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효정의 메디컬로드] mRNA 치료효과 어디까지?… 암세포 정보로 만드는 '맞춤형 백신'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사진=SK바이오사이언스]

코로나19 백신으로 잘 알려진 메신저리보핵산(mRNA) 기술이 개인맞춤형 암 치료 분야에서 처음으로 임상 3상 주요 평가변수를 충족했다. 환자의 암세포 정보를 분석해 면역체계가 암을 직접 공격하도록 유도하는 방식으로 개인맞춤형 mRNA 암 치료제가 임상 3상에서 긍정적 결과를 낸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모더나와 머크(MSD)가 공동 개발한 개인맞춤형 mRNA 치료제 '인티스메란 오토진'(프로젝트명 mRNA-4157/V940)은 수술로 종양을 제거한 고위험 흑색종 2B~4기 환자 1137명을 대상으로 한 임상 3상(INTerpath-001)에서 머크의 면역항암제 '키트루다'와 병용 투여한 결과 1차 평가변수인 무재발생존과 주요 2차 평가변수인 무원격전이생존을 모두 충족했다. 키트루다 단독 투여군보다 암이 재발하거나 다른 장기로 전이되기까지 걸리는 기간이 유의미하게 늘어났다는 의미다.

앞서 진행된 157명 대상 2상에서도 병용군의 재발 위험비가 0.510, 원격전이 위험비가 0.411로 키트루다 단독군보다 크게 개선된 바 있다. 이번 3상 결과가 알려지자 모더나 주가는 하루 만에 170%대까지 치솟으며 시장의 기대감을 그대로 드러냈다.

시장에서는 '암 백신 시대가 열렸다'는 기대가 나오고 있다. 다만 우리가 흔히 떠올리는 예방접종과는 개념이 다르다. 코로나19 mRNA 백신이 건강한 사람에게 바이러스 감염을 막기 위해 투여하는 예방 목적이라면, 이번 치료제는 이미 수술을 받은 암 환자의 재발과 전이를 억제하기 위한 치료 목적의 백신이다.
 
◆ 내 암세포 정보 분석해 6~9주 만에 맞춤 제작
 
우선 작동 원리에 대해 설명하자면 mRNA는 세포핵 속 유전 정보를 세포 안 단백질 합성 공장인 리보솜에 전달해 세포 스스로 특정 단백질을 만들어내도록 지시하는 매개체다. 개인맞춤형 암 치료제는 우선 환자의 종양 조직과 혈액을 분석해 그 사람의 암세포에서만 나타나는 변이 단백질, 이른바 '신생항원'을 찾아낸다. 이후 최대 34개의 신생항원 정보를 암호화한 mRNA를 환자 한 명 한 명에 맞춰 설계·제조한다. 여기 걸리는 시간은 통상 6~9주 정도다. 이렇게 만들어진 mRNA를 몸에 주입하면 세포가 해당 신생항원 단백질을 만들어내고 면역체계의 T세포가 이를 표적 삼아 암세포를 공격하게 된다.

주목할 만한 점은 mRNA의 약점으로 꼽혀온 특성이 암 치료에서는 오히려 강점으로 작용한다는 사실이다. mRNA는 체내에서 쉽게 분해되고 영하 50~70도의 초저온 보관이 필요할 만큼 불안정한 물질이다. 그런데 이 불안정성 덕분에 mRNA가 정상 세포에는 오래 머무르지 않고 필요한 만큼만 단백질을 만든 뒤 빠르게 사라져 정상 조직 손상을 최소화하는 일종의 안전장치 역할을 한다. 
 
◆ 아직은 흑색종에 한정··· 상업화 관건
 
다만 현재로서는 적용할 수 있는 암과 환자가 제한적이다. 3상에서 효과가 확인된 대상은 수술을 마친 고위험 흑색종 환자로 한정돼 있다. 비소세포폐암, 방광암, 신세포암 등 다른 암종으로는 이제 막 2상·3상 임상이 진행되는 단계다.

신생항원은 환자마다 다를 뿐 아니라 암종에 따라 종양의 면역 환경과 돌연변이 특성도 제각각이다. 흑색종에서 확인된 효과가 다른 고형암에도 그대로 재현될지는 아직 미지수다. 모더나·머크는 2024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신청했던 가속승인이 반려된 바 있으나 이번 3상 성공으로 재신청 근거를 마련해 2027년 시판 승인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의료계에서는 이번 결과가 'mRNA가 암 치료에 실제로 효과가 있는가'라는 질문에 의미 있는 답을 내놨다는 점을 높이 평가한다. 다만 아직은 톱라인 결과인 만큼 전체생존율 등 장기 추적 데이터를 더 지켜봐야 한다는 신중론도 나온다. 상업화 과정에서 넘어야 할 산도 많다. 기존 항암제와 달리 환자마다 치료제 설계 자체가 달라지는 만큼 검체 확보와 분석, 개인별 제조 시간 단축, 품질관리 표준화, 생산능력 확보, 물류·비용 구조 효율화 등을 동시에 해결해야 한다.

전문가들 사이에선 결국 복잡한 개인맞춤형 치료를 의료 현장에서 얼마나 안정적이고 경제적으로 구현해 내느냐가 mRNA 암 치료제의 실질적 성패를 가를 것이라는 전망이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댓글0
0 / 300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