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산가들이 PB를 찾는 이유는 단순히 좋은 투자상품을 추천받기 위해서가 아니다. 자신의 본업에 집중하느라 시장을 매일 들여다볼 시간이 없기도 하지만, 더 중요한 이유는 내 돈을 객관적으로 바라보는 일이 생각보다 어렵기 때문이다.
수익이 날 때는 누구나 자신의 판단을 믿지만 손실이 커지면 같은 투자도 전혀 다르게 보인다. '조금만 더 기다리면 되지 않을까'와 '더 떨어지기 전에 팔아야 하지 않을까' 사이에서 판단이 흔들리게 되는데 숫자는 객관적이지만 그 숫자를 바라보는 사람의 마음은 그렇지 않다.
투자에 객관성을 갖고 이성을 잃지 않으려 노력하며 '예측'이라는 불가능의 영역에 얽매이지 말고 대응하려 노력해야 한다는 것이야 말로 가장 중요한 마음가짐이다.
최근 장기국채 투자를 둘러싼 고민이 대표적인 사례라 할 수 있다. 예상보다 짧았던 저금리 시대의 종말과 급격한 금리 상승으로 장기국채 가격이 예상보다 크게 하락하면서 투자자들의 불안도 커진 현재 상황에서 중요한 것은 '내가 장기국채를 잘못 샀는가'라는 질문에서 멈추지 않는 것이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면 이제 '그렇다면 나는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를 고민해야 한다. 장기국채는 금리가 다시 하락하면 가격이 회복되겠지만 그 과정에 상당한 시간이 필요할 것이다.
반대로 보수적인 성향이고 충분한 투자기간을 확보한 투자자라면 급하게 움직이지 않는 것이 더 나은 선택일 수 있다. 특히 이미 포트폴리오를 분산해 놓았기에 단기간의 수익이 절실하지 않다면 금리의 장기적인 사이클과 시간의 힘을 활용할 수 있다.
또 증여 시기를 고려하고 증여세 부담이 큰 자산가라면 가격이 하락한 장기국채를 증여해 증여재산가액을 낮추고, 이후 가격이 회복될 경우 그 자산가치 상승의 과실을 자녀가 가져가도록 할 수 있다. 오히려 장기국채와 같이 사이클투자에서의 가격하락은 증여세를 절감할 좋은 기회가 될 수 있기에 투자 실패를 세금부담을 줄이는 기회로 삼을 수 있는 것이다.
이처럼 같은 장기국채 투자의 손실상황이라 할지라도 투자자의 상황과 목적에 따라 전혀 다른 해법이 나온다.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실패는 아니다. 투자에 있어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의 영역이기에 예측과 다른 상황이 나왔다 할지라도 그것에 절망할 필요는 없고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행동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그리고 이렇게 예측실패에 따른 대응방법을 찾을 땐 자신의 상황에 대한 냉철한 판단이 선행돼야 하기에, 자신의 상황을 객관적으로 파악하고 정리해 놓는 것이 중요한 것이다.
다른 예로 6월 이후 많은 투자가들을 절망에 빠트린 인공지능(AI) 투자도 비슷한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AI 투자의 본질을 단순히 'AI가 세상을 바꾸고 생산성을 높일 것'이라는 전망만으로 설명하기에는 지금 시장으로 유입되는 자본의 성격이 다르다.
그렇다면 투자자가 해야 할 질문도 달라지게 된다. 이런 급격한 변동성과 손실을 경험한 상황에서 'AI가 거품인가'만을 묻기보다는 이렇게 자본이 계속 몰릴 수밖에 없는 시장에서 '나는 어디에서 그 수혜를 가져갈 것인가'로 질문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물론 무리해서 투자해서는 안된다. 밸류에이션이 지나치게 높아졌다면 속도를 조절하고, 한 종목이나 한 산업에 자산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하는 것은 당연히 필요하다. 하지만 '너무 비싸니 사지 말자', '곧 거품이 꺼질 것이다'라는 비관론만으로 시장을 바라보는 것도 위험하기에 질문의 방향을 바꿔야 하는 것이다.
투자자는 낙관론자가 될 필요도, 비관론자가 될 필요도 없으며 변화의 방향을 인정하되 앞서 말한 자신에 대한 판단을 근거로 과열에는 주의하고, 그 변화가 계속된다면 내가 감당할 수 있는 범위 안에서 어떻게 참여할 것인지 찾아야만 한다.
장기국채든 AI투자든 변동성 속에서 예상과 다른 결과가 나왔다는 것 자체가 실패는 아니다. 투자에 있어 미래에 대한 예측은 불가능의 영역이기에 예측과 다른 상황이 나왔다 할지라도 그것에 절망할 필요는 없으며 그 결과를 어떻게 받아들이고 다음 행동을 선택하느냐가 더 중요하다.
PB라면 시장이 흔들렸을 때 고객에게 무조건 팔라고 하지 않으며 고객의 성향과 자산구조, 투자기간을 다시 살펴보고 지금 할 수 있는 선택지를 찾는다. 그리고 상황이 달라지면 그에 맞춰 다시 방향을 조정한다.
모든 투자상황에 대한 예측이 맞는 것은 신의 영역에 가깝기에 예측은 언제나 실패할 수 있다. 따라서 중요한 것은 시장은 항상 변화한다는 것을 명심하고 자신의 투자원칙을 만들어 두는 것이다. 손실을 실패로 단정하기보다 극복할 방법을 찾고, 기회가 왔을 때도 무리하지 않으면서 참여하는 것이야 말로 투자자에게 가장 중요한 것이라는 것을 명심했으면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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