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창(窓)]'한 가지 소원'의 울림, 천년 갓바위가 도심으로 걸어 나온 이유는?

제25회 갓바위소원성취축제 포스터사진경산시
제25회 갓바위소원성취축제 포스터.[사진=경산시]
팔공산 관봉 850m 정상, 거친 비바람 속에서도 천 년의 세월을 한결같이 자리를 지켜온 부처님.

머리에 두께 15cm의 평평한 방형 돌판을 얹어 흔히 '갓바위'라 불리는 보물 제431호 '경산 팔공산 관봉 석조여래좌상'이다.

왼손에 조그만 약항아리를 들고 계신 약사여래불은 예부터 중생의 질병을 고치고 고단한 삶의 시름을 거두어 주는 부처로 통했다.

신라 선덕여왕 시절, 의현대사가 돌아가신 어머니의 넋을 기리기 위해 밤낮없이 정을 쪼아 새겼다는 전설이 여기에서 비롯됐다.

밤이면 용왕이 촛불을 밝히고 낮에는 학이 먹을 것을 물어다 주었다던 그 지극한 정성 때문일까.

갓바위에는 예부터 "지성으로 기도하면 평생 한 가지 소원은 반드시 들어준다"는 영험한 구전이 훈장처럼 따라붙는다.

왜 하필 '모든 소원'이 아닌 '단 한 가지'일까. 불교의 일심감응(一心感應)이 말해 주듯 온갖 탐욕과 잡념을 비워내고 오직 하나의 절박함에 전념할 때 비로소 그 정성이 하늘에 닿기 때문일 것이다.

부처님 머리의 돌판이 선비의 갓이나 학사모를 닮아 해마다 수능 철이면 1360개 돌계단을 마다하지 않고 자녀의 합격을 빌러 오르는 어버이들의 촛불 행렬이 장관을 이루는 이유도 '단 하나의 절박함'과 맞닿아 있다.

그 간절한 소원의 정체성을 담아온 '경산갓바위소원성취축제'가 올해로 25회를 맞아 24년 만의 위대한 대전환을 선언했다.

그동안 와촌면 산자락 주차장에서 열리며 가파른 산길에서 수없이 오르락내리락 했던 수많은 인파들이 이제는 24년의 역사를 뒤로하고 제25회 축제는 경산시내 도심인 경산생활체육공원 온마루광장으로 무대를 전격 옮긴 것이다.

이번 장소 이전은 단순한 행사장 이동을 넘어선다.

갓바위의 영험함과 소원의 가치는 그대로 품어 안되 가파른 산길을 오르기 힘겨웠던 어르신과 아이들, 그리고 전국의 방문객에게 소원의 문턱을 획기적으로 낮추겠다는 대담한 행보다.

축제의 문턱은 낮추고 남녀노소 시민과 외지 방문객을 도심 한복판으로 끌어들이는 동시에, 축제장을 도심에 두고 와촌 갓바위 현지를 잇는 '전국 사찰런' 등 연계 프로그램을 가동하고, 도심의 축제 열기는 와촌의 골목상권과 지역 경제로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정교한 상생의 고리를 완성했다.

화합의 야단법석 법회와 소원 비빔밥 공양, 힐링 음악회가 도심을 물들이는 동안, 천년 갓바위 부처님의 자비로운 미소는 이제 산성을 넘어 경산시 전체를 밝게 비추게 될 것이다.

천년의 세월 동안 오직 중생의 절박한 소원 하나만을 품어온 갓바위 부처님.

이제 그 묵직한 자비의 품이 산성을 넘어 도심 한복판으로 넓게 퍼져나갈 '경산갓바위소원성취축제'.

도심으로 걸어 나온 천년의 소원 바람이 고단한 현대인들의 삶에 따스한 위로를 건네고 경산의 새로운 내일을 밝게 조명하는 커다란 마중물이 되기를.

갓바위가 천년 동안 그랬듯, 그 소원 하나를 오래 품어줄 곳이 우리 곁에 있다는 것만으로도 때로는 살아갈 힘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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