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고령사회 진입으로 고령층을 겨냥한 고면역원성 백신 개발이 속도를 내고 있다. 면역 기능이 저하된 고령층에서는 기존 백신만으로 충분한 예방 효과를 기대하기 어려운 만큼 항원 함량을 높이거나 면역증강제를 더한 백신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20일 미국 질병통제예방센터(CDC)에 따르면 2022~2023년 독감 유행 기간 65세 이상 성인의 입원율은 인구 10만명당 187명으로 모든 연령층 가운데 가장 높았다.
국내도 상황은 다르지 않다. 코딧에 따르면 국내 65세 이상 인플루엔자 접종률은 매년 80%를 웃돌지만 입원 환자의 약 70%, 사망자의 약 80% 이상은 고령층에서 발생한다. 접종률을 높이는 데서 나아가 실제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백신 개발 필요성이 커지는 배경이다.
질병청이 최근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을 국가예방접종사업(NIP) 우선 검토 대상으로 제시한 가운데 국내 기업들도 고령층 특화 백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백신 연구개발을 확대하며 고면역원성 독감 백신(마이크로니들패치) 개발에 나섰다. 마이크로니들패치 독감 백신은 독일 자회사 IDT바이오로지카, 호주 백신 플랫폼 기업 백사스와 공동 개발하며, 현재 기초연구·전임상 단계다. 적은 항원으로 높은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고면역원성 제품을 목표로 짧은 부착 시간과 상온 보관 가능한 열안정성으로 편의성을 높일 예정이다. SK바이오사이언스는 올해 2분기 실적 발표에서 해당 백신을 프리미엄 파이프라인으로 분류했다.
GC녹십자의 고령층 대상 고함량 독감백신은 연내 임상 2/3상 진입 예정이다. 개발 중인 백신은 일반 독감 백신보다 헤마글루티닌 항원 함량을 4배 높였다. GC녹십자 관계자는 "헤마글루티닌 항원 함량을 높여 면역력이 저하된 고령층에서도 더 강하고 지속적인 면역 반응을 유도하는 것이 목표"라며 "독감 예방 효과를 높이고 중증화와 합병증 발생을 줄이는 데 기여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고령층 맞춤형 백신에 대한 수요는 국가 예방접종 정책에도 반영되는 추세다. 코딧은 초고령사회에 진입한 주요 국가들이 고령층의 실제 예방 효과를 높이는 방향으로 정책을 재편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대만은 올해 하반기부터 고면역원성 인플루엔자 백신을 공공 예방접종 체계에 도입하고, 일본도 오는 10월부터 75세 이상을 대상으로 NIP에 고용량 인플루엔자 백신을 포함할 예정이다.
고령층에서는 독감 뿐 아니라 대상포진 백신의 필요성도 커지고 있다. 면역 기능 저하로 발병 위험이 높고 발병 이후에도 신경통 등 합병증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커서다. 아리바이오랩은 자체 면역증강 플랫폼 '리포팜(Lipo-pam)'을 기반으로 대상포진 예방백신을 개발하고 있으며 현재 임상 2상을 진행 중이다.
전은영 아리바이오랩 상무는 "항원 함량을 높이거나 면역증강제를 활용한 방법으로 고령층 백신을 개발하는 추세"라며 "고령층에서는 기존 백신보다 예방 효과를 높일 수 있는 고면역원성 백신이 더욱 중요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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