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연합(EU)의 세계 첫 포괄적 규제 법안인 'EU 인공지능법(AI Act)'이 본격 발효되면서 국내 가전 업계가 유럽 현지 라인업의 법률 준수(컴플라이언스) 점검에 일제히 착수했다. 범용 AI(GPAI) 관련 규제로 삼성전자와 LG전자는 유럽 수출용 '온디바이스 AI' 제품의 마케팅을 재정비하는 등 현지 대응을 강화하고 있다.
2일 외신과 업계 등에 따르면 EU AI법의 '투명성 의무' 조항이 이날부터 일괄 적용됐다. EU 시장 내 AI 챗봇 서비스와 생성·합성 콘텐츠에 명확한 AI 고지 문구 및 디지털 워터마크를 부착하는 것이 핵심이다. 회원국별 관할당국 지정 등 거버넌스 체계가 동시 가동되는 가운데 법 위반 시 최대 글로벌 연 매출의 7%에 달하는 과징금이 부과될 수 있다.
삼성전자와 LG전자의 유럽 수출형 AI 스마트 가전은 세탁기, 냉장고, 식기세척기 등으로, 4단계 위험 분류(수용 불가·고위험·제한 위험·최소 위험) 중 '최소 위험' 범주로 분류됐다. 사용 패턴 학습, 에너지 최적화, 고장 예측 등 가전 본연의 기능에 탑재된 온디바이스 AI 알고리즘은 안전 필수 부품으로 간주되지 않아 직접적인 법적 제출 의무나 막대한 컴플라이언스 비용 부담에서는 벗어났다.
관건은 AI 가전의 핵심 스펙으로 떠오른 'AI 에이전트'와 '챗봇' 서비스다. 삼성전자의 '빅스비'나 LG전자의 '씽큐 온'처럼 음성·문자로 실시간 상호작용하는 서비스나 AI 기반 영상·이미지 보정 기능은 '제한 위험' 범주에 해당한다. 이 경우 AI법 제50조에 따라 사용자가 AI와 대화 중임을 첫 단계에서 직관적으로 인식할 수 있도록 고지 문구나 식별 표지를 제공해야 한다.
국내 가전 업계는 유럽 시장용 스마트 TV, AI 허브, 모바일 앱의 화면과 문구를 빠르게 가다듬고 있다. 삼성전자는 '빅스비' 진입 화면에 "AI 에이전트와 대화 중"이라는 안내 문구를 명확히 띄우도록 개편했다. 생성형 AI로 화질·음질을 최적화하거나 이미지를 보정한 경우 화면 일부에 전용 식별 아이콘(워터마크)을 상시 표기하는 방식이다.
LG전자도 '씽큐 온'과 'LG 씽큐' 앱의 인터페이스를 즉시 정비했다. 음성·문자 대화 첫 단계에 "AI가 답변 생성 중"이라는 시각·음성 팝업을 적용하고 자동 생성된 리포트나 안내 메시지 상단에는 'AI 생성 콘텐츠' 표식을 의무화해 투명성을 높였다.
AI 홈 플랫폼에서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등의 범용 AI 모델을 연동할 때의 대비책도 강화했다. 파트너사 AI를 가져와 제공하더라도 기업이 '배포자'로서 기술 문서 작성과 저작권 정책 준수 책임을 함께 지기 때문이다. AI 홈 허브가 헬스케어 데이터 연동이나 감정·얼굴 인식 기반 서비스로 확장되면 고위험 규제 범주에 들 수 있는 만큼, 중장기 제품 로드맵 단계부터 법적 리스크를 선제적으로 제거하겠다는 구상이다.
이번 규제가 당장 수출에 직접적인 악영향을 줄 가능성은 낮다. 다만 유럽이 글로벌 표준을 좌우하는 만큼 업계는 대비 태세를 강화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국내 기업 최초로 EU의 '스마트 가전 에너지 행동강령(CoC)'에 서명했고, LG전자 역시 유럽가전협회(APPLiA)와 공조해 에코디자인·에너지 라벨링 등 환경·기술 규제 전반에 대응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EU AI법은 소비자가 직접 접하는 UI 상의 '알림 의무'에 방점이 찍혔다"며 "초기 시장 선점을 위한 AI 고지 체계 구축이 중요하고, 향후에도 관련 리스크가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AI 윤리와 투명성 검증 기준을 높여가겠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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