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광석 한국경제산업연구원 경제연구실장]
2027년 한국 경제 전망과 대응 전략
물은 위에서 아래로 흐른다. 단 아무 조치도 하지 않았을 때 그렇다. 물의 흐름을 바꾸어 놓는 것들이 있다. 댐을 쌓아 물길을 막을 수 있다. 인위적으로 수로를 파서 물의 흐름을 바꿀 수도 있다. 방파제를 쌓아 올려 파도를 막을 수도 있다. 물의 통상적인 흐름을 거슬러 반대 방향으로 흐르는 현상을 역류(Crosscurrent)라고 한다.
역류의 시대
한국 경제에도 역류 현상이 일고 있다. AI가 경제의 통상적인 흐름을 바꾸어 놓고 있다. 세계적으로 폭증하는 데이터센터 인프라 건설은 반도체 수요로 이어졌다. 한국의 첨단 반도체가 ‘없어서 못 파는’ 시대가 되었다. D램, 낸드, HBM 등 반도체 가격이 폭등하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역대급 실적으로 이어졌다. 2026년 한국 경제는 역대급 초과세수, 역대급 수출액, 역대급 무역수지 흑자, 역대급 경상수지 흑자라는 역류를 만나게 되었다. 2025년 1.1%에 그쳤던 한국 경제성장률은 2026년 3.3%로 ‘역주행’하기에 이른다.
2027년 한국 경제 전망
2027년 한국 경제에 작용할 변수는 반도체 업황과 지정학적 리스크다. 한국 경제에 가장 큰 상방 압력으로 작용한 반도체 호황이 계속될 것인지에 따라 2027년 한국 경제가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한편 2026년 세계 경제에 가장 강한 하방 압력이었던 중동 전쟁의 경과가 2027년 한국 경제에도 상당한 변수로 작용할 것이다.
2027년 한국 경제 전망은 다음과 같은 3가지 시나리오를 전제로 하겠다. 반도체 경기와 지정학적 리스크가 2026년과 같은 수준을 유지할 것인지, 호전될 것인지, 아니면 악화될 것인지에 따라 다른 흐름이 전개될 것으로 보인다.
| 2027년 한국 경제 전망에 대한 전제 | ||||||||||||
|
||||||||||||
| 자료 : 김광석(2026.9), 돈의 역류 2027년 경제전망, 이든하우스. |
첫째, 중립적인 전제를 담은 기준 시나리오를 가정했을 때 2027년 한국 경제는 2.6% 성장을 달성할 것으로 전망한다. 한국은 잠재성장률(2%)을 웃도는 저성장 고리에서 벗어나는 역류의 시대를 맞이한다. 2027년까지 양호한 반도체 업황이 유지되고, 지정학적 리스크가 지속될 것이라고 전제했다. 2026년의 빅테크 자본 지출 증가세가 2027년에도 유지되고, 반도체 수출 호조로 이어진다. 미국-이란 전쟁은 휴전 상태로 간헐적이고 지엽적인 긴장감이 조성될 뿐이며 물리적 전쟁이 재개되지 않으리라고 가정한다. 물가 상승률은 점차 2%에 수렴하고, 한국은행은 기준금리 3~3.5% 수준을 유지할 것으로 보인다.
둘째, 낙관적인 시나리오하에서는 2027년 한국 경제가 3.6%대 고성장을 이룰 것으로 전망한다. 2026년 대외 경제 여건을 억눌렀던 지정학적 리스크가 2027년에는 다소 완화될 것으로 가정했다. 이때는 공급망 쇼크가 해소되면서 글로벌 물가 상승률이 빠르게 둔화하고, 주요국들은 점진적으로 기준금리 인하에 나선다. 금융 여건이 개선됨에 따라 빅테크 기업들이 회사채를 발행해 자본 지출을 늘려나가고, 반도체 수출 호조가 장기화한다. 더욱이 2026년까지 구상 단계에 있었던 피지컬 AI가 2027년에는 상품화로 전개되어 한국 경제의 성장엔진로 부상할 수 있다. 정부는 821조원에 달하는 2027년 예산안을 발표했고, 15대 초혁신경제 프로젝트를 추진해 잠재성장률을 3%로 실현할 목표를 밝혔다. 차세대 전력반도체, 피지컬 AI 등에서 뚜렷한 성과를 보일 것으로 기대한다.
셋째, 비관적인 시나리오하에서는 2027년 한국 경제성장률이 1.8% 수준에 머무를 것으로 전망한다. 잠시 소강상태를 보이던 미국-이란 전쟁이 재고조되고, 호르무즈해협이 재봉쇄되는 등 지정학적 불안이 고조되는 상황으로 가정한다. 공급망 불안이 장기화함에 따라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으로 이어질 수 있다. 이때는 세계 주요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기업들의 투자심리가 얼어붙게 된다. 그동안 과도한 자본 지출을 단행한 빅테크 기업들 일부가 흔들릴 수 있고, 반도체 수요 급감과 가격 하락으로 이어질 수 있다. 설상가상으로 미국은 마이크론을 중심으로, 중국은 창신메모리를 중심으로 메모리 반도체를 자립화해 나감에 따라 한국의 반도체 시장점유율이 쪼그라들 수 있다.
