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가 남산 곤돌라 설치를 위해 추진한 용도구역 변경 처분에 관한 소송에서 항소심도 위법하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고법 행정7부(권순형 부장판사)는 17일 남산 케이블카 운영사인 한국삭도공업 등이 서울시를 상대로 낸 도시관리계획결정 처분 취소 소송에서 1심과 마찬가지로 원고 승소로 판결했다. 다만 재판부는 구체적인 판결 이유를 설명하지 않았다.
이에 따라 2024년 10월 법원의 집행정지 결정 이후 2년째 멈춰 선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조성 사업은 또다시 법적 리스크에 막히게 됐다.
이번 분쟁의 핵심은 공원녹지법상 건축물 높이 제한과 용도구역 변경의 적법성 여부다. 현행 공원녹지법상 도시자연공원구역 내부에는 높이 12m를 초과하는 건축물이나 공작물을 설치할 수 없다. 그러나 서울시의 남산 곤돌라 사업 계획에는 궤도를 지지하기 위한 높이 30~50m 규모의 중간 지주(철근 기둥) 설치가 필수적이다.
서울시는 이 같은 높이 제한 규정을 피하기 위해 대상지의 용도구역을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도시계획시설공원인 '남산예장근린공원'으로 변경했다. 이에 남산 케이블카를 운영하고 있는 한국삭도공업은 서울시를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1심에 이어 2심 재판부 모두 서울시의 용도구역 변경 처분이 관련 법령을 위반했다고 판단했다. 공원녹지법 시행령에 따르면 도시자연공원구역을 변경하거나 해제하려면 녹지가 이미 훼손돼 자연환경 보전 기능이 현저히 떨어지거나 여가·휴식 공간으로서의 기능을 상실했다는 엄격한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앞선 공판에서 서울시는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시설공원으로 변경할 때는 해당 해제 기준이 적용되지 않는다고 주장했으나, 법원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1심은 "도시자연공원구역과 시설공원은 적용받는 법 규정이 엄격히 구분 별개의 개념"이라고 짚었다. 그러면서 "도시자연공원구역에서 시설공원으로 구역을 변경한 행위 역시 '도시자연공원구역의 변경 또는 해제에 관한 기준'을 반드시 따라야 한다"고 판시했다.
이는 행정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필요에 따라 도시자연공원구역을 언제든 시설공원으로 바꿀 수 있다는 서울시의 주장은 법리적으로 받아들이기 힘들다는 취지다.
남산 케이블카는 지난 1962년 한국삭도공업이 유효기간이 없는 사업 면허를 취득한 이래 60년이 넘도록 독점 운영하고 있다.
서울시는 한국삭도공업의 장기 독점 체제를 해소하고, 연간 1200만명에 달하는 방문객과 교통약자의 이동 편의를 개선하겠다는 목표로 곤돌라 사업을 추진했다. 명동역 인근에서 남산 정상부까지 832m 구간에 10인승 캐빈 25대를 투입해 시간당 최대 1600명 이상을 수송하겠다는 구상도 밝혔지만, 법원의 결정으로 사업이 중단 위기에 놓였다.
항소심 판결 직후 서울시는 즉각 유감을 강하게 표명했다. 서울시는 "이번 판결이 60년간 고착된 민간 독점 체제와 시민들의 이동 불편을 방치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비판했다.
또한 "도시관리계획 변경 절차와 법률상 요건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은 판단"이라며 "해당 처분은 도시자연공원구역 변경 요건을 갖춘 적법한 행정 조치였다"고 주장하며 대법원 상고를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반면 한국삭도공업과 인근 대학 재학생, 환경단체 등은 난개발 방지와 환경 보전을 위한 법적 기준이 재확인됐다며 판결을 환영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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