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 기고] 중국의 공급과잉, 실패와 전략 사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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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균 한남대학교 중국경제통상학과 부교수] 
 
중국의 공급과잉은 어제오늘의 문제가 아니다. 2000년대 이후 중국경제가 빠르게 성장하는 과정에서 철강과 시멘트, 석탄, 석유화학 등 전통산업에 대한 공급과잉이 중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문제로 지적되었다. 지난 2013년 중국 국무원이 철강과 시멘트, 판유리, 조선 등을 대표적인 공급과잉 산업으로 지목했을 당시 중국정부는 기업의 맹목적인 투자와 지방정부의 성장 경쟁, 중복건설, 투자 의존 등을 공급과잉을 심화시킨 원인으로 지적하면서 철강과 석탄 등을 중심으로 생산능력을 줄이는 공급측개혁에 나섰다. 하지만 10여 년이 지난 지금 공급과잉 논쟁은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으로 옮겨가고 있다. 과거 중국의 성장을 이끌었던 산업에서 나타난 문제가 이제 중국이 미래 성장동력으로 키워온 산업에서 다시 나타나고 있는 셈이다.

다만, 지금의 공급과잉을 과거 철강이나 석탄의 문제와 똑같이 바라보기에는 설명되지 않는 부분이 있다. 공급과잉이 심각하다고 지적받는 산업과 중국이 세계시장에서 가장 빠르게 경쟁력을 높이고 있는 산업이 공교롭게도 겹치기 때문이다. 국제에너지기구(IEA)에 따르면, 2024년 기준, 세계 배터리 셀 생산능력의 약 85%가 중국에 집중되었고, 2025년에는 세계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의 약 75%를 중국기업이 차지했다. 전기차 역시 전 세계 생산량의 약 75%가 중국에서 만들어졌으며, 수출도 전년보다 두 배 가까이 증가한 250만 대 이상을 기록했다. 너무 많이 만들어 문제라는데 바로 그 산업에서 중국기업의 세계시장 지배력은 오히려 커지고 있다. 그렇다면 중국의 공급과잉을 단순한 산업정책의 실패로만 봐야 하는 것일까?

물론, 많이 만든다고 경쟁력이 생기는 것은 아니다. 중국 전기차와 배터리 산업의 성장은 거대한 내수시장과 중국의 산업정책, 원료에서 부품과 완제품으로 이어지는 공급망, 그리고 오랜 기간 지속된 R&D 투자가 함께 만들어낸 결과다. 여기에 중국 특유의 경쟁구조도 한몫했다. 중앙정부가 전략산업을 제시하면 지방정부는 기업 유치와 투자 확대에 나서고, 기업들도 시장을 먼저 차지하기 위해 생산능력을 늘린다. 투자와 고용을 원하는 지방정부와 시장점유율을 높이려는 기업의 이해가 맞아떨어지면서 실제 수요보다 투자가 앞서가는 경우가 반복된 것이다.

늘어난 생산능력을 시장이 모두 소화하지 못하면 문제가 복잡해진다. 막대한 자금을 들여 생산설비를 갖춘 기업은 수요가 줄었다고 곧바로 생산을 줄이기 어렵다. 생산을 줄이면 고정비 부담이 커지고 시장점유율도 경쟁기업에 내줄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가격을 낮춰서라도 시장을 지키려 하고, 경쟁기업도 다시 가격을 내리게 되면서 판매량이 늘어도 이익은 줄어드는 소모적인 경쟁이 반복된다. 중국에서 자주 등장하는 ‘내권(內卷)’이라는 단어가 이러한 상황을 잘 설명해주고 있다.

최근 중국정부가 ‘반내권(反內卷)’을 강조하기 시작한 것도 이 때문이다. 반내권은 하나의 독립된 경제정책이라기보다 지나친 저가 경쟁과 무질서한 생산능력 확대를 억제하고, 기업 간 출혈경쟁을 줄이겠다는 정책 방향에 가깝다. 올해 2분기 중국 제조업 생산설비 가동률은 73%에 그쳤고, 자동차는 이보다 낮은 70.8%를 기록했다. 물론 가동률만으로 공급과잉을 단정할 수는 없지만 중국정부 스스로 반내권을 강조하고 있다는 사실은 지금의 경쟁방식을 그대로 두기는 어렵다고 판단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향후 반내권이 가격질서 회복에 머물 것인지, 생산능력 조정과 기업 구조조정으로까지 이어질 것인지 지켜볼 필요가 있다.

