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관 마약수사 외압 의혹'을 제기해 온 백해룡 경정이 대기발령 조치를 받았다. 경찰은 감찰 부서의 요청에 따른 인사라고 설명했지만, 백 경정은 초대 중대범죄수사청장 후보자 인사 검증이 진행되는 시점에 사실상 직무에서 배제됐다며 반발했다.
2일 서울경찰청에 따르면 백 경정은 이날 자로 경무부 경무기획과 대기 근무를 명받았다. 백 경정은 서울 강서경찰서 화곡지구대장으로 근무해 왔다.
경찰 관계자는 "감찰 기능의 요청에 따른 조치"라고 밝혔다. 백 경정은 세관 마약 사건 수사 기록을 무단 반출하고, 비실명화하지 않은 자료를 취재진과 사회관계망서비스(SNS)에 공개한 혐의 등으로 감찰을 받았다.
앞서 서울동부지검 세관 마약 밀수 연루 의혹 합동수사단은 백 경정이 파견 기간 각종 법령을 위반하고 수사 정보를 유출했다며 경찰에 징계를 요구했다. 서울경찰청은 지난 1월 감찰에 착수했다. 감찰 결과나 구체적인 징계 수위는 아직 공개되지 않았다.
백 경정은 대기발령 시점에 의문을 제기했다. 그는 이날 페이스북에 "국민의 천거를 받아 지난달 28일부터 행정안전부의 후보자 검증 절차에 응했고, 현재 대통령비서실의 후보자 인사 검증을 받고 있다"고 밝혔다.
이어 "인사 검증이 한창 진행 중인 시점에 서울경찰청이 경무부 경무기획과 대기 근무를 명했다"며 "현 보직에서 사실상 직무를 배제하고 징계 절차를 진행하기 위한 대기발령"이라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박정보 서울경찰청장에게 자신의 중수청장 후보 천거와 인사 검증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 물었다고도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면 왜 하필 지금이냐"며 "이번 대기발령과 징계 절차가 누구의 지시와 판단에 따른 것인지, 징계의결 요구가 이뤄졌다면 누가 언제 어떤 사유와 근거로 요구했는지 답해 달라고 요청했지만 답은 없었다"고 언급했다.
이번 인사와 2023년 세관 마약 사건 수사 이첩 논란의 연관성도 제기했다. 박 청장이 당시 서울경찰청 수사차장으로 근무하며 사건 이첩을 검토했던 지휘선상에 있었다는 이유에서다.
백 경정은 "당시 서울경찰청장은 김광호였고, 김봉식 수사부장과 박정보 수사차장으로 이어지는 지휘라인의 판단과 지시가 공개적으로 문제 된 바 있다"며 "3년이 지난 지금 당시 수사차장이었던 박 청장이 서울경찰청장으로 있는 상황에서 다시 대기발령을 받았다"고 주장했다.
백 경정은 대기발령이 중수청장 후보 적격 심사에 영향을 줄 가능성도 언급했다. 그는 "결과적으로 후보자 자격에서 배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작용하는 것은 아닌지 강한 의문을 갖지 않을 수 없다"며 "인사 검증과 징계 절차를 피하지 않겠지만 검증이 끝날 때까지 국민 천거와 국가의 공식 검증 절차를 존중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다만 백 경정이 초대 중수청장 후보군에 포함돼 대통령실 인사 검증을 받고 있다는 데 대해서는 정부의 공식 확인이 나오지 않았다. 대기발령과 중수청장 인사 검증 사이에 연관성이 있다는 주장 역시 현재까지 백 경정이 제기한 의혹이다.
백 경정은 2023년 서울 영등포경찰서 형사과장으로 근무하며 말레이시아 국적 마약 밀수 조직과 인천공항세관 직원들의 공모 의혹을 수사했다. 그는 당시 경찰 지휘부 등으로부터 수사 외압을 받았다고 주장해 왔다.
백 경정은 지난해 10월 서울동부지검에 꾸려진 합수단에 합류했지만, 임은정 서울동부지검장 등 지휘부가 실효적인 수사 권한을 부여하지 않았다고 반발한 뒤 약 3개월 만에 파견을 종료했다.
합수단은 지난 2월 최종 수사 결과를 발표하며 백 경정이 제기한 세관 직원 연루 의혹이 사실무근이라고 결론 내렸다. 백 경정이 실체적 진실과 다른 방향으로 수사를 유도했다는 비판도 내놨다.
이에 백 경정은 서울동부지검의 수사 결과 공보가 자신의 인격을 모독하고 명예를 훼손했다며 지난달 임 검사장을 직권남용권리행사방해·허위사실 적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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