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세제개편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김인만 김인만부동산경제연구소장.

지난달 3일 정부가 세제개편안을 발표한 지 한 달이 채 지나지 않아 수정안까지 나왔지만 후폭풍은 여전히 진행 중이다.

일반적으로 어떤 정책이 나오면 이득을 보는 사람이 있는 반면 손실을 보는 사람도 있어 부정적 효과보다 긍정적 효과가 더 큰지를 따지게 된다. 이상하게도 이번 세제개편안은 다주택자, 1주택자, 세입자 모두가 불만이다.

세금을 기쁜 마음으로 내고 싶은 사람은 없기에 세제개편안의 최대 피해자인 35억원 초과 초고가 주택이나 비거주 1주택자들의 불만이 큰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런데 감세 효과를 기대할 수 있는 거주 1주택자도 불만이고, 세금을 내지 않는 무주택 세입자들은 더 불안하다.

거주 1주택자는 상황에 따라 언제든 비거주 1주택자가 될 수도 있는데 거주 이전의 자유가 막혔다는 점에서 불만이다. 세입자들은 세금 부담을 줄이기 위해 전세를 준 집에 들어오려는 집주인이 언제 전화를 할지 불안하다.

지난해 10·15 대책을 통해 서울 전역과 경기도 일부 지역을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은 후 급격하게 줄어든 전세는 이제 하늘의 별 따기가 됐고 월세 가격은 천정부지로 치솟고 있다.

집주인도 불안하고 세입자는 더 불안한 현 상황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세수(稅收) 증가 효과를 얻는 정부가 수혜자인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대통령 지지율 하락을 보면 정부를 위한 정책인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든다.

세제개편안이 누구를 위한 것인지 생각해볼 필요가 있다. Buying(사는 것)이 아니라 Living(사는 곳)이라는 정부의 정책 방향성은 정의로워 보인다. 거주하는 집을 가져야지 굳이 거주하지 않는 집을 가지고 있는 것은 투기라는 관념에서 출발하는 현 정부 주택정책의 철학은 결정적으로 현실을 외면하고 지나치게 이상에 치우쳐 있다는 치명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오랜 세월 동안 실거주한 사람이 초고가 주택이라는 이유만으로 세금 폭탄을 맞는 것은 부당하다. 팔지도 않은 집에 감당하기 어려운 보유세 폭탄을 갑자기 부과하는 것은 어떤 경우라도 바람직하지 않다. 한평생 보유한 집 한 채는 한 가족의 인생과 같은 것인데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줄여 국가가 세금으로 환수하겠다는 발상은 자본주의 사회에 적합하지 않다.

본인과 상관없는 남의 일이라고 비싼 집을 팔고 가면 된다는 식으로 쉽게 말해서는 안 된다. 비거주 1주택도 마찬가지다. 부산에 살고 있는 무주택자가 몇 년 전 서울에 전세를 끼고 아파트를 한 채 사뒀다면 예외 조항에 포함되기 어려울 것이다. 서울과 부산의 집값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고, 자녀가 서울에서 대학교를 나와 직장을 다니고 있는데 사랑하는 자녀를 위해 집 한 채를 전세를 끼고 미리 장만한 것을 부동산시장을 왜곡하는 큰 죄로 볼 수는 없다.

정부는 예외 조항을 늘린다고 하지만 사람마다 각자의 이유와 사정이 있다. 대통령 역시 매각한 분당 집에 대해 아이를 키우며 사연이 있는 집이라고 했는데 우리 국민들도 나름대로 추억과 사연이 모두 있다.

성난 민심에 놀란 정부는 급히 비거주 1주택자 종합부동산세 공제금액을 9억원으로 줄였다가 다시 12억원으로, 세 부담 상한을 200%에서 150%로 일부 원상복구한 세제개편 수정안을 발표했다. 하지만 이미 누더기가 된 세제개편안을 이렇게 땜질해서는 집 떠난 민심이 돌아오지 않는다.

분명 대선 기간에는 세금으로 집값을 잡지 않겠다고 했다가 갑자기 다주택자 양도세 중과를 시행하고, 세제개편을 통해 종합부동산세와 양도세 장기보유특별공제를 대폭 손질한다고 하니 시장은 너무 혼란스럽고 불안하다.

최악의 전월세난은 이미 예견된 참사다. 입주 물량 급감이 예정된 상황에서 토지거래허가구역으로 묶어 실거주 의무를 강요하고 대출을 막아 집을 사기도 어렵게 만든 상태에서 세를 주고 있는 집주인에게 거주하지 않으면 불이익을 준다고 하니 문제가 생기지 않는 것이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충분한 주택 공급도, 전월세 시장 안정도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하게 주택정책을 바꾸면 엄청난 부작용이 발생할 수밖에 없고 그 피해는 가장 약한 고리인 세입자들이 고스란히 입는다. 집주인을 압박하면서 세입자가 무사하기를 바랐다면 무지하거나 관심이 없다고밖에 볼 수 없다.

결과적으로 현 정부는 무주택 세입자를 버렸다. 집주인도 세입자도 모두 불만인 세제개편안의 공은 국회로 넘어갔다. 정부는 앞만 보고 달리는 경주용 말이 아니다. 생각이 비슷한 일부 지지자들 의견에 매몰돼 한쪽 방향만 보는 순간 국정의 배는 산으로 간다.

산꼭대기를 향해 계속 달릴 것인가, 다시 바다로 돌아갈 것인가. 국정의 배 향배는 세제개편안 수술의 칼을 쥔 국회에 달렸다. 이념이 아닌 다수 국민의 주거 안정에 초점을 맞춘 합리적인 세제개편 수술을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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