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와 일본이 양국 관계 악화의 책임을 서로에게 돌리며 외교적 공방을 벌이고 있다. 쿠릴 4개 섬(일본명 북방영토)을 둘러싼 영유권 갈등에 일본의 미국·호주와의 공동 군사훈련까지 맞물리면서 양국 간 긴장이 높아지는 모습이다.
2일 교도통신에 따르면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상하이협력기구(SCO) 정상회의 참석을 위해 방문한 키르기스스탄에서 기자들과 만나 "현재 관계 악화는 모두 일본의 책임"이라고 주장했다.
푸틴 대통령은 러시아가 일본과의 관계를 악화시키는 행동을 하지 않았으며 그동안 신중하게 대응해 왔다는 입장을 밝혔다. 쿠릴 4개 섬 문제를 포함한 평화조약 체결에 대해서도 러시아 측은 논의할 의사가 있었다고 강조했다.
특히 자신의 쿠릴 4개 섬 방문에 일본 정부가 강하게 반발한 것을 두고 "러시아에 대한 그들의 자세 전반에 대해 놀라고 있다"고 말했다.
일본 정부는 즉각 반박했다. 일본 정부 대변인인 기하라 미노루 관방장관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현재의 엄중한 일·러 관계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략에 기인한 것"이라며 "일본 측에 책임이 있다는 식의 발언은 받아들일 수 없다"고 밝혔다.
다만 러시아와의 대화 가능성은 열어뒀다. 기하라 장관은 "러시아는 우리나라의 이웃인 만큼 양국 관계를 적절히 관리하는 것이 중요하다"며 일본의 국익을 고려해 대응하겠다는 입장을 내놨다.
양국 갈등의 중심에는 쿠릴 4개 섬이 있다. 러시아는 소련이 1945년 제2차 세계대전 막바지에 점령한 이후 이 지역을 실효 지배하고 있지만 일본은 영유권을 주장하고 있다. 양국은 영토 문제로 제2차 세계대전 종전 이후 현재까지 평화조약을 체결하지 못했다.
특히 푸틴 대통령이 지난달 13일 쿠릴 4개 섬 가운데 하나인 이투루프(일본명 에토로후)를 전격 방문하면서 양국 간 신경전이 다시 격화됐다.
군사적 긴장도 높아지고 있다. 일본이 미국·호주와 대규모 공동훈련을 추진하자 러시아는 '대항 조치'까지 예고했다.
NHK에 따르면 마리야 자하로바 러시아 외무부 대변인은 지난 1일 기자회견에서 일본의 공동훈련 계획과 관련해 주러시아 일본대사관에 우려를 전달했다고 밝혔다.
자하로바 대변인은 "러시아 국경 부근에서의 도발적인 군사 활동을 절대 용인하지 않겠다고 강하게 지적했다"며 러시아의 안보를 지키기 위해 "상응하는 대항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일본 육상자위대는 오는 8일부터 24일까지 미군·호주군과 공동훈련 '오리엔트 실드'를 실시할 예정이다. 훈련 지역에는 러시아와 인접하고 쿠릴 4개 섬과 맞닿은 홋카이도도 포함된다.
일본 측은 러시아에 자국의 입장을 설명했다며 양국 간 현안을 놓고 소통을 이어가겠다는 입장이다. 쿠릴 4개 섬을 둘러싼 해묵은 영토 갈등에 우크라이나 전쟁과 군사훈련 문제가 더해지면서 러·일 관계의 냉각 국면이 당분간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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