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넘어 캐나다까지…K-조선, 북미 함정 MRO 거점 확보 경쟁

  • 한화, 오스탈 USA 인수 추진…필리조선소 이어 美 거점 확대

  • HD현대, 50억달러 펀드로 조선소·공급망 투자…현지 기반 강화

  • 삼성重, 美 트레이닝센터 설립 추진…용접·도장 인력 직접 육성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
한화 필리조선소 전경 [사진=한화]

국내 조선사들이 해외 함정 유지·보수·정비(MRO) 사업 확대를 위해 현지 거점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미국과 캐나다 등 주요 우방국이 자국 내 정비 역량을 중시하면서 국내 조선사들도 단순 수주를 넘어 현지 조선소 인수와 전략적 제휴를 확대하는 모습이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한화는 최근 호주 조선·방산업체 오스탈의 미국 사업부 '오스탈 USA' 인수를 위해 10억5000만~12억 달러 규모의 비구속적 조건부 인수 제안을 했다. 이는 한화가 2024년 인수한 필리조선소에 이은 두 번째 미국 조선소 거점 확대다. 인수가 성사되면 미국 내 함정 건조뿐 아니라 MRO까지 수행할 수 있는 현지 기반을 추가로 확보하게 된다.

업계에서는 한화가 미국 내 조선소 확보에 적극적인 이유로 함정 사업 특성상 현지 생산·정비 거점의 중요성을 꼽는다. 함정 MRO는 국내 조선소에서도 수행할 수 있지만 현지 거점을 갖출 경우 정비가 필요한 함정을 장거리 이동시키지 않고 대응할 수 있다. 여기에 조선소와 숙련인력, 기자재 공급망을 함께 확보하면 반복적으로 발생하는 정기 정비와 긴급 수리 물량에 대응할 기반도 넓어진다.

HD현대도 미국 내 함정 사업 확대를 위한 현지 거점 확보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미국 조선소 인수를 포함해 다양한 방안을 열어두고 있으며, 아직 구체적인 인수 성과는 나오지 않은 상태다. 대신 현지 조선소와 기자재 업체, 투자사를 잇달아 파트너로 확보하면서 미국 사업 기반을 넓히고 있다.

대표적으로 미국 사모펀드 서버러스와 50억 달러 규모의 한·미 조선산업 투자펀드를 조성한 사례가 있다. HD현대 관계자는 "미국 내 조선소 인수와 현대화, 기자재·공급망 기업 투자, 자율운항·인공지능(AI) 등 첨단 조선기술 개발이 주요 투자 대상"이라며 "HD현대는 앵커 투자자이자 기술 자문사로 참여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HD현대는 미국 해군·방산업체와의 협력 범위도 넓히고 있다. 올해 4월 국내 기업 최초로 미국 해군연구청(ONR)의 핵심 연구개발(R&D) 과제를 수주했으며, 미국 방산기업 안두릴과는 무인수상정 개발 및 시장 진출을 위한 협력도 진행 중이다. 
 
삼성중공업은 직접적인 조선소 확보보다 현지 인력과 기술 기반을 구축하는 방식으로 미국 시장 진입 기반을 마련하고 있다. 지난 7월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를 계기로 미국 업체들과 조선소 운영과 선박 건조 기술 분야의 협약 및 공동 연구 계약을 체결했다.

미국 MRO 파트너인 비거마린그룹과 미국 북서부 지역에 트레이닝 센터도 설립할 계획이다. 트레이닝센터는 선박 건조와 수리에 필수적인 용접과 도장 인력 확보를 위한 시설이다. 특히 삼성중공업이 보유한 용접·도장 시설, 교육 프로그램 등 첨단 기술과 노하우가 적극 활용될 예정이란 점에서 미국 내 삼성중공업의 입지가 더욱 두터워질 전망이다.

이 같은 기업들의 행보는 북미 함정 MRO 시장 공략을 위한 포석으로 해석된다. 특히 캐나다는 국방·보안 규정상 외국 기업의 직접 진출이 제한될 가능성이 높은 만큼 현지 조선사와의 협력이나 제조 라이선싱 방식이 유력한 진출 전략으로 거론된다.

이신형 서울대 조선해양공학과장은 "함정 MRO는 정비가 필요한 함정을 신속하게 지원할 수 있는 현지 대응 능력이 핵심 경쟁력"이라며 "국내 조선사들이 미국 현지 조선소를 확보하거나 협력망을 구축하는 것도 결국 북미 시장에서 지속적인 사업 기반을 마련하기 위한 전략"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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