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 | 기본 원칙 상식] 20대 일자리 외환위기 후 최악, 청년의 시간을 되돌려야 한다

고용시장이 회복되고 있다는 숫자 뒤에 불편한 현실이 있다. 일자리를 가장 필요로 하는 20대가 노동시장에서 빠르게 밀려나고 있다는 사실이다. 올해 1~8월 20대 취업자는 월평균 327만9000명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9만3000명 줄었다. 감소 폭은 외환위기 당시인 1998년 이후 28년 만에 가장 크다. 같은 기간 20대 인구 감소율보다 취업자 감소율이 더 컸다. 단순히 청년 인구가 줄었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기 어렵다.

전체 고용지표와 비교하면 문제는 더욱 선명해진다. 8월 전체 취업자는 2915만1000명으로 1년 전보다 18만4000명 늘었다. 15~64세 고용률도 70.4%로 8월 기준 역대 최고를 기록했다. 그러나 청년층 고용률은 44.1%로 1년 전보다 1.0%포인트 떨어졌고 취업자는 14만3000명 감소했다. 전체 고용시장은 버티고 있는데 청년에게는 그 온기가 전달되지 않고 있는 것이다.

더 우려스러운 것은 청년 고용난이 일시적인 경기 부진을 넘어 구조적 문제로 굳어지고 있다는 점이다. 기업의 채용 방식부터 달라졌다. 대규모 정기 공채보다 수시·경력직 채용이 확산되면서 노동시장에 처음 들어가는 청년들이 설 자리가 좁아졌다. 기업 입장에서는 교육과 훈련에 비용이 들어가는 신입보다 바로 업무에 투입할 수 있는 경력자를 선호할 유인이 커졌다.

산업구조 변화도 청년에게 불리하다. 제조업과 건설업의 고용 부진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과 디지털 전환은 사무·정보통신 분야의 초급 일자리까지 바꾸고 있다. 과거 기업에 들어가 경험을 쌓으며 전문인력으로 성장했던 이른바 '엔트리 레벨' 일자리 자체가 줄어들 가능성을 경계해야 한다.

첫 취업이 늦어지면 충격은 몇 달이나 몇 년으로 끝나지 않는다. 노동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경력을 쌓을 기회를 잃고 임금 상승 시기도 뒤로 밀린다. 소득이 없으니 소비와 결혼, 출산, 주거 마련도 늦어진다. 청년 고용 문제가 저출생과 내수 부진, 잠재성장률 하락으로 이어지는 이유다.

정부도 청년 고용 대책을 내놓고 있지만 정책의 초점을 더욱 분명히 해야 한다. 단기 일자리를 늘려 취업자 숫자를 채우는 방식으로는 부족하다. 청년이 민간 기업에 들어가 경험을 쌓고 장기간 일할 수 있도록 노동시장의 진입로를 넓혀야 한다. 기업의 신입 채용과 교육 부담을 낮추고 인턴과 직업훈련이 실제 취업으로 연결되도록 해야 한다. AI와 반도체, 바이오, 에너지 등 성장산업의 인력 양성과 채용을 연결하는 정책도 필요하다.

기업도 달라져야 한다. 모든 기업이 경력직만 찾는다면 경력자는 어디에서 만들어지는가. 누군가는 청년에게 첫 번째 기회를 줘야 한다. 신입 채용과 인재 육성을 비용으로만 볼 것이 아니라 미래 경쟁력을 위한 투자로 인식해야 한다. 정부 역시 기업에 청년 채용을 호소하는 데 그치지 말고 기업이 투자하고 사람을 뽑을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데 정책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

외환위기 이후 가장 큰 20대 취업자 감소라는 기록을 가볍게 넘겨서는 안 된다. 1998년의 고용 충격이 경제위기가 만들어낸 것이었다면 지금은 인구구조와 산업전환, 채용 방식의 변화가 뒤엉킨 구조적 문제다. 청년에게 가장 중요한 복지는 결국 일자리이며 청년의 일자리는 대한민국의 미래 성장률이다. 지금 정부가 주목해야 할 숫자는 18만4000명 늘어난 전체 취업자보다 19만3000명 줄어든 20대 취업자다. 청년이 다시 노동시장으로 들어갈 수 있는 문을 넓히는 것이 지금 고용정책의 최우선 과제가 돼야 한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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