존 랫클리프 미 중앙정보국(CIA) 국장이 비밀리에 러시아를 방문했다고 미 CBS, 워싱턴포스트(WP) 등 외신들이 소식통들을 인용해 25일(현지시간) 보도했다. CIA 국장의 방러는 5년 만에 처음으로 우크라이나 전쟁 및 중동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상황에서 방러 배경에 이목이 모아지고 있다.
보도에 따르면 이날 미 공군의 보잉 C-17A 글로브마스터III 수송기가 모스크바 공항에서 목격되고, 현지에서 미국 측의 외교 차량 행렬도 포착된 가운데 랫클리프 국장의 러시아 방문 사실도 뒤늦게 전해졌다. 미국 측은 랫클리프 국장의 방러에 앞서 우크라이나에 미국 고위급 대표단의 러시아 방문 사실을 통보하고 해당 기간 중 모스크바 및 상트페테르스부르크 등에 공습을 자제할 것을 요청했다고 한 우크라이나 고위 관리가 전했다.
랫클리프 국장의 이번 방러 목적은 정확히 알려지지 않았지만, 우크라이나 전쟁이 장기화하고 있는 와중에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북대서양조약기구(NATO·나토) 회원국들을 상대로 각종 도발을 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이 제기된 가운데 이루어진 것이라고 CBS는 짚었다. 앞서 지난 6일 월스트리트저널(WSJ)은 푸틴 대통령이 나토 회원국들을 대상으로 도발을 펼치며 나토의 집단 방위 결집력을 시험할 수 있다는 미 정보당국의 분석이 나왔다고 소식통들을 인용해 보도한 바 있다.
CIA 국장이 러시아를 방문한 것은 지난 2021년 11월 조 바이든 행정부 당시 윌리엄 번스 전 국장 이후 처음이다. 당시 번스 국장은 러시아 방문에서 푸틴 대통령에게 우크라이나를 침공하지 말라는 경고를 전달했지만, 푸틴 대통령은 불과 3개월 후인 2022년 2월에 우크라이나를 침공했다.
이란 전쟁 논의
아울러 올해 이란 전쟁을 두고도 미국과 러시아가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이번 방러가 주목을 받고 있다. 이란은 중동 지역에서 러시아의 최우방으로, 이란은 우크라이나와 전쟁 중인 러시아에 드론을 제공한 반면 러시아는 이란에 중동 내 미군 기지 공습에 필요한 정보를 제공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또한 지난 3월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우크라이나 대통령은 러시아가 미국과 전쟁 중인 이란에 자체 드론을 제공했다고 비판하기도 했다.
새너 전 부국장은 이번 방러가 “이란의 휴전 문제와 관련해 누군가를 협상에 참여시키는 방안에 대한 논의일 수도 있다”며, 랫클리프 국장이 미국의 새로운 대이란 제재 이후에도 러시아가 이란을 지원하고 있는 문제를 언급할 수 있다고 분석했다. 앞서 스콧 베선트 미 재무장관은 전날 이란의 경제적 고립을 목표로 한 새로운 제재를 발표하면서, 이란을 지원하는 국가들까지 제재하는 2차 제재를 실행하겠다고 밝혔다.
모스크바 소재 싱크탱크인 래보래토리 인텔리전스 익스프레스의 루스탐 추랴코프 소장 또한 "러시아와 미국 사이에는 많은 문제들이 쌓여 있다"며 "이번 방문은 우크라이나 문제뿐만 아니라 라틴아메리카, 이란, 중국 등의 문제도 포함되어 있다"고 언급했다.
한편 이날 러시아 국영 리아노보스티 통신은 미국과 이란이 호르무즈 해협에서의 자유로운 항행 내용을 포함한 휴전에 합의했다며, 수일 내 공식 휴전 발표가 있을 것이라고 이란 및 파키스탄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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