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는 이같은 내용을 담아 정유사와 주유소 간 대리점 거래에 적용되는 '석유유통업종 표준대리점계약서'를 개정했다고 26일 밝혔다.
이번 개정은 정유사와 주유소 사이에서 이어져 온 전속거래와 사후정산 관행을 개선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 최근 중동전쟁에 따른 국제유가 급등으로 정유사의 석유제품 공급가격이 오르는 과정에서 이 같은 거래 관행이 주유소의 경영 부담을 키운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그동안 주유업계에서는 특정 정유사로부터 제품 전량을 공급받는 전량구매 계약이 활용돼 왔다. 주유소 입장에서는 다른 정유사의 제품을 선택하기 어려워 가격이나 공급 조건을 비교해 구매할 여지가 제한될 수 있다는 문제가 있었다.
다만 이번 개정으로 혼합구매가 새롭게 허용되는 것은 아니다. 현행 공정거래법에서도 정유사가 주유소에 자사 제품을 100% 구매하도록 강제하는 행위는 금지돼 있다. 기존에 법으로 보장된 혼합구매 원칙을 표준계약서에 구체적으로 담아 실제 거래 관행의 변화를 유도하겠다는 취지다.
정유사가 혼합구매를 이유로 해당 주유소를 불리하게 대우하는 것도 막는다. 제품 공급가격이나 공급물량, 기타 거래조건 등을 부당하게 차별해서는 안 된다는 규정을 계약서에 포함했다.
가격 결정 방식도 달라진다.
기존에는 주유소가 발주 당시 가격으로 제품을 우선 구매한 뒤 한 달 후 월평균 가격 등을 기준으로 최종 공급가격을 정산하는 사후정산 방식이 사용돼 왔다. 주유소가 제품을 구매하는 시점에 실제 매입가격을 정확하게 알기 어려운 구조다.
앞으로는 원칙적으로 주유소가 제품을 발주하는 시점의 공급가격을 최종가격으로 확정해 정산하도록 했다. 유가 변동이 큰 상황에서도 주유소가 매입가격을 즉시 파악할 수 있어 판매가격 결정과 경영계획 수립의 불확실성이 줄어들 것으로 공정위는 보고 있다.
다만 사후정산 방식을 원하는 주유소에는 예외를 뒀다. 주유소가 별도로 요청하는 경우 사후정산을 적용할 수 있지만 정산 기간은 기존 한 달 수준에서 7일 이내로 단축된다.
이번 제도 개선은 지난 4월 한국주유소협회와 SK에너지, HD현대오일뱅크, S-OIL, GS칼텍스 등 정유 4사가 체결한 상생협약의 후속 조치다.
당시 주유업계와 정유사들은 전량구매 계약을 특정 정유사 제품을 60% 이상 구매하는 혼합계약으로 전환하고 구매 비율을 이유로 거래조건을 부당하게 차별하지 않기로 합의했다. 정유사의 일일 판매 기준가격 사전 공시와 사후정산제 폐지 등에도 뜻을 모았다.
공정위는 이 같은 합의 내용을 실제 정유사와 주유소 간 계약에 확산하기 위해 한국주유소협회와 정유 4사의 의견을 수렴해 표준계약서를 손질했다.
공정위는 혼합구매가 확대되면 주유소의 제품 선택권이 넓어지는 동시에 정유사 간 공급가격 경쟁도 촉진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급가격이 발주 시점에 확정되면서 주유소가 소비자 판매가격을 보다 자율적으로 결정하는 데도 도움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공정위 관계자는 "개정 표준대리점계약서 사용을 업계에 적극 권장하는 동시에 향후 대리점거래 실태조사를 통해 석유유통업계의 거래 관행이 실제로 변화하는지도 점검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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