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외교가 주요 2개국(G2) 사이에서 잇따른 현안에 직면했다. 미국은 한국을 향해 호르무즈 파병을 압박하고 있고, 중국과는 광주 비엔날레에서 발생한 '대만관' 명칭 사용과 왕이 중국공산당 중앙외사판공실 주임 겸 외교부장의 한반도 '두 국가' 발언으로 인한 인식 차이가 불거졌다. 한미·한중 관계를 안정적으로 관리해야 하는 이재명 정부의 '실용외교'의 중요성이 더욱 부각된 모양새다.
박두순 외교부 대변인은 8일 서울 외교부 청사에서 열린 정례 브리핑에서 "호르무즈 자유 항행의 조속한 회복과 중동의 평화와 안정을 위해 국제사회와 긴밀히 협의 중이나 구체적인 방안은 결정된 바 없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비엔날레 사태는 민간 판단 하에 이뤄진 것으로 우리 정부의 대만 입장과는 무관하다. 한중 관계에 영향을 미치지 않길 희망한다. 한중 양국 간 상호 존중과 호혜 정신에 입각해 긴밀한 소통을 지속할 필요가 있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특히 청와대가 최근 호르무즈 파병을 검토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범여권 내부에서도 불만의 목소리가 나온다. 일각에서는 호르무즈 파병을 통해 한미 동맹을 강화할 수는 있지만, 이란 등 중동과의 관계가 악화될 수 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한국에 있어서는 양날의 검인 셈이다.
이와 함께 주중대사관 관계자는 전날 현지 한국 특파원들에게 광주비엔날레 대만관 명칭 사용 논란과 관련해 "(양국이) 인식 차이는 조금 있는 것 같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외교부는 해당 논란에 대해 문화예술계에 중앙정부가 관여할 수 없다며 정부의 공식 입장이 아니라고 선을 그었지만, 인식 차이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해당 논란 이후 정부는 1992년 한중 수교 공동성명에 적시된 '대한민국 정부는 중화인민공화국 정부를 중국의 유일 합법 정부로 승인하며 오직 하나의 중국만이 있고, 대만은 중국의 일부분이라는 중국의 입장을 존중한다'는 입장 자체에 변함이 없다고 설명했다.
아울러 왕이 부장이 지난달 남북을 '두 개의 국가'라고 표현한 것에 대해 정부가 문제를 제기한 것으로 알려졌다. 위성락 국가안보실장은 지난달 28일 비공개 간담회에서 "두 국가론은 북한의 입장이다. 우리 정부의 입장이 아니기 때문에 중국 정부에 필요한 조치를 했다"며 "한국과 중국이 수교할 때 만들어진 합의에 따르면 중국은 우리의 통일을 지지하는 것으로 돼 있다"고 밝혔다.
또 "자칫하면 오해의 소지가 있을 수 있고, 우리 입장과도 맞지 않는다. '두 국가'가 되면 통일이 멀어지기 때문에 오해를 야기할 수 있는 표현을 사용하지 말라고 당부했다"고 전했다.
다만 한미·한중 관계에 긍정적인 요인도 존재한다. 한국의 대미투자가 임박했고, 최근 대한민국 해외긴급구호대(KDRT)가 중국인 1명을 네팔 대홍수 발생 10일 만에 구조하는 일도 있었기 때문이다.
민정훈 국립외교원 미주연구부 교수는 아주경제와 통화에서 "한미 관계의 의제들이 복합적으로 얽혀 있어 실타래 풀듯이 풀어나가야 한다"며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대미투자에 관심을 갖고 있는 만큼 대미투자 성과와 호르무즈 압박을 해결해 나가면 전반적으로 한미 관계 전반을 강화시킬 것"이라고 말했다. 양국 간의 소통이 중요하다고 피력한 것이다.
강준영 한국외대 중국학과 교수도 "인식의 차이가 있다는 것을 상대방에게 강요하지 말고 서로 인정하는 것이 한중 관계의 새로운 출발점"이라며 중국을 향해 필요할 때는 목소리를 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를 통해 한국 외교의 자율성이 지켜져야 한다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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