흥미로운 건 중국 안에서 반내권을 강조하지만 해외에서 제기되는 공급과잉 문제에는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상무부는 지난 7월 ‘공급과잉 문제에 대한 중국 측의 입장(關於所謂「產能過剩」問題的中方立場)’을 발표하면서 미국과 유럽 등이 제기하는 공급과잉 주장을 반박했다. 글로벌 생산능력의 형성은 국제적 산업분업의 결과로 생산능력이나 수출 규모만으로는 공급과잉을 판단해서는 안 된다는 논리다. 얼핏 보면 앞뒤가 맞지 않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중국의 입장에서 생각하면 모순된 것만은 아니다. 중국이 중국 안에서 줄이고 싶은 것은 기업들의 지나친 출혈경쟁이지 어렵게 확보한 산업경쟁력까지는 아닐 것이다. 중복투자와 과도한 가격경쟁을 줄이되 이미 형성된 생산능력과 공급망, 기술, 가격경쟁력은 지켜야 하기 때문에 필자는 중국의 반내권을 이해하는 데 있어 이 부분을 중요하게 보고 있다.

중국정부가 공급과잉을 처음부터 의도했다고 보기 어렵다. 과잉투자와 중복투자, 기업들의 출혈경쟁은 분명 중국경제가 해결해야 할 과제일 것이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이미 만들어진 생산능력과 공급망, 기술, 가격경쟁력까지 실패라고 할 수는 없다. 중요한 건 앞으로 어떻게 정리하느냐이다. 반내권을 통해 과도한 경쟁과 과잉설비는 줄이면서 경쟁력 있는 기업과 산업생태계를 남길 수 있다면 그 결과는 지금과 상당히 달라질 수 있다. 공급과잉 과정에서 나타난 과잉투자와 출혈경쟁은 실패지만 이미 만들어진 생산능력과 공급망, 기술경쟁력을 어떻게 정리하고 활용하느냐는 전략의 문제일 것이다.

그래서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공급과잉 자체보다 그 이후다. 반내권이 단순히 가격경쟁을 억제하는 수준을 넘어 과잉설비와 한계기업을 정리한다면 중국 제조업의 옥석을 가리는 구조조정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모든 기업을 계속 끌고 갈 수도 없고, 그렇다고 어렵게 만들어 놓은 산업생태계를 스스로 무너뜨릴 이유도 없기 때문이다.

한국의 입장에서는 그 시점이 더욱 중요하다고 판단된다. 우리에게 더 불편한 시나리오는 중국의 공급과잉이 계속되는 경우보다 오히려 중국이 공급과잉을 성공적으로 정리하는 경우일 것이다. 과잉설비와 한계기업은 줄어들지만 그 과정에서 생산과 시장이 경쟁력 있는 기업으로 집중된다면 중국 제조업의 경쟁력은 더 강해질 수 있다. 철강과 석유화학에서 이미 중국의 생산능력 확대가 우리기업의 가격과 수익성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경험했다면, 전기차와 배터리, 태양광에서는 가격뿐만 아니라 기술과 공급망을 둘러싼 경쟁까지 함께 봐야 할 것이다.

결국 중국의 공급과잉을 바라보는 우리의 시선도 달라질 필요가 있다. 과잉투자와 출혈경쟁이라는 중국경제의 문제를 지적하는 데 그쳐서는 다음에 벌어질 변화를 놓칠 수 있다. 우리가 더욱 면밀하게 봐야 할 것은 중국의 공급과잉이 얼마나 심각한가가 아니라 그 과잉이 정리된 뒤 누가 살아남는가이다. 어쩌면 우리산업이 더 경계해야 할 순간은 지금의 공급과잉이 아니라 중국의 공급과잉이 정리된 이후일지도 모른다.

필자 주요 이력

△ 중국인민대학 박사 졸업 △제주평화연구원 박사후 연구원 △한중사회과학학회 사무국 사무국장 △중국지역연구 편집위원회 편집국장 △(주)한스글로벌타운 대표이사 △한남대학교 중국경제통상학과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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