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보증금의 안전성을 높이고 월세 물량을 전세로 전환하기 위해 도입되는 ‘전월세 안심신탁’이 임차인 보호라는 취지에도 불구하고 임대인의 참여를 얼마나 끌어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연 4%대 수익률 등이 제시됐지만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비아파트에서는 기존 월세보다 매력이 크지 않고, 기존 전세주택은 보증금 반환 과정에서 자금 공백까지 생길 수 있다는 지적이다.
24일 내달 말 첫 모집공고를 낼 전월세 안심신탁 사업은 임대인·임차인과 주택도시보증공사(HUG)가 3자 계약을 맺고 임차인이 전세보증금을 HUG에 예치하는 방식이다. HUG는 보증금을 운용해 수익을 임대인에게 지급하고 계약 종료 시 임차인에게 보증금을 직접 반환한다.
정부가 제시한 사례에 따르면 전세금 2억원을 맡기면 임대인은 연 4%대인 월 약 73만원의 수익을 받을 수 있다. 투자 손실이 발생해도 임차인의 전세금과 임대인에게 약정한 수익은 HUG가 보장한다.
관건은 임대인이 기존 월세를 포기하고 안심신탁을 선택할 유인이 충분하냐다. 국토부 사전조사에서도 연 4%대 수익률을 가정했을 때 참여 의향은 20% 수준에 그친 것으로 알려졌다. 특히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비아파트에서는 기존 월세 수익보다 운용수익이 낮을 수 있다.
김덕례 주택산업연구실장은 “보증금을 신탁에 맡기고 4%대 수익을 받는 것이 월세 전환보다 매력적이지 않다면 임대인의 자발적 참여를 기대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기존 전세주택이 안심신탁으로 전환할 때는 또 다른 문제가 생긴다. 새 임차인의 보증금이 HUG에 예치돼 이를 기존 임차인의 보증금 반환에 사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성창엽 대한주택임대인협회장은 “기존 전세 임대인은 신규 세입자의 보증금을 받아 기존 세입자에게 돌려주는 사례가 많은데 안심신탁에 들어가면 신규 보증금을 활용하기 어렵다”며 “현재로서는 기존 월세 임대인이나 임대사업자 중심으로 이용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어 “신규 임차인이 보증금을 신탁에 예치하겠다는 확약이 있다면 이를 상환재원으로 인정해 기존 보증금 반환대출 규제를 완화하는 등 자금이 끊기지 않도록 할 장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정부도 참여를 높이기 위해 임대소득 세 부담을 낮추고 공제를 확대하는 방안과 등록임대사업자의 임대보증금반환보증 가입 의무를 면제하는 방안 등을 검토하고 있다.
다만 수익률이나 세제 혜택을 높이는 것만으로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에서는 안심신탁 계약이 확정된 주택에 한해 신규 임차인의 보증금 납입 확약 등을 전제로 기존 세입자의 보증금 반환을 위한 제한적인 금융지원 방안 등이 거론된다.
전월세전환율이 높은 비아파트에 일정 수준의 가산수익을 제공하는 방안도 보완책으로 꼽힌다. 다만 시장 전환율 수준까지 수익률을 보전하거나 종합부동산세·취득세 등을 광범위하게 감면하면 임차인 보호 정책이 임대인 지원책으로 변질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시장에서는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하면서도 전환 과정에서 생기는 자금 공백을 해소할 장치가 함께 마련돼야 한다고 지적한다.
김 실장은 “임차인의 보증금을 보호한다는 제도 취지는 의미 있지만 한국의 전세시장 구조에서 실제로 작동할 수 있을지는 따져봐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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