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장기 추세를 웃도는 세입을 미래대응기금에 적립해 성장동력과 청년·지방·교육인재에 투자하는 한편, 세입이 둔화되는 시기의 재정안정화 재원으로 활용하려는 이유도 여기에 있다. 세수가 늘면 지출이 함께 늘고 줄면 다시 재정을 조이는 경기동행적 재정운용의 진폭을 줄이려면, 충분한 완충재원을 미리 마련해 둘 필요가 있다.
이 과정에서 피해갈 수 없는 것이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이다. 내국세에 자동 연동된 교부금 구조를 조정하는 일은 재정의 칸막이를 낮추는 핵심 기제이기 때문이다. 현행 제도는 내국세의 20.79%를 초·중등교육에 자동 배분한다. 교육재원이 절대적으로 부족했던 시기에 안정적인 교육투자를 가능하게 했고, 대한민국이 교육을 통해 성장하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문제는 반세기가 흐르는 동안 제도를 둘러싼 환경이 크게 달라졌다는 데 있다.
학령인구는 2010년 880만명에서 2025년 591만명으로 약 33% 줄었다. 같은 기간 지방교육재정교부금은 32조원에서 70조원으로 118% 증가했다. 학생 수와 재원이 서로 반대 방향으로 움직인 것이다. 더욱이 내국세에 연동된 구조는 세수가 크게 늘면 교육청 재원이 단기간에 급증하고, 세수결손이 발생하면 다시 감소하게 만든다. 교원, 학교시설, 디지털 전환처럼 여러 해에 걸친 계획이 필요한 교육재정이 경기와 세수의 움직임에 따라 출렁이는 것은 바람직한 구조라고 보기 어렵다.
더 중요한 것은 이 과정에서 확보되는 재원이 교육 밖으로 사라지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래대응기금의 교육·인재계정을 통해 영유아교육, 대학과 연구인재, 성인 재교육과 평생학습에 다시 투자된다. 실제로 2022년 기준 학생 1인당 공교육비는 초·중등이 OECD 평균을 크게 웃도는 반면, 고등교육은 평균의 70% 수준에 머문다. 단계별 투자 구조를 점검할 필요가 있음을 보여주는 대목이다. 교육의 중요성을 낮추는 개편이 아니라 교육의 지평을 넓히는 개혁에 가깝다.
우리 학생들의 학업역량은 여전히 높은 수준이다. OECD PISA 2022에서 한국의 만 15세 학생들은 수학·읽기·과학 모두 OECD 평균을 웃돌았다. 그러나 성인역량조사(PIAAC)에서는 16~65세의 문해력·수리력·적응적 문제해결력이 OECD 평균보다 낮게 나타났다. 학교에서 축적한 역량을 성인기 전반에 걸쳐 유지하고 발전시키는 교육체계는 아직 충분하지 않다는 의미다.
AI와 디지털 전환은 한번 배운 지식으로 평생 일하는 시대를 빠르게 바꾸고 있다. 더 오래 일해야 하는 사회에서는 중장년과 고령층에게도 새로운 기술을 익힐 기회가 필요하다. 대학 역시 첨단기술과 기초학문, 직업전환을 뒷받침하는 평생학습의 거점으로 역할을 넓혀야 한다.
그리고 바로 이 점에서 지금이 중요하다. 내국세 연동방식은 그동안 여러 차례 개편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초·중등교육 지원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 때문에 실제 제도개편으로 이어지기 어려웠다. 지금은 추가적인 세입여력이 생기면서 초·중등교육의 안정적인 재정수준을 유지하는 동시에 새로운 교육수요에 대비한 재원도 확보할 수 있는 예외적인 시기다. 재정개혁은 재원이 부족할 때보다 여유가 있을 때 사회적 비용을 낮추면서 추진할 수 있다.
다만 교육·인재계정으로 이전된 재원이 실제 교육목적에 쓰이는지 확인할 수 있는 관리체계가 함께 마련될 때, 개편의 취지도 온전히 실현될 것이다. 과거의 내국세 연동제가 교육입국을 뒷받침한 제도였다면, 이제는 그 성과를 토대로 영유아부터 노년까지 배움의 기회를 넓히는 새로운 틀이 요구된다. 초·중등교육의 안정성을 지키면서도 변화한 인구구조와 국가적 우선순위에 맞게 재원을 배분할 수 있어야 한다. 개혁은 필요할 때보다 가능할 때 해야 한다. 지방교육재정교부금 개편을 추진하는 데 지금보다 좋은 시기를 다시 만나기 어려운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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