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그룹이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 공략에 속도를 높인다. K9 자주포를 앞세워 국산 무기체계 최초 대미 수출에 성공한 데 이어 현지 방산 자회사에 본격적으로 자금을 수혈한다. 이를 통해 사업 기반을 다지는 한편 필리조선소 중심으로 해양 방산까지 빠르게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23일 산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미국 방산 자회사 두 곳에 합산 기준 최대 2억9900만 달러(약 4150억원)를 출자하기로 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 자회사 한화디펜스USA와 투자법인 한화퓨처프루프의 유상증자에 참여하는 방식이다.
한화디펜스USA 유상증자엔 한화에어로가 1억4900만 달러(약 2068억원)를 출자한다. 이후 한화에어로는 보통주 1만4901주를 취득하게 된다. 이번 투자액은 그간 한화에어로가 한화디펜스USA에 출자했던 전체 금액 1597억원을 넘어서는 규모다.
한화퓨처프루프는 1억5000만 달러(약 2082억원) 유상증자를 추진하는데 한화가 전량 참여할 것으로 전해졌다. 한화에어로가 7500만 달러를 출자하고, 한화오션·한화시스템·한화솔루션이 나머지를 분담하는 방안이 유력하다. 이는 한화에어로가 50%, 한화오션·한화시스템이 각각 18.75%, 한화솔루션이 12.5% 비중으로 한화퓨처프루프 지분을 가진 데 따른 것이다.
이처럼 한화가 대규모 자금 투입을 결정한 배경엔 미국 방산시장에 대한 전략이 깔려 있다. 최근 한화디펜스USA는 미 육군과 '기동 전술포(MTC)' 프로그램 시제품 개발을 위한 계약을 체결했다. K9 차륜형 자주포(K9MH) 시제품 6문을 공급하는 게 골자인데, 세계 최대 방산시장인 미국에 국산 무기체계를 수출한 건 이번이 처음이다.
이로써 미국 시장 내 사업 교두보를 확보하게 된 만큼 현지 사업 역량을 끌어올리기 위해 이번 출자를 단행했다는 해석이다. 방산은 한 번의 수주 실적이 무기체계 성능과 신뢰도를 입증하는 핵심 레퍼런스로 작용한다. 추후 가능성이 커진 미국과 동맹·우방국에 대한 추가 수출 기회를 선제 투자로 잡겠다는 의도다.
당장 MTC 계약을 뒷받침하기 위해서라도 더 큰 운전 자본과 투자 재원이 필요하다. 현재 계약 금액은 1억30만2961달러(약 1417억원)인데 향후 양산 단계 사업비는 10조원에 달할 것으로 추산된다. 미 육군은 추가로 12문을 발주할 수 있는 옵션이 포함돼 있다고도 덧붙였다.
더불어 한화는 해양 방산으로도 빠르게 보폭을 넓힐 전망이다. 한화오션과 한화시스템이 함께 2024년 말 인수한 미국 필라델피아 필리조선소가 그 주축이다. 전투함 건조를 위한 라이선스 등으로 핵 추진 잠수함을 비롯해 미 해군의 여러 전투함을 건조하겠다는 전략이다.
한화디펜스USA는 미 해군 함정과 핵추진잠수함 모듈을 만드는 호주 오스탈의 미 사업부 인수도 검토 중이다. 이와 관련해 한화에어로는 "미국 내 사업 기반 확대를 위해 다양한 사업 방안을 모색 중"이라면서도 "현재까지 확정된 바 없다"고 말했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폴란드 이후 K-방산의 해외 수주 소식이 뜸해졌다"며 "이런 상황에서 대규모 투자를 단행하는 건 쉽지 않은 결정이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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