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일 업계에 따르면 정부는 전날 2026년 ESS 중앙계약시장을 개설하고 육지 1100MW·제주 80MW 등 총 1180MW 규모의 사업자 선정에 착수했다. 육지 물량은 2029년 2월까지 구축할 예정이다. 입찰은 오는 11월 11일까지 진행되며 같은 달 낙찰자가 결정된다. 이번 물량은 중앙계약시장 도입 이후 최대다. 정부가 2023년부터 올해 상반기까지 세 차례 중앙계약시장을 통해 선정한 물량은 총 1196MW다.
시장 규모가 단숨에 커지면서 K-배터리 3사에도 국내 ESS 시장 점유율을 확대할 기회가 열렸다. 특히 앞선 중앙계약시장에서는 입찰 때마다 업체별 희비가 갈리기도 했다. 1·2차 누적 기준으로는 삼성SDI가 약 56%, SK온이 25%, LG에너지솔루션이 19%를 차지하고 있다.
다만 역대 최대 물량이 곧바로 수익성 확대를 의미하는 것은 아니다. 이번 육지 입찰의 최종 평가는 가격과 비가격이 50점씩 반영된다. 가격 평가는 최저 입찰가를 기준으로 가격이 높아질수록 점수가 낮아지는 방식이다. 여기에 낙찰자가 제시한 계약가격은 15년의 거래기간 동안 고정되는 만큼 초기 가격 경쟁이 장기 수익성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대규모 물량을 확보하려는 기업 간 가격 경쟁이 벌어질 경우 배터리 공급사에 원가 부담이 전가될 가능성이 있는 구조다.
기술능력 평가도 업체들에는 부담이다. 이번 입찰에서는 15년의 계약기간 종료 시점에도 최초 설계용량의 90% 이상을 보증해야 보증수명 항목에서 7점 만점을 받을 수 있다. 일각에서는 장기간 90% 수준의 잔존용량을 확보하려면 초기 배터리 설치 용량을 늘리거나 냉각 시스템과 배터리관리시스템(BMS) 등 사양을 높여야 돼 과도한 요구로 보는 시각도 있다.
산업·경제 기여도가 주요 평가 항목에 포함되면서 이번 대규모 발주의 효과가 국내 소재·부품업계로 확산될지도 주목된다. 배터리 3사가 최근 ESS용 LFP 생산 확대와 함께 국내 소재업체와의 협력을 확대하고 있는 만큼 셀 수요 증가가 양극재 등 소재업계의 신규 수요로 이어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시장에서는 국내 생산과 산업 기여도, 보증수명 등이 주요 변수로 작용할 것"이라며 "물량을 많이 확보한다고 수익성이 크게 좋아지는 구조는 아니지만 상징성이 큰 시장인 만큼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3차 시장은 물량 자체가 워낙 커 업계에서도 중요하게 보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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