2027년 한국 경제 전망
주 : 2026년 9월 15일 기준 전망치임.]
2027년 역류점,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가?
한국 경제는 순탄치 않은 상황에 놓여 있다. 장기 저성장 국면에 지정학적 불안이라는 하방 압력이 작용하고 있다. 2026년 중동 전쟁이 몰고 온 고유가와 인플레이션에 한국 경제가 가장 취약할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이게 한국 경제의 본류(Maincurrent)였다. 2026년에는 본류를 거역할 강력한 물리적 힘이 작용했다. 반도체 초호황이었다. 2027년에는 미국과 중국의 메모리반도체 자립화와 추격 등으로 이마저도 확답하기 어려워졌다. 2027년 저성장이라는 본류를 이겨낼 역류의 힘이 필요하다. 세계 경제를 관통하는 흐름과 변화를 이해하고, 이에 맞는 대응책을 세운다면 분명 저성장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
정부는 가계와 기업이 경제활동에 참여하고 그 성과를 온전히 맛볼 수 있도록 안전한 경제 환경을 조성하는 데 모든 노력을 쏟아부어야 한다. 첫째, 반도체 호황이 영원할 것이라는 착각에서 벗어나야 한다. 2026년의 호황은 한국 반도체 기업들이 시장점유율이 확대되거나, 매출량과 수출량이 늘어나 갖게 된 것이 아니다. 메모리반도체 가격이 급등함에 따라 누리게 된 호황이다. 가격이 하락하거나, 미국의 마이크론과 중국의 창신메모리 등에 추격을 허용하게 되면 이 호황은 지속되기 어렵다. 반도체 호황이 끝나면 한국 경제의 민낯이 드러날 수 있다. 반도체 초격차를 위한 투자도 지속해야 할 것이고, 반도체 외에 주력 산업을 키워내야 할 때다.
둘째, AI가 가져올 특수에 취해 침체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내수경기에 소홀해서는 안 된다. 총량적 지표와 체감 경제를 이원화하여 관리하는 정책 대응이 필요하다. 주요 수출 기업들과 내수 중소기업 간 괴리는 한국 경제를 오래 버티게 할 수 없다. 총량적 지표가 초호황이라고 착각하게 만든다. 착시를 주지 않는 지표를 개발해야 한다. 반도체와 반도체를 제외한 총량 지표를 개발해 공표해야 한다. 통계와 지표는 나라 경제를 제대로 진단하기 위함인데, 지금의 총량 지표는 경제주체로 하여금 착각하게 만든다. 반도체를 포함한 지표와 제외한 지표를 공표함으로써 착각의 늪에서 벗어나야 한다.
셋째, 피지컬 AI를 잠재성장률을 끌어올리는 기회로 삼아야 한다. 생산연령인구 감소와 노동력 감소라는 숙제를 만난 한국은 이를 극복하는 수단으로서 피지컬 AI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피지컬 AI는 인간과 협업해 생산성을 끌어올릴 기회가 될 것이다. 더욱이 외국 자본을 유치할 기회가 된다. AI 고속도로와 에너지 고속도로를 완비하면 많은 다국적 기업들이 한국에 와서 R&D, 기술 교류, 테스트베드 등의 무대로 삼고 유입될 수 있다. 이러한 여건에 어울릴 만한 규제 환경, 금융 인프라, 외국인 정주 여건을 조성하는 것도 과제가 될 것이다.
넷째, AI가 노동시장에 가져올 구조적 변화를 파악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하는 대책들도 강구해야 한다. 특히 청년들이 노동시장에 진입하지 못하는 현상은 늘지 않는 전체 실업률에 가려져 드러나지 않고 있다. 청년에게 일할 기회를 제공해야 한다. 사회는 경력을 요구하지만 청년은 경력을 가질 기회조차 없다. 단기적 시아로 경력직만을 찾는다면 10년이 지나고 20년이 지나면 경력을 갖춘 사회의 허리 계층이 부재할 것이다. 정부는 비취업 청년에게 청년수당 등과 같은 안전망을 제공하느라 바쁘다. ‘쉬는 청년’을 유도하는 정책이 아니라 ’일하는 청년’을 유도해야 한다. 쉬는 청년에게 수당을 제공하는 대신 신입 청년을 채용하는 중소기업들에 임금을 지원하는 방식은 어떠한가? 청년에게 줄 수 있는 최고의 안전망은 수당이 아니라 일자리임을 잊지 말자.
김광석 필자 주요 이력
△한양대 겸임교수 △전 삼정KPMG경제연구원 수석연구원 △전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원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