직접 타본 폭스바겐의 ‘투아렉 파이널 에디션’은 화려함보다 기본기에 힘을 준 차였다. 큰 차체와 디젤 엔진을 품었지만, 주행에서는 예상보다 더 안정적이었다. 2002년 첫선을 보인 플래그십 프리미엄 스포츠유틸리티차(SUV) 투아렉은 올해 생산 종료를 앞두며 파이널 에디션을 판매하고 있다.
10일 서울 종각에서 출발해 양평 만남의 광장을 거쳐 경기도 가평군까지 약 74㎞를 달려봤다. 도심 정체 구간부터 자동차전용도로, 굽은 국도까지 이어져 투아렉의 일상 주행과 장거리 성능을 두루 확인할 수 있는 구간이었다.
주행에서 가장 인상적이었던 건 단연 여유로운 힘이다. 실제 투아렉에 들어간 V6 3.0 TDI 엔진은 최고출력 286마력, 최대토크 61.2㎏·m를 발휘한다. 가속 페달을 깊게 밟지 않아도 묵직한 차체를 강하게 밀어냈고, 속도를 높이는 과정에서는 디젤 차량 특유의 힘이 느껴졌다.
주행 모드를 스포츠로 바꾸자, 차의 성격이 달라졌다. 차체가 노면에 더 밀착되는 느낌과 함께 가속 반응이 빨라졌다. 와인딩 구간에서는 연속되는 급한 코너링에도 큰 SUV 특유의 출렁임이 생각보다 크지 않았다. 출발 시 안전벨트로 한 번 더 몸을 잡아주는 기능 덕에 몸도 크게 흔들리지 않았다.
주행 내내 차체는 비교적 민첩하게 따라왔다. 좁은 코너를 돌 때 뒷바퀴까지 조향하는 올 휠 스티어링이 차체를 한층 작게 느끼게 했다. 투아렉은 시속 37㎞ 이하에서는 앞뒤 바퀴가 반대 방향으로 움직여 회전반경을 줄이고, 그 이상에서는 같은 방향으로 움직여 안정성을 높인다.
에어 서스펜션을 직접 조절할 수 있는 점도 눈에 띄었다. 센터 콘솔의 다이얼을 돌리면 차체 높이를 바꿀 수 있는데 차고를 낮추자 고속 주행에서 차체가 한층 안정적으로 가라앉는 느낌이 들었다. 반대로 높이면 울퉁불퉁한 노면, 경사 있는 곳을 지날 때 부담을 덜 수 있다.
실내에서는 특히 천장 대부분을 덮는 파노라마 선루프가 눈길을 끌었다. 뒷좌석까지 길게 이어진 선루프를 열자, 큰 차체에 걸맞은 시원한 개방감을 느낄 수 있었다.
다만 디지털 계기판이나 인포테인먼트는 아쉬웠다. 최근 출시한 차량과 비교하면 직관성이 떨어지거나, 전달해 주는 정보가 부족했다. 실내의 세부 디자인 역시 플래그십 SUV라고 하기엔 충분치 않아 보였다.
그럼에도 투아렉은 안정적인 승차감에 여유로운 힘의 조화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매력적인 선택지가 될 것으로 보인다. 전동화 전환 속에서 24년 역사를 마무리하는 모델이지만, 큰 차체를 쉽게 다룰 수 있는 조향감과 에어 서스펜션 조절 등은 마지막까지 존재감을 드러낼 만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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