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이 최근 석 달여 동안 30% 가까이 늘었지만 전세 매물은 2년 전보다 20% 이상 줄어든 것으로 나타났다. 전체 임대차 매물은 회복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전세가 줄고 월세 비중이 높아지는 흐름이 뚜렷하다. 여기에 비거주 주택의 세 부담을 높이고 실거주와 매각을 유도하는 세제개편이 시행되면 월세화가 한층 빨라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5일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에 따르면 지난 4일 기준 서울 아파트 전월세 매물은 3만8356건으로 집계됐다. 지난 4월 21일 2만9754건과 비교하면 28.9% 늘었다.
그러나 매물 구성은 달라졌다. 전세 매물은 2만803건으로 전체의 54.2%, 월세 매물은 1만7553건으로 45.8%를 차지했다. 2024년 같은 시점 전세 매물 2만6599건과 비교하면 2년 새 21.8% 감소했다. 지난해에도 전세 매물은 2만2865건에 그쳐 감소세가 이어졌다.
반면 월세 매물은 2024년 1만4547건에서 올해 1만7553건으로 20.7% 늘었다. 전체 전월세 매물에서 월세 비중도 같은 기간 35.4%에서 45.8%로 10.4%포인트 높아졌다. 최근 전월세 매물이 늘었더라도 전세 공급이 회복됐다고 보기 어려운 이유다.
전세 공급 부족 속에 가격 상승세도 이어지고 있다. KB부동산에 따르면 7월 서울 아파트 전세가격은 전월보다 1.34% 올랐다. 6월 1.43%보다 상승 폭은 소폭 줄었지만 수요가 많은 지역을 중심으로 오름세가 계속됐다. 서울 아파트 전세수급지수도 126.2로 매매수급지수 112.6을 웃돌았다. 지수가 100보다 높을수록 전세 수요가 공급보다 많다는 뜻이다.
현재의 전세 매물 감소를 최근 세제개편의 결과로 볼 수는 없다. 입주물량 감소와 갭투자 위축, 전세사기 이후 임대시장의 구조 변화, 임대인의 월세 선호가 누적된 결과에 가깝다. 다만 정부의 2026년 세제개편안이 실거주 혜택을 늘리고 비거주·임대 목적 주택의 부담을 높이는 방향으로 설계되면서 향후 집주인의 선택에 영향을 줄 가능성이 제기된다.
개편안은 실거주 1주택자의 종합부동산세 기본공제를 현행 12억원에서 14억원으로 확대하는 반면 보유 주택에 거주하지 않는 1주택자의 공제액은 9억원으로 낮춘다. 다주택자는 기본공제 9억원 가운데 4억원만 일괄 공제받고, 나머지 5억원은 전체 주택 가액에서 실제 거주 주택이 차지하는 비율만큼 적용받는다. 보유 주택에 한 채도 거주하지 않으면 기본공제액은 4억원으로 줄어든다.
3주택 이상 보유자와 조정대상지역 주택 보유자의 공정시장가액비율도 현행 60%에서 2027년 70%, 2028년 80%로 단계적으로 높아진다. 1가구 1주택자는 제외된다. 양도소득세 장기보유특별공제는 거주기간 중심의 장기거주소득공제로 개편되고 공제액에도 2028년 20억원, 2029년부터 10억원의 한도가 도입된다.
정부는 실거주 혜택을 강화하고 다주택자에게 양도세 중과 완화 기간을 부여하면 임대 목적 주택이 매매시장에 나올 것으로 기대한다. 그러나 집주인의 선택이 반드시 매각으로만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비거주 상태로 보유할 때 세 부담이 커지면 주택을 팔거나 직접 입주하고, 보유를 이어가면 높아진 비용을 임대료에 반영할 수 있다.
집주인이 직접 입주하면 해당 주택은 전세시장에서 빠진다. 다만 기존 거주 주택을 다시 임대시장에 내놓는지에 따라 전체 전세 공급에 미치는 영향은 달라진다. 보유세처럼 매년 현금으로 납부해야 하는 부담이 늘어나면 임대인이 현금흐름을 확보하기 위해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할 가능성도 커진다. 남혁우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원은 “계약 만기 이후 신규 계약분부터 월세를 받으려는 임대인이 늘어날 수 있다”고 진단했다.
매각이 늘더라도 임대차시장에 반드시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것은 아니다. 임대주택을 무주택 실수요자가 매입하면 해당 주택은 임대차시장에서 빠질 수 있다. 대출 규제로 세입자의 매수 전환이 제한되면 임대 수요는 남은 채 공급만 줄어드는 상황도 발생할 수 있다.
박훈 서울시립대 세무학과 교수는 이와 관련해 “시장은 세제뿐 아니라 공급과 금리, 대출 규제, 경기 상황이 함께 맞물려 움직인다”고 설명했다. 세제상 매각 유인을 높이더라도 세입자가 매수자로 전환할 금융 여건과 대체 임대주택 공급이 함께 마련되지 않으면 전월세시장 불안이 이어질 수 있다는 의미다.
등록임대주택 관련 혜택 축소도 변수다. 정부는 조정대상지역의 장·단기 등록 매입임대 아파트에 적용되는 양도세 중과배제와 장기보유특별공제 우대를 단계적으로 폐지할 계획이다. 2027년 말까지 현행 혜택을 유지한 뒤 2028년 축소하고 2029년부터 없애는 방식이다.
적용 대상이 조정대상지역의 일부 등록 매입임대 아파트로 제한되는 만큼 전체 임대시장에 미치는 영향을 과장해서는 안 된다. 다만 비거주 주택 과세 강화와 등록임대 혜택 축소가 맞물리면 민간 임대인의 장기 보유 유인을 낮추고, 늘어난 비용을 월세로 회수하려는 유인을 키울 수 있다는 지적이다.
결국 기존 임대주택의 매각을 유도하는 동시에 늘어나는 임대 수요를 흡수할 민간·공공 임대주택 공급 경로를 마련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신규 공급이 충분하지 않으면 매매 매물은 늘더라도 전월세시장의 수급 불균형은 오히려 커질 수 있기 때문이다.
서진형 광운대 부동산법무학과 교수는 “누군가 주택을 분양받아 임대를 놓을 수 있어야 전월세 공급이 이뤄진다”며 “임대주택을 공급할 수요와 사업성을 살리지 않은 채 공급 확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말했다.
정부의 세제개편안에는 월세 세액공제 대상 금액의 한도를 연간 1000만원에서 1200만원으로 높이고, 청년에게는 2027년부터 3년간 총급여 수준과 관계없이 17%의 공제율을 적용하는 방안도 담겼다. 월 100만원씩 월세를 내는 총급여 5000만원의 청년은 공제액이 170만원에서 204만원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월세 세액공제는 이미 지출한 임대료 일부를 사후에 돌려주는 제도다. 전세 매물 감소나 월세 전환 자체를 막는 공급 대책으로 보기는 어렵다. 공제 대상도 무주택 근로자와 성실사업자 등에 한정돼 소득이나 계약 조건에 따라 혜택을 받지 못하는 임차인이 생길 수 있다.
이창무 한양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전월세시장 불안에 대한 근본적인 대책이 거의 제시되지 않았다는 점이 가장 큰 아쉬움”이라며 “민간 임대인의 비용과 수익성이 악화하면 임대주택 공급이 감소하거나 늘어난 부담이 임대료를 통해 세입자에게 옮겨갈 수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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