어요. 이전 작품에서 만났을 때부터 가만히 있어도 에너지가 느껴지는 친구였어요. 연기를 얼마나 진심으로 사랑하는지가 느껴졌고 첫인상부터 좋았어요. 이번에 캐스팅됐다는 이야기를 듣고 바로 전화해서 '하자'고 했어요. 첫 주연으로 나서는 작품인 만큼 저도 그 친구에게 의미 있는 사람이 됐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있었어요. 정말 순수하게 연기만 사랑하는 친구예요. 연기 바보라고 할 정도예요. 현장에서 12시간을 같이 있으면 지겹기도 하고 지독하기도 한데 결국에는 그걸 감동으로 만들어내더라고요. 오히려 제가 더 많이 반성했고, 저한테도 오래 기억에 남을 파트너였어요."
최근 화제를 모았던 래퍼이자 배우인 스윙스에 관해서도 언급했다. 그는 "스윙스가 연기하는 모습을 인상 깊게 보았고 제작사와 감독님에게 '이런 사람이 있다'고 소개 정도만 했다"고 거들었다.
"이후 선택은 회사와 감독님, 촬영감독님, 다른 배우들의 의견이 다 하나가 돼야 움직일 수 있는 거니까요. 결과적으로 모두의 의견이 모였고 스윙스 씨가 팀에서 사랑받으면서 좋은 관계가 만들어졌어요. 그 전에 본인이 준비하고 노력한 과정이 팀에게 믿음을 줬다고 생각해요. 연기하는 동안에는 같은 배우로 봤어요. 편견 없이 봤고 그만큼 준비해왔어요. 연기에는 정답이 없고 과정에도 정답은 없다고 생각해요. 그런 과정 자체가 멋있었어요. 앞으로의 비전을 제가 대신 말할 수는 없지만 이번 현장을 통해 여러 방향으로 변화가 생기지 않을까 생각하고 저도 응원하려고 합니다."
웹툰 속 장태영이 가진 '마성의 남자' 이미지 역시 실사 영화 안에서 다시 구축해야 했다. 변요한은 체중 감량부터 스타일링까지 여러 선택지를 시험하며 외적인 인상도 만들어갔다.
"즐거웠어요. 웹툰 속 장태영은 마성의 남자이고 싶어 하는 면도 있다고 생각했어요. 실사 영화로 옮길 때는 선택이 필요하니까 우선 감량을 했고 스타일링도 정말 많이 테스트했어요. 몸도 만들고 필요한 장면에서는 벗기도 했고요. 그런 타이틀을 얻기 위한 공식적인 조건과 저만의 소신을 섞으려고 했어요. 갖춰야 할 건 갖추고, 파고들 부분은 파고들려고 했습니다."
준비 과정이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과도한 감량으로 건강 이상을 겪기도 했지만, 그는 그 시간마저 장태영과 함께 지나온 과정처럼 느껴졌다고 말했다.
"저혈당 쇼크로 쓰러진 적이 있어요. 심장 박동도 이상해져서 저도 놀랐어요. 다만 그런 시간까지도 장태영과 제가 같이 겪은 시간처럼 느껴졌어요. 제 목표는 아무 일 없이, 제가 목표한 바를 온전히 살아서 '살아 있는 연기'를 하는 거예요. 지금은 저도 살아야 하니까 다시 체중을 좀 늘렸습니다."
최근 변요한의 삶에는 또 하나의 큰 변화가 생겼다. 디즈니+ '삼식이 삼촌'으로 인연을 맺은 티파니와 결혼한 그는 연기 자체가 달라진 것은 아니지만 주변에서 이전보다 편안해졌다는 말을 자주 듣는다고 했다.
"연기할 때는 똑같은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 만나는 분들이 제가 편안해 보인다고 하더라고요. 괜히 결혼해서인지 더 남자다워 보인다는 말씀도 하시고요. 저한테는 연기보다 더 어려운 일을 한 것 같다는 생각도 들고, 굉장히 의미 있는 시간이에요. 너무 행복하게 잘 살고 있습니다. 연기는 연기대로 맡은 바 최선을 다하고 가정도 잘 지키고 싶어요."
최근 그의 행보는 상업 대작에만 머물지 않는다. '경주기행'에 노개런티로 참여하고, 이준익 감독의 숏드라마 '아버지의 집밥'에도 힘을 보태며 작품의 규모와 형식을 가리지 않고 움직이고 있다.
"감독님들이 너무 좋게 말씀해주신 것 같아요. 저는 그냥 제가 살아온 리듬대로 살아왔는데 개봉 시기가 겹치면서 감사하게 관객분들을 계속 만나게 된 것 같아요. 배우라는 직업은 부르면 뛰어가야 하는 일이라고 생각해요. 그리고 약속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는 걸 이제 조금 알 것 같아요. 앞으로도 어디 한곳에 갇혀서 이것만 하겠다는 배우보다 자유자재로 왔다 갔다 하고 싶어요. 그래야 더 많은 캐릭터를 만나고 표현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추석 극장가에서 여러 한국 영화와 함께 관객의 선택을 기다리게 됐지만 변요한은 경쟁보다는 한국 영화 전체가 다시 풍성해지기를 바랐다.
"한국 영화의 볼거리가 많아졌으면 좋겠어요. 영화라는 게 우리가 지금 살고 있는 현실을 넘어 다른 세계와 과거까지 오가면서 관객분들에게 여러 경험을 대리 만족시켜주는 거잖아요. 모든 영화가 관객분들에게 사랑받았으면 좋겠어요. 각자 느끼는 바는 다르겠지만 다 좋아해주셨으면 좋겠다는 게 제 마음입니다."
무엇보다 '타짜: 벨제붑의 노래'는 긴 시간 이어져온 시리즈의 마지막 장이다. 스스로 점수를 매기기보다 그 평가는 관객에게 맡기고 싶다는 변요한은 마지막까지 '타짜'라는 이름에 어울리는 엔딩을 만드는 데 집중했다고 했다.
"점수는 관객분들이 매겨주시는 거라고 생각해요. 저희 팀은 '타짜 시리즈는 다 재미있다'고 끝맺고 싶어서 정말 잘 만들고 싶었어요. 각 작품이 각양각색이고 다 재미있고 다 의미가 있다는 걸 보여드리고 싶었어요. 문을 잘 닫아야 하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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