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대 선정 전면 재심사.”
7일 오후 7시 목포 평화광장. 해가 서쪽으로 기울기 시작하자 광장을 가득 메운 시민들이 일제히 손 팻말을 들어 올렸다. ‘의대 선정 전면 재심사’라는 글귀가 곳곳에서 출렁였다.
이날 서남권 의대 비상대책위원회가 개최한 ‘목포대 의대 사수 서남권 총궐기대회’에는 주최 측 추산 전남 서남권 주민 등 2000여명이 참석했다.
단순히 대학 하나를 유치하기 위한 집회라고 하기에는 현장의 분위기가 무거웠다. 휠체어를 타고 광장을 찾은 주민부터 어르신, 청년, 지역사회 관계자까지 세대를 가리지 않고 자리를 함께했다. 이들이 한목소리로 요구한 것은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선정 과정에 대한 전면적인 재검증이었다.
무엇보다 이날 집회에는 전남 서남권이 36년 동안 품어온 국립의대 설립 염원이 고스란히 담겼다.
서남권 주민들이 국립의대를 요구해 온 배경에는 지역의 의료 현실이 자리하고 있다. 주민들에게 의대와 대학병원은 대학의 외형을 키우는 문제가 아니라 중증·응급환자가 제때 치료받을 수 있는 의료체계를 갖추고 지역 간 의료격차를 줄여 달라는 ‘생명권’의 요구에 가깝다.
때문에 최근 국립의대 신설 후보대학 추천 결과를 둘러싼 논란은 좀처럼 가라앉지 않고 있다.
특히 목포대 측과 서남권에서는 후보대학 평가 과정의 공정성과 심사 기준, 대학 및 대학병원 설립을 위한 부지 확보 여부와 실현 가능성 등이 제대로 평가됐는지를 다시 확인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평가 결과가 근소한 점수 차로 갈린 만큼 세부 평가 과정과 배점 근거를 보다 투명하게 공개하고, 제기된 의혹에 대해서도 객관적인 검증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이날 평화광장을 가득 채운 주민들의 요구 역시 같은 지점으로 향했다.
결과를 무조건 뒤집어 달라는 것이 아니라 36년 동안 기다려 온 지역민들이 납득할 수 있도록 평가가 적법하고 공정했는지 다시 살펴봐 달라는 목소리였다.
현장에는 ‘의대 선정 전면 재심사’, ‘국립의대 불공정·부당 심사 중단 요구’ 등의 문구가 적힌 손팻말과 현수막이 등장했다. 주민들은 구호가 이어질 때마다 손팻말을 높이 들어 올리며 호응했다.
특히 서남권 주민들에게 이번 문제는 ‘목포대냐, 다른 대학이냐’라는 단순한 지역 간 경쟁으로만 바라봐서는 안 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국립의대 신설의 출발점이 의료취약지역의 의료 접근성을 개선하고 지역 간 의료불균형을 해소하는 데 있다면, 어느 지역에 의대와 대학병원을 설립하는 것이 정책 목적에 가장 부합하는지부터 냉정하게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대학이 실제 의과대학과 대학병원을 차질 없이 건립할 수 있는지, 부지와 시설·교원·임상교육 체계를 얼마나 현실적으로 준비했는지 역시 평가 과정에서 면밀히 검증돼야 할 부분이다.
더욱이 목포대와 서남권 지역사회는 최근 후보대학 추천 과정과 관련해 심사위원 구성과 평가 방식, 부지 확보 및 사업 실현 가능성 등을 잇달아 문제 삼으며 재검토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주장 가운데 사실관계가 엇갈리는 부분은 향후 관계기관의 자료 공개와 검증을 통해 명확하게 가려질 필요가 있다.
그래서 이날 평화광장의 외침은 더욱 절박했다.
36년은 한 세대가 태어나 중년이 될 만큼 긴 시간이다. 그동안 서남권 주민들은 국립의대 설립을 기다렸고, 의료 인프라가 부족한 현실 속에서도 언젠가는 지역에서 중증·응급의료를 제대로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이어왔다.
이날 광장에 나온 주민들이 요구하는 것도 결국 그 기다림에 대한 공정한 답이었다.
국립의대 신설은 어느 지역의 승리와 패배를 결정하는 경기가 아니다. 국민의 세금으로 설립되는 국립의대라면 정치적 이해관계나 지역 간 힘겨루기가 아니라 의료취약도와 의료 접근성, 교육·병원 설립의 현실성, 지속 가능한 의료인력 양성이라는 원칙이 판단의 중심에 서야 한다.
그 원칙대로 평가가 이뤄졌다면 정부와 관계기관은 그 근거를 투명하게 설명하면 된다. 반대로 절차나 평가 과정에서 객관적으로 확인되는 문제가 있다면 바로잡는 것 또한 행정의 책임이다.
이날 평화광장에 모인 2000여명의 주민들이 원하는 것도 결국 그 답이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특혜가 아니라 공정한 기회다.”
36년을 기다린 서남권 주민들이 다시 거리로 나왔다. 휠체어를 타고 광장을 찾은 주민도, 손팻말을 든 어르신도, 가족과 함께 나온 시민도 같은 방향을 바라봤다.
평화광장에 어둠이 내려앉을수록 ‘전면 재심사’를 요구하는 목소리는 오히려 커졌다.
이날 2000여명이 만들어낸 함성의 끝에는 하나의 간절한 질문이 남았다.
전남 서남권 주민들이 36년 동안 기다려온 국립의대의 꿈이 과연 공정한 평가를 받을 기회조차 없이 여기서 끝나야 하는가.
그 질문에 이제 정부와 관계기관이 답해야 할 차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르포] 중력 6배에 짓눌려 기절 직전…전투기 조종사 비행환경 적응훈련(영상)](https://image.ajunews.com/content/image/2024/02/29/20240229181518601151_258_161.jpg)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