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헌론 재점화] 여야 합의 없으면 사실상 불가능…열쇠 쥔 국민의힘

  • 野, 109석 확보해 개헌 저지선 사수…與 필요 '반란표' 11표

  • 정점식 "李 정부서 개헌 없어"…전문가들 "주도권 양보해야"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점식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지난 8일 국회에서 열린 정기국회 제4차 본회의에서 교섭단체 대표 연설을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정치권에서는 헌법을 개정하기 위한 첫 번째 조건으로 '여야 합의'를 꼽는다. 제1야당인 국민의힘 측 찬성을 끌어내지 못하면 개헌안이 국회 본회의 문턱을 넘는 게 불가능에 가깝기 때문이다. 이에 여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개헌의 문을 열려면 논의의 주도권을 양보하는 수준까지 국민의힘을 배려해야 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

9일 정치권에 따르면 개헌의 열쇠는 국민의힘이 쥐고 있다는 분석에 힘이 실린다. 이른바 '개헌 저지선'을 지키고 있는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하면 본회의 통과가 어렵기 때문이다.

개헌을 위해서는 크게 세 가지 문을 거쳐야 한다. 첫 번째로 재적의원(현재 299명) 과반수가 헌법 개정안을 발의해야 한다. 또는 대통령이 국무회의 심의를 거쳐 개헌안을 발의할 수 있다. 두 번째로 국회 본회의에서 재적의원 3분의 2 이상 찬성을 받아야 한다. 세 번째로 국민투표를 통해 유권자 과반수 투표와 투표자 과반수 찬성을 얻어야 한다.

따라서 현재 109석을 보유하고 있는 국민의힘 의원들이 모두 반대한다면 개헌안이 가결될 가능성은 없다. 지난 5월에도 우원식 당시 국회의장 주도로 개헌안이 본회의에 상정됐지만 국민의힘이 당론으로 반대했고, 소속 의원들이 투표에 참여하지 않으면서 투표가 성립되지 않았다.

국민의힘은 이재명 대통령이 삼권분립을 파괴하는 동시에 연임 개헌을 도모하고 있다고 주장하면서 개헌 반대 명분으로 삼고 있다. 아울러 민주당이 제시한 '점진적 개헌'에 대응해 다각적이고 심도 있는 논의를 통해 완성된 새 헌법을 만들어야 한다는 '일괄 개헌론'을 내세우고 있다.

이와 관련해 정점식 원내대표는 전날 교섭단체 대표 연설에서 "이번 정부에서 개헌은 없다. 명백하게 위헌을 저지르고 개헌으로 사적 이익을 도모하는 세력과 절대로 개헌을 논의하지 않겠다"고 쐐기를 박았다.

전문가들은 여당이 '야당 주도 개헌'을 제시해 국민의힘을 공론의 장으로 불러나와야 한다고 조언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끌려가는 판국에서 국민의힘이 개헌을 하려고 하겠냐"며 "국민의힘이 개헌 주도권을 쥐도록 배려해줘야 한다. 야당 주도로 권력 구조만 바꾸자고 하면 국민의힘도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고 분석했다.

정부와 여당이 불신을 자초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차진아 고려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제왕적 대통령제는 개선하지 않고 (중임·연임으로) 임기만 늘리는 내용이 골자가 되면 '87년 체제'의 문제점을 심화시킬 수 있다"며 "개헌과 관련된 말도 계속 바뀌고 있어 정부·여당을 믿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민주당이 국민의힘과 합의하는 대신 '반란표' 확보를 시도할 수 있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조국혁신당·진보당·개혁신당·기본소득당·사회민주당 등과는 지난 개헌 논의 때 공감대를 형성한 만큼 국민의힘에서 11명만 찬성을 확보하면 개헌에 필요한 200명을 확보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일부 국민의힘 의원은 개헌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히기도 했다.

다만 실제 표결 시 당론에 반하는 선택을 하는 게 쉽지 않은 데다 여야 합의 없이 개헌안을 처리하는 데 대한 정치적 부담이 상당해 여당이 해당 선택지를 고를 가능성은 크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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