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실종 신고가 접수된 여성이 석 달 만에 숨진 채 발견된 가운데, 사건을 담당했던 경찰관이 실제로는 실종자와 통화하지 않고도 연락이 닿았다고 보고한 사실이 드러나 경찰 수사에 대한 불신이 커지고 있다.
1일 방송되는 MBC 'PD수첩'은 '수사권 독립 D-31-흔들리는 경찰, 신뢰의 조건' 편을 통해 실종 사건 임의 종결부터 수사 왜곡, 뇌물 사건, 내부 비위 감찰 논란까지 경찰 수사를 둘러싼 문제를 집중 조명한다.
지난달 24일 제주에서는 지난 5월 실종 신고가 접수됐던 장미란 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최초 신고 당시 담당 경찰관은 장 씨와 연락이 닿았으며 본인이 행적을 알리고 싶어 하지 않는다는 이유로 신고 접수 약 2시간 30분 만에 사건을 종결했다.
하지만 두 달 뒤 가족들의 재신고로 수사가 재개되면서 담당 경찰관이 장 씨와 실제로 통화한 사실이 없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이후 지난달 22일부터 사흘 동안 제주에서 실종자 4명이 잇따라 숨진 채 발견되면서 해당 수사관이 임의 종결했던 실종 사건들을 대상으로 전수조사가 시작됐다.
'PD수첩'은 경찰 수사 과정에서 피해자와 가해자가 뒤바뀌었다는 의혹이 제기된 과거 사건도 다시 들여다본다.
2018년 여자친구를 감금·폭행한 혐의로 구속돼 이른바 '광주 데이트 폭력 1호 사건' 피의자로 알려졌던 손솔빈 씨가 그 주인공이다. 'PD수첩'에 따르면 손 씨는 오히려 여자친구로부터 지속적인 폭언과 폭행을 당했다고 주장했으며, 자신의 결백을 입증할 수 있는 현장 폐쇄회로(CC)TV 확인을 요청했지만 수사 과정에서 받아들여지지 않았다.
방송은 경찰이 손 씨가 여자친구의 폭행을 피하는 모습을 상대를 밀쳐 넘어뜨린 장면으로 수사보고서에 기재하는 등 수사 과정에 문제가 있었다고 전한다. 이후 법원은 손 씨에게 적용된 핵심 혐의에 대해 무죄를 선고했지만, 손 씨는 이미 약 8개월 동안 구금 생활을 한 뒤였다.
'PD수첩'은 국가인권위원회 조사와 경찰청 내부 조사 등을 통해 수사 과정의 문제점이 확인됐음에도 관련 경찰관들의 공식 사과는 없었다고 전하며, 사건 이후 8년간 이어진 손 씨의 피해를 조명한다.
경찰의 수사종결권이 금품과 맞바뀐 사건도 다룬다.
2021년 검·경 수사권 조정 이후 경찰의 자체 사건 종결 권한이 확대된 가운데, 의정부경찰서 소속 한 경찰관은 대출 사기 브로커로부터 수억원대 뇌물을 받고 관련 수사를 무마해준 혐의로 재판에 넘겨져 징역 6년과 약 2억5000만원의 벌금형을 선고받았다.
'PD수첩'이 확보한 자료에는 해당 경찰관이 브로커에게 "돈 입금해 줘. 나한테 자신 있게 투자해봐"라며 금품을 요구하는 내용 등이 담겼다. 방송은 이 경찰관이 브로커에게 위장전입을 권유하고 전국에서 접수된 관련 고소 사건을 자신의 관할로 가져온 뒤 수사 중지 결정을 내린 정황도 추적한다.
사건 피해자 가운데 한 명인 차철호 씨는 'PD수첩'이 취재를 위해 연락하기 전까지 해당 경찰관을 신뢰하고 있었다고 밝혔다. 차 씨는 현재까지도 약 6200만원의 빚을 갚고 있다고.
경찰 내부 비위를 조사하려다 오히려 인사상 불이익과 징계를 받았다는 현직 수사관들의 주장도 공개된다.
경찰 내부 비리를 감시하는 청문감사관 일행이 한밤중 편의점에서 음주 소란을 벌여 경찰이 출동하는 일이 발생했다. 이를 인지한 형사와 수사과장은 CCTV와 피해자 진술 등을 확보하며 사실관계 파악에 나섰지만, 사건 인지 이틀 만에 지구대 순찰요원으로 발령됐다.
이후 이들은 수사 절차 위반과 내부 결속 저해 등을 이유로 정직 처분까지 받았다. 당사자들은 이를 내부 비위 조사를 문제 삼은 보복성 인사라고 주장하고 있다. 약 30년간 수사 업무를 해온 이들은 방송을 통해 경찰 내부의 자정 능력과 독립적인 감시 체계의 필요성을 제기한다.
전문가들은 경찰의 자체 감찰에만 의존해서는 확대된 수사 권한을 충분히 견제하기 어렵다고 지적한다. 'PD수첩'은 영국의 독립경찰감시기구(IOPC) 등을 사례로 들며 경찰을 외부에서 독립적으로 감시할 수 있는 통제 장치에 관한 논의도 함께 짚는다.
검찰의 직접 수사 폐지를 골자로 한 형사소송법 개정안 시행을 한 달여 앞두고 경찰의 수사 권한과 이를 견제할 제도를 둘러싼 논란이 이어지는 가운데, 'PD수첩'은 수사기관에 대한 신뢰 회복을 위해 필요한 조건을 짚어본다. 오늘(1일) 오후 10시 20분 방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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