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사설│기본·원칙·상식] 1인당 의료비 435만 원 시대, 건보 재정·지출구조 전면 재설계할 때다

사진아주경제 DB
[사진=아주경제 DB]
지난해 우리나라 국민의료비 지출이 225조원에 육박하며 역대 최대치를 갈아치웠다. 보건복지부와 국민건강보험공단이 발표한 ‘2025년 국민보건계정’ 통계에 따르면, 지난해 국민의료비 총액은 224조9936억원으로 전년 대비 3.8%(약 8조 4000억원) 늘어났다. 국민 1인당 평균 의료비 지출액 역시 435만3000원에 달하며 사상 최고치를 찍었다. 국내총생산(GDP) 대비 국민의료비 비중 또한 8.4%까지 치솟았다. 코로나19 종식 여파로 일시적 조정을 겪었던 2023년(203조4000억원)을 제외하면, 국민의료비는 매년 가파른 상승 곡선을 그리며 국가 경제와 보건재정에 심각한 압박을 가하고 있다.

항목별 세부 구성을 들여다보면 왜곡된 의료 이용 실태와 재정 누수 요인이 고스란히 드러난다. 의료기관과 약국 등에서 직접 쓰인 ‘개인의료비’는 208조3000억원(전체의 92.6%)으로 사상 처음 200조원 고지를 넘어선 반면, 예방과 방역 등 공중보건 사업에 투입된 ‘집합보건의료비’는 16조7000억원(7.4%)에 불과했다. 기능별로는 개인의료비 중 외래진료 지출액이 72조6000억원(32.3%)으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했고, 입원 치료비와 의약품 구입비가 뒤를 이었다. 공급자별로도 상급병원 쏠림 현상과 병·의원 간 매출 격차 확대, 약국 및 치료재료비의 동반 상승세가 뚜렷했다. 초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만성질환 인구의 폭증, 고가 신의료기술 확산, 과도한 외래 이용을 부추기는 비급여 진료 중심의 시장 왜곡이 맞물려 빚어낸 결과다.

국민의료비의 폭발적 증가는 거시경제와 미래세대에 감당하기 힘든 파급효과를 예고한다. 생산연령인구가 급감하는 인구절벽 속에서 의료비만 팽창하는 기형적 구조는 가계의 가처분소득과 소비 여력을 위축시키고, 건보 재정의 조기 고갈을 앞당겨 국가 재정 건전성을 뿌리째 흔들 수 있다. 세대 간 형평성 훼손도 심각하다. 일하는 청년·장년층이 짊어져야 할 사회보험료와 조세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세대 갈등의 뇌관이 될 공산이 크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천문학적 돈을 쏟아붓고도 필수의료 기피와 지역 의료 붕괴는 갈수록 악화되는 보건의료 전달체계의 총체적 불균형에 직면해 있다는 점이다.

정부는 보건의료의 재원 조달 방식과 지출구조를 근본부터 전면 재설계하는 정책적 결단을 내려야 한다. 건보료 인상이나 세금을 쏟아붓는 국고지원 확대 같은 손쉬운 미봉책으로는 다가올 재정 파탄을 막을 수 없다. 진료량이 늘어날수록 수익이 커지는 행위별 수가제의 구조적 폐단을 뜯어고쳐 의료 질과 치료 결과를 반영하는 가치기반 수가제와 성과연동제를 과감히 도입해야 한다. 아울러 실손보험과 결합해 팽창하는 과잉 비급여 진료에 대한 강력한 관리·감독망을 구축해야 마땅하다.

재원 조달 측면에서도 급격한 인구구조 변화에 발맞춰 기존의 근로소득 중심 부과 체계를 넘어 고액 자산과 금융소득 등 다각화된 소득 기반으로 건보료 부과 체계를 개편하는 방안을 신중히 검토할 때다. 대형병원 입원과 고비용 치료 중심의 사후약방문식 지출에서 벗어나, 1차 의료기관 기반의 만성질환 예방·관리 중심으로 물길을 돌리는 지출구조 혁신만이 ‘1인당 의료비 435만원 시대’의 지속가능성을 담보하고, 붕괴 위기의 필수의료를 살려낼 유일한 해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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