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재 한국 축구는 월드컵 참사 후폭풍에 시달리고 있다. 이번 월드컵에서 최종 34위라는 역대 최하위 성적을 남긴 가운데 지난달 29일 홍명보 감독이 성적 부진의 책임을 지고 자진 사퇴했다. 월드컵 부진으로 FIFA 랭킹도 추락했다. 지난 21일 FIFA가 발표한 세계 랭킹에서 한국은 32위까지 떨어졌다. 2021년 12월 이후 약 4년 7개월 만에 30위권 밖으로 밀려났다. 행정 혼란도 극심하다. 오는 30일에는 대한축구협회의 운영 실태와 감독 선임 과정을 규명하기 위한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 청문회가 열릴 예정이다.
이처럼 한국 축구계를 향한 실망감이 큰 시점에 오는 9월 열리는 2026 아이치·나고야 아시안게임 무대에 오르는 이민성호의 어깨는 무겁다. 2014년 인천 대회를 시작으로 2018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 2022년 항저우 대회까지 3회 연속 아시안게임 정상에 오른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4연패를 정조준한다. 금메달을 획득할 경우 월드컵 참사로 무거워진 한국 축구의 분위기를 조금이나마 전환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이민성호는 지난 23일 대회 조 추첨에서 사우디아라비아, 카타르와 D조에 편성됐다. 이번 남자 축구는 총 15개국이 참가해 4개 조로 나뉘어 조별리그를 치른다. A~C조는 4개 팀이 경쟁하지만 한국이 속한 D조는 유일하게 3개 팀으로 구성됐다. 각 조 1, 2위가 8강에 진출해 단판 승부로 우승을 다툰다.
3개 팀이 묶인 D조에 배정된 것은 단기전 토너먼트에서 큰 호재다. 경쟁국들보다 조별리그에서 한 경기를 덜 치르게 되면서 8강 이후를 대비한 체력 안배가 수월해졌다.
하지만 상대의 면면을 보면 방심할 수 없다. 포트 배정 당시 가장 껄끄러운 상대로 꼽히던 우즈베키스탄과 이란은 피했으나 만만치 않은 중동의 복병인 사우디와 카타르를 연달아 상대해야 한다.
최근 전적도 안 좋다. 한국은 사우디와 지난해 두 차례 치른 연령별 대표팀 평가전에서 각각 0대 4, 0대 2로 완패했다. 카타르 역시 막대한 투자를 바탕으로 연령별 대표팀부터 탄탄한 조직력을 구축하고 있다. 역대 U-23 상대 전적에서도 한국이 1승 5무 2패로 열세다.
이 감독은 단기전에서 최고의 성과를 내기 위해 최정예 명단을 꾸렸다. 앞서 발표된 23인 최종 명단에는 양민혁(토트넘 홋스퍼), 배준호(스토크 시티), 김지수(브렌트퍼드)를 비롯해 박승수(뉴캐슬 유나이티드), 이현주(아로카), 김명준(헹크), 이영준(그라스호퍼) 등 유럽 무대를 누비는 선수 9명이 대거 승선했다. 프로축구 K리그 무대에서 활약 중인 강상윤(전북 현대), 이승원(강원FC), 최우진(전북) 등 14명도 이름을 올렸다.
연령 제한(23세 이하)을 받지 않는 와일드카드 3장도 적재적소에 활용했다. 북중미 월드컵 무대를 경험했던 양현준(셀틱)과 엄지성(스완지 시티), 이기혁(강원)이 합류해 대표팀의 공수 밸런스를 잡는 기둥 역할을 맡는다.
조 추첨 직후 이 감독은 "사우디와 카타르 모두 아시아 무대에서 충분한 경쟁력을 증명한 팀들"이라면서도 "대회에서 원하는 성과를 내려면 결국 어떤 상대든 이겨야 한다. 좋은 경기력과 결과를 가져올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해 준비하겠다"고 강조했다.
이민성호는 오는 9월 초 소집되어 조직력을 다듬는다. 이후 일본으로 건너가 9월 15일 카타르와 조별리그 1차전을 치르고 22일 사우디와 2차전 맞대결을 펼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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