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이 항구도시를 넘어 ‘커피도시’라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 구축에 속도를 내고 있다.
1884년 부산에서 확인된 조선인의 커피 음용 기록을 역사적 자산으로 삼고, 지역의 스페셜티 커피 문화와 관광·산업을 연결해 부산만의 커피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부산시와 부산테크노파크는 오는 12일 수영구 밀락더마켓에서 시민 참여형 커피 문화 행사 ‘2026 부산은 커피데이’를 개최한다.
올해 행사는 부산의 로컬 로스터리 8곳과 서울지역 로스터리 3곳, 해외 로스터리 1곳이 참여한다. 다양한 원두 시음과 판매를 비롯해 핸드드립, 커피 칵테일, 로스팅 체험, 향미를 탐색하는 아로마 프로그램, DJ 공연, 웰니스 러닝 등 커피를 문화와 라이프스타일에 접목한 프로그램도 선보인다.
부산이 ‘커피도시’를 내세우는 배경에는 다른 지역과 차별화되는 역사적 기록이 있다. '해은일록'에는 1884년 부산해관 감리서에서 근무하던 민건호가 ‘갑비차(甲斐茶)’를 대접받았다는 기록이 남아 있다.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진 1896년 아관파천 당시 고종의 커피 음용보다 12년 앞선 기록이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이를 현재 확인된 기록 가운데 조선인이 부산에서 커피를 마셨다는 이른 시기의 문헌 기록으로 보고 ‘커피도시 부산’의 역사적 스토리로 활용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 라이프산업단 라이프센터 이채윤 부장은 “관련 전문가들과 '해은일록' 기록 등을 확인하면서 시작된 이야기”라며 “조선인이 커피를 마셨다는 기록이 부산에서 확인됐다는 의미로 보면 된다”고 설명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커피데이’를 계기로 부산의 커피 문화를 산업과 관광으로 확장하는 데 힘을 싣고 있다. 최근 수년간 커피 관련 기업 지원사업과 연구개발, 국제 세미나 등을 이어오면서 커피를 하나의 지역 산업으로 키우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에 따르면 최근 몇 년 동안 부산에서 유치한 관련 공모사업 규모도 약 200억원에 이른다.
원두 추적 시스템을 비롯한 연구개발과 기업 지원 사업도 추진하고 있다. 커피를 마시는 문화에서 한 발 더 나아가 제조와 기술, 관광까지 연결하는 산업 생태계를 만들겠다는 것.
부산의 또 다른 강점은 항만이다. 해외에서 들어오는 커피 원두가 부산항을 거치는 만큼 물류 측면에서 유리한 조건을 갖고 있다. 다만 원두가 부산을 통과하는 것과 지역에서 부가가치를 만드는 것은 다른 문제다. 커피 제조와 가공, 로스팅, 유통 분야의 기업들이 부산에 자리 잡아야 커피산업의 외연도 넓어질 수 있다.
이 부장은 “메이저급 생산업체나 로스팅 업체들이 부산에 들어와 산업 기반을 만들어 주면 가장 좋지만 기업 입장에서 부산으로 이전할 충분한 메리트를 만드는 것이 쉽지만은 않다”며 “현재는 산업 기반을 만들어가는 초기 단계”라고 말했다.
부산테크노파크가 우선 주목하는 분야는 스페셜티 커피다. 부산에는 국내외 커피 대회에서 이름을 알린 바리스타와 로스터들이 활동하고 있고, 전국적으로 인지도를 확보한 로컬 커피 브랜드도 성장하고 있다.
부산테크노파크는 이 같은 민간 커피 문화를 도시 브랜드와 연결하면 강릉이나 제주 등 다른 커피도시와도 차별화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궁극적인 목표는 부산을 찾는 관광객의 여행 동선에 ‘커피’를 자연스럽게 넣는 것이다.
이 부장은 “대전에 가면 성심당을 찾듯 부산에 여행을 오면 맛있는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부산의 원두나 커피 상품 하나쯤 사가는 모습을 생각하고 있다”며 “부산에 오면 커피는 꼭 한 잔 마시고 간다는 인식이 만들어지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부산이 지향하는 커피도시는 생산지가 아니라 ‘소비와 문화, 관광의 도시’에 가깝다. 뉴욕이나 런던처럼 커피 원산지가 아니더라도 독특한 카페 문화와 소비 경험을 통해 세계적인 커피도시가 된 사례처럼 부산도 항만과 관광, 스페셜티 커피 문화를 결합해 도시 이미지를 구축한다는 전략이다.
이번 ‘부산은 커피데이’ 역시 그 흐름의 하나다. 142년 전 부산에서 기록된 한 잔의 커피가 지역 로스터리와 관광, 문화 콘텐츠를 연결하는 새로운 도시 브랜드로 확장될 수 있을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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