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상반기 서울과 부산을 찾은 외국인 관광객이 역대 최고치를 기록했다. 서울은 외국인 관광객이 지난해보다 21.3% 늘어난 823만 명을 기록했고, 부산 역시 43.9% 증가한 242만 명에 달했다.
관광객 수만 늘어난 것이 아니다. 소비 규모는 그보다 훨씬 빠르게 증가했다. 상반기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이 서울에서 결제한 카드 금액은 5조6172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6.8% 급증했고, 부산의 관광소비도 지난해 상반기보다 63% 증가한 5914억원에 이르렀다. 관광객 증가율보다 소비 증가율이 훨씬 높다는 것은 한국 관광이 쇼핑과 의료, 미식, 문화 체험을 중심으로 한 고부가가치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환율 효과로 외국인 입장에서는 한국에서의 쇼핑이 상대적으로 저렴해졌다. 그러나 이번 성과를 환율만으로 설명하기에는 부족하다. 최근 몇 년간 세계적으로 확산된 K-팝과 K-드라마, K-푸드, K-뷰티가 한국을 직접 경험하고 싶은 욕구를 키운 것이 보다 근본적인 원인이다. 해외에서 한국 드라마를 본 뒤 촬영지를 찾고, SNS에서 본 맛집을 방문하며, 화장품과 의료 서비스를 체험하기 위해 한국을 찾는 관광객이 크게 늘고 있다. 문화 콘텐츠가 관광과 소비를 견인하는 선순환 구조가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서울의 관광 소비는 쇼핑과 의료·웰니스 분야가 전체의 70% 이상을 차지했다. 부산도 BTS 공연 기간 외국인 유동인구가 평소보다 3배 이상 늘었고 공연장 주변 카드 매출은 두 배 이상 증가했다. K콘텐츠가 하나의 관광 상품을 넘어 지역경제를 움직이는 성장동력이 되고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는 사례다.
더욱 주목해야 할 것은 관광객들의 이동 경로가 변화하고 있다는 점이다. 서울에서는 명동과 동대문 중심이던 관광 동선이 홍대와 성수 등 로컬 문화 공간으로 확대되고 있다. 부산 역시 해운대에 집중됐던 소비가 부산진구와 기장군 등으로 분산되는 모습이다. 외국인 관광객들은 이제 유명 관광지만 둘러보는 것이 아니라 한국인의 일상과 지역 문화를 직접 체험하는 여행을 선호한다. 이는 관광 정책의 방향도 달라져야 함을 의미한다.
무엇보다 역대 최대 외국인 관광객 방문의 온기를 대도시뿐 아니라 지방 도시로 이어지도록 해야 한다. 지방에는 세계적인 자연경관과 역사문화유산, 전통시장, 미식, 축제 등 경쟁력 있는 관광 자원이 적지 않지만 이를 하나의 콘텐츠로 연결하는 전략은 부족하다. 지역마다 비슷한 축제를 반복하거나 시설만 늘리는 방식으로는 외국인의 발길을 끌기 어렵다.
이제는 K콘텐츠와 지방 관광을 결합하는 국가 차원의 전략이 필요하다. K-드라마 촬영지와 지역 축제를 연계하고, 지역 음식과 전통문화를 체험형 관광상품으로 개발해야 한다. K-뷰티와 의료관광, K-푸드와 지역 미식 여행, K-팝 공연과 지역 문화축제를 하나의 패키지로 묶는 방식도 적극 검토할 만하다. 외국인이 서울에서 머무는 데 그치지 않고 강릉과 전주, 경주, 여수, 안동, 제주 등 전국 곳곳을 여행하도록 만드는 것이 관광산업의 새로운 성장 전략이 돼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교통과 숙박, 다국어 안내, 디지털 예약 시스템 등 관광 인프라 확충도 병행돼야 한다. 지방공항과 국제노선 확대, 지역 간 광역교통망 개선, 외국인 친화적인 결제·예약 환경 구축도 중요하다. 콘텐츠만 좋다고 관광객이 자연스럽게 지방으로 이동하는 것은 아니다. 접근성과 편의성이 함께 뒷받침돼야 체류 기간과 소비가 늘어난다.
관광산업은 제조업처럼 공장을 짓지 않아도 일자리와 소비를 창출하는 대표적인 내수 산업이다. 외국인 관광객 한 명이 늘어나면 숙박과 음식, 쇼핑, 교통, 문화, 의료 등 다양한 산업이 함께 성장한다. 특히 인구 감소와 내수 부진으로 어려움을 겪는 지방에는 관광만큼 효과적인 지역경제 활성화 수단도 드물다. 외국인 관광객이 서울만 찾는 나라가 아니라 대한민국 곳곳에서 머물고 소비하며 지역의 매력을 경험하는 나라를 만드는 것, 그것이 관광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과 지역경제를 함께 살리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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