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이종섭 호주대사 임명' 1심 무죄…법원 "도피목적 단정 어려워"

  • "출국금지 알았다는 증거 없어…대통령 인사권 행사로 볼 여지"

  • 조태용·박성재 등 6명 전원 무죄…尹 측 "특검 항소 포기해야"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추석 연휴 중인 10월 1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25사단의 한 소초에서 열린 장병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 및 장병들과 콜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윤석열 전 대통령이 지난 2023년 추석 연휴 중인 10월 1일 경기도 연천군 육군 제25사단의 한 소초에서 열린 장병들과의 간담회에서 이종섭 당시 국방부 장관과 콜라로 건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해병대원 사망사건 수사 외압 의혹의 피의자였던 이종섭 전 국방부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해 해외로 도피시킨 혐의로 기소된 윤석열 전 대통령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았다. 법원은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의 출국금지 사실을 알았다고 볼 증거가 없고 호주대사 임명도 대통령의 인사권 행사로 볼 여지가 있다고 판단했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2부(조형우 부장판사)는 11일 범인도피·직권남용·국가공무원법 위반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윤 전 대통령에게 무죄를 선고했다.

함께 기소된 조태용 전 국가안보실장과 박성재 전 법무부 장관, 이시원 전 대통령실 공직기강비서관, 장호진 전 국가안보실장, 심우정 전 검찰총장도 모두 무죄를 선고받았다.

재판부는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호주대사로 임명하도록 지시할 당시 고위공직자범죄수사처(공수처)의 출국금지 조치를 알지 못했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을 '공수처에서 논란이 되는 인물' 정도로 추상적으로 인식했을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이 전 장관의 형사처벌 가능성을 구체적으로 인식하고 공수처 수사를 저지·방해하려는 의사가 있었다고 추단하기 어렵다"며 "호주대사 임명은 국가원수로서 고유한 인사권을 행사한 것으로 볼 여지가 있다"고 밝혔다.

대사 임명이 범인도피 행위에 해당하는지에도 의문을 제기했다. 외국 대사는 소재와 신분이 정부 간에 공식적으로 확인되고 상시 연락할 수 있어 일반적인 도피와 본질적으로 다르다는 취지다. 범인도피죄는 범인의 발견이나 체포를 불가능하게 하거나 현저히 곤란하게 한 경우에 성립하며, 수사 절차를 다소 지연하거나 번잡하게 한 것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설명했다.

윤 전 대통령이 이 전 장관을 출국시키기 위해 인사 절차를 형식적으로 진행하도록 하거나, 출국금지 해제를 부당하게 지시했다는 증거도 없다고 봤다. 나머지 피고인들의 행위 역시 통상적인 직무 수행으로 볼 여지가 있어, 범인도피에 관한 공모 관계를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직권남용 혐의도 증거가 부족하다며 무죄로 결론 내렸다.

순직해병 특검팀(이명현 특별검사)은 윤 전 대통령이 이른바 'VIP 격노' 의혹과 관련해 자신과 직접 통화한 이 전 장관에 대한 수사가 확대될 것을 우려해 호주대사 임명과 출국을 지시했다고 봤다.

이 전 장관은 2024년 3월 호주로 출국했다가 논란이 커지자 11일 만에 귀국해 대사직에서 물러났다. 특검은 윤 전 대통령에게 징역 5년을 구형했다.

윤 전 대통령 법률대리인단은 선고 직후 "법리와 기록에 비춰보면 지극히 당연한 결론"이라고 밝혔다. 이어 "정치적 비판의 대상이 된다고 곧바로 범죄가 성립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형사책임은 정치적 평가가 아니라 엄격한 법리와 증거에 따라 판단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울러 "채상병 사건의 직권남용 혐의에 대해서는 판결에 승복하고 항소를 포기하는 것이 마땅하다"며 특검에 항소 포기를 요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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