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 최고령 군주 하랄 5세 별세…호콘 왕세자 왕위 승계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 사진EPA·연합뉴스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 [사진=EPA·연합뉴스]

유럽 최고령 군주였던 노르웨이 국왕 하랄 5세가 89세를 일기로 별세했다.

AFP통신 등 외신에 따르면 노르웨이 왕실은 28일(현지시간) 성명을 통해 하랄 5세의 서거 소식을 알렸다.

왕실은 성명에서 "하랄 5세 국왕이 오늘 서거했음을 알리게 돼 매우 슬프다"며 "국왕은 오늘 오전 6시35분 오슬로 대학병원에서 평화롭게 영면했다"고 밝혔다. 하랄 5세의 서거로 장남인 호콘 왕세자가 왕위를 물려받게 됐다. 호콘 왕세자의 공식 왕호는 호콘 8세다. 

하랄 5세는 용혈성 빈혈 치료 과정에서 발생한 부작용으로 지난 17일부터 입원해 치료를 받아왔다. 이후 혈액 내 세균 감염까지 겹치면서 지난 주말부터 상태가 급격히 악화됐다. 

국왕의 위독 소식이 전해지자 노르웨이 시민 수백 명은 전날 오후부터 오슬로 왕궁 앞에 모여 꽃을 놓으며 쾌유를 기원했다. 서거 소식이 발표된 뒤에도 왕궁 앞 광장에는 군중이 모여 국왕의 영면을 빌었다.

하랄 5세는 부친 올라브 5세가 1991년 서거한 뒤 왕위에 올라 35년간 노르웨이를 이끌었다. 최근 크고 작은 건강 문제로 공식 일정을 줄여왔지만, 과거 의회에서 '평생 서약'을 했다며 호콘 왕세자에게 왕위를 넘기지 않고 재위해왔다.

노르웨이 국왕은 정치적 실권을 갖지 않지만 하랄 5세는 왕실을 현대화하고 국민에게 친근한 모습을 보여주면서 국가 통합의 상징으로 자리 잡았다. 소탈하고 개방적인 행보로 국민 사이에서도 높은 지지를 받아왔다.

하랄 5세는 제2차 세계대전 당시 나치 독일이 노르웨이를 점령하자 어머니와 두 누나와 함께 미국으로 건너가 수년간 망명 생활을 했다. 종전 뒤 노르웨이로 돌아온 그는 노르웨이 육군사관학교를 거쳐 영국 옥스퍼드대에서 공부했다.

조부인 호콘 7세 역시 나치 점령기에 독일의 요구를 거부하고 노르웨이 정부와 함께 영국으로 망명했다. 당시 그의 선택은 노르웨이 국민들에게 깊은 존경을 받았다.

하랄 5세는 부친 올라브 5세와 마찬가지로 요트 선수로도 활동했다. 여러 차례 노르웨이 국기를 달고 올림픽에 출전했으며, 1987년에는 요트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했다.

결혼 역시 왕실의 관례에서 벗어난 선택이었다. 하랄 5세는 왕실이 유럽 귀족 가문 출신 여성을 신붓감으로 찾도록 압박했지만 이를 9년간 받아들이지 않았다. 결국 고교 시절 연인이었던 사업가의 딸 소냐 하랄센과 결혼하겠다는 뜻을 관철했다.

부왕 올라브 5세는 평민 여성과의 결혼이 왕실의 입지를 약화할 수 있다며 우려했지만, 노르웨이 국민들은 1968년 8월 열린 당시 하랄 왕세자와 소냐 하랄센의 결혼식을 열렬히 환영했다. 소냐 왕비는 약 60년간 하랄 5세와 함께하며 마지막 순간까지 그의 곁을 지켰다.

하랄 5세는 2011년 극우 성향의 아네르스 베링 브레이비크가 폭탄과 총기를 이용해 77명을 살해한 테러가 발생했을 때도 국민들을 위로했다. 그는 민주주의와 노르웨이 사회에 대한 믿음을 강조하며 공포를 극복하자는 취지의 연설을 해 국민들에게 깊은 인상을 남겼다.

2016년에는 성소수자에 대한 평등, 난민 포용, 종교적 관용을 지지하는 연설을 내놓으며 다시 한번 큰 반향을 불러일으켰다고 AP통신은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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