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의 일본 요코하마 첨단 패키징 연구개발(R&D) 거점 구축 등 글로벌 반도체 기업들의 일본 내 '입지 경쟁'이 주목 받고 있다. 이미 남부 구마모토와 서남부 히로시마에 각각 대만 TSMC와 미국 마이크론이 생산기지를 조성한 가운데 삼성전자는 수도권을, SK하이닉스는 동북부를 주목하며 차별화된 입지를 찾아 나서는 모습이다.
9일 업계에 따르면 삼성전자는 전날 도쿄와 인접한 가나가와현 요코하마에 '어드밴스드 패키지 랩(APL)'을 열었다. 요코하마는 대학과 연구기관은 물론 레조낙·디스코 등 첨단 패키징 관련 소재·장비업체도 인근에 있다. 삼성전자는 일본 50여개 기업과 협력해 현지에서 소재 평가와 시제품 제작까지 진행하며 차세대 패키징 기술 개발 기간을 단축한다는 구상이다.
SK하이닉스의 일본 내 생산 거점으로 미야기현이 거론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야기현에는 도쿄일렉트론을 비롯한 소부장 업체와 도호쿠대 등 산학연 기반이 형성돼 있고, 센다이 인근에는 대규모 산업용지와 용수·전력 인프라도 갖춰져 있다.
특히 미야기현 바로 북쪽 이와테현의 경우 SK하이닉스가 협력 확대 가능성을 언급한 키옥시아의 기타가미 낸드 공장이 있다. 키옥시아는 이곳과 일본 중부 미에현 요카이치 등 2곳을 핵심 메모리 생산기지로 운영한다. 최근 기타가미 공장에 1조엔(약 8조7000억원) 이상을 투자해 신규 반도체 공장을 건설한다고 발표하기도 했다.
SK하이닉스는 특수목적회사(SPC)를 통해 키옥시아 지분 14.17%에 대한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는 단일 최대주주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최근 키옥시아와 공동 생산뿐 아니라 R&D와 공급망을 공유하는 방안을 선택지로 제시했다. 미야기를 택할 경우 기존 생산시설과 입지가 겹치지 않으면서도 도호쿠 지역의 소부장 생태계와 키옥시아 생산망을 연계할 가능성이 있다.
앞서 TSMC는 규슈 구마모토에 파운드리 생산기지를, 마이크론은 히로시마에 D램 생산·R&D 거점을 구축했다. 일본 정부는 TSMC 공장에 최대 1조2080억엔(약 10조3200억원)을, 마이크론 공장에 최대 5360억엔(약 5조7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후발 주자인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기존 대형 생산 거점에 합류하기보다 인력과 소부장 공급망, 용수·전력, 연구기관 등 각자 필요한 조건을 갖춘 지역을 직접 찾겠다는 구상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SK하이닉스는 키옥시아와 협력을 통해 낸드 경쟁력과 생산물량을 확대하고 메모리 1위 지위를 공고히 하려는 전략으로 보인다"며 "삼성전자는 일본에 생산라인을 구축하기보다 기술력이 앞선 현지 소부장 기업과 R&D 협력을 강화하는 방향이 더 유리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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