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최대 D램 업체 창신메모리(CXMT)의 상반기 매출이 전년 대비 10배 가까이 뛰고 순이익은 16조원 흑자로 돌아섰다. 인공지능(AI) 산업발 메모리 수요 급증과 글로벌 D램 공급 부족·가격 급등이 맞물린 결과다.
지난달 상하이 과창판 상장 이후 시가총액은 815조원까지 불어나 중국 AI주 1위에 올랐고, 모건스탠리는 올해 연매출이 80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내다봤다. 미국 국방부의 '중국 군사기업' 지정에는 소송으로 정면 대응했다. 불과 몇 년 전만 해도 변방의 후발주자였던 중국 메모리 업체가 이제는 자본시장과 국제정치 무대에서까지 존재감을 드러내고 있다.
기술 격차는 아직 뚜렷하다. 골드만삭스와 UBS는 CXMT와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기술 격차를 2~3세대로 평가했고, 웨이퍼 한 장당 생산 효율은 마이크론의 4분의 1 수준에 그친다는 분석도 있다.
그러나 이번 CXMT 실적이 보여주는 진짜 위협은 최첨단 기술 그 자체가 아니라 물량이다. AI발 메모리 수요 폭증과 공급 부족이 맞물린 틈을 타 중국은 범용 D램 시장에서 이미 공격적으로 점유율을 늘리고 있다. 첨단 공정에서 몇 세대 뒤처져 있다는 사실이, 레거시 반도체 시장에서 벌어지는 저가·물량 공세를 막아주지는 못한다.
여기에 더해 중국에서 개발한 AI들이 비용이 화두가 된 기업 시장에서 폭발적인 인기를 끌고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 이같은 위협은 더 크게 느껴진다.
역사는 되풀이된다. 오히려 격차가 크다는 안도감이 위기 인식을 늦추는 역설을 낳을 수 있다. 우리나라 역시 미국, 일본이 반도체 시장을 장악하고 있을 때 시장에 진출하며 역량을 키워갔다. 지금은 메모리 반도체 만큼은 우리 기업들을 앞설 곳이 없다.
하지만 세상에 영원한 초격차는 존재하지 않는다. 추격자는 언제나 뒤처진 영역에서부터 시장을 잠식하며 힘을 키워왔다는 것이 반도체 산업의 오랜 역사다.
이런 상황에서 최근 국내 반도체 업계를 감싸고 있는 성과급 논란과 초과이익 분배 요구는 시기적으로 씁쓸하다. 반도체 호황이 지속되며 성과급 규모와 초과이익공유제 도입 여부를 둘러싼 노사 간 줄다리기가 매년 되풀이되고 있다. 호황기에 그동안의 노력에 보상하는 것은 당연하지만, 지금은 벌어들인 과실을 나누는 데만 골몰할 때가 아니다.
중국이라는 강력한 추격자가 자본시장의 힘까지 등에 업고 턱밑까지 쫓아온 상황에서, 우리 기업들이 안주하며 곳간 문을 여는 사이 격차는 순식간에 좁혀질 수 있다.
결국 답은 하나다. 초격차를 지키는 것 외에는 다른 생존 전략이 없다. 1b를 넘어 1c 공정으로, 최선단 미세공정과 고대역폭메모리(HBM) 같은 고부가가치 영역에서 중국이 넘볼 수 없는 기술 우위를 계속 벌려놓아야 한다. 레거시 영역을 일부 내주더라도 첨단 영역의 격차를 더 벌리는 선택과 집중이 불가피하다.
지금 벌어들인 이익은 나누는 데 쓸 돈이 아니라, 다음 세대 공정과 연구개발에 재투자할 실탄이어야 한다. 성과 배분을 둘러싼 논쟁에 앞서, 기업과 정부, 노동조합 모두가 지금이 얼마나 엄중한 시기인지부터 되새겨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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