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아시아가 다시 세계의 시선을 끌고 있다. 러시아와 중국, 유럽과 중동 사이에 위치한 중앙아시아는 러시아의 영향권, 중국의 일대일로, 서방의 대러 견제 등 강대국의 시각에서 주로 다뤄졌다. 하지만 카자흐스탄·키르기스스탄·타지키스탄·투르크메니스탄·우즈베키스탄 등 5개국은 이제 전략적 가치를 활용해 어느 한 강대국의 편을 들기보다 유럽·튀르키예·한국 등과도 관계를 넓히며 선택지를 늘리고 있다. 카자흐스탄의 외교 노선이었던 ‘다중 벡터 외교’가 중앙아시아 전체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그 배경에는 지정학과 경제안보의 변화가 있다. 우크라이나 전쟁은 중앙아시아에 러시아 의존의 위험성을 다시 인식시켰다. 러시아를 통과하지 않고 중국과 유럽을 연결하는 ‘중간회랑’의 중요성이 커진 것도 같은 맥락이다. 카스피해와 캅카스를 거치는 이 교역로는 특정 강대국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는 수단이 되고 있다.
핵심광물도 중앙아시아의 몸값을 높이는 요인이다. 이 지역은 석유·가스뿐 아니라 우라늄과 희소금속, 텅스텐 등 전략자원 공급처로 부상하고 있다. 미·중 경쟁이 핵심광물 확보 경쟁으로 번지면서 전략적 가치도 커지고 있다.
중앙아시아는 강대국들의 경쟁 무대에 머물지 않고, 그 경쟁을 활용해 협상력을 키우고 있다. 여러 나라와 관계를 맺어 필요한 것을 얻어내는 것이 이들의 전략이다.
한국이 협력할 공간은 넓다. 핵심광물과 에너지 분야에서 공급망을 다변화하고, 철도·교통 인프라에서는 한국의 기술과 경험을 활용할 수 있다. AI·디지털, 인재 양성, 기후변화와 물류망 구축 역시 협력이 가능한 분야다. 양자 협력을 넘어 지역 협력을 확대하겠다는 접근은 중앙아시아 국가들이 서로 협력을 강화하는 흐름과도 맞닿아 있다.
한국이 중국처럼 거대한 자본을 앞세우거나 러시아처럼 역사적·지리적 영향력을 행사할 수는 없다. 그러나 중앙아시아가 원하는 것은 종속될 강대국이 아니라 파트너이다. 민주화와 산업화를 동시에 이룬 한국의 포지션이 빛을 발할 수 있다.
이 대통령이 강조한 ‘실크로드 정신’도 같은 맥락이다. 실크로드는 사람과 물자, 기술과 문화가 오가던 연결의 공간이었다. 한국이 무엇을 얻을 것인가만 생각할 게 아니라 중앙아시아가 필요로 하는 것을 무엇으로 채워줄 것인지 고민하는 것이 그 첫걸음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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