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에는 '잘 만들고 싶은데 돈이 없네'란 말이 나올 정도죠."
23일 서울 상암동 한국문화정보원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부 '글로벌 AI 문화강국 전략' 영상·방송 분야 간담회에서는 "AI 영상업계가 올해 들어 비용 장벽에 부딪혔다"는 목소리가 잇따랐다.
이날 간담회에는 최휘영 문화체육관광부 장관을 비롯해 AI 콘텐츠 제작사와 영화·영상 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해, AI 영상 산업이 직면한 어려움과 정책 지원 방안을 논의했다.
참석자들은 토큰비, 전기료 등 AI 영상 제작비의 급증으로 인해 부담이 커졌다고 호소했다.
양윤호 한국영화인협회 이사장은 "15분짜리 고품질 영상을 만들기 위해서는 작년까지만 해도 많아야 300만원이 들었으나, 지금은 1500만원 가까이 든다"고 상황을 전했다. 이어 "토큰을 많이 쓸 수록 결과물이 더 잘나오는 형태로 바뀌고 있다"며 "(영상 제작 툴) 가입비 등에 따른 계급화 현상까지 나타날 것으로 예측된다"고 덧붙였다.
AI 콘텐츠 제작사들의 상황 역시 비슷하다. 권한슬 스튜디오 프리윌루전 대표는 "AI가 기존 방식보다 저렴하고 효율성이 높다는 인식이 있었지만, 최근 들어서는 기존 방식보다 영상 수준이 올라가되 기존 방식만큼 비싸지고 있다"며 "AI 크레딧으로만 한달에 2억원, 연간 20~30억원이 든다"고 말했다. 이어 "AI 덕분에 창작의 빈부격차가 줄어들 것이란 기대가 있었지만, 이제는 빈부격차가 생겨버렸다"고 토로했다.
관련 기업들은 오픈소스 등을 활용한 자체 파이프라인을 구축하기 위해 연구 개발에만 20~30억원을 투자하는 등 자구책 찾기에 골머리를 앓고 있다. 그러나 소규모 기업들은 이러한 자구책 마련도 쉽지 않은 게 사실이다.
더구나 AI 영상의 경우 글로벌 OTT에 납품하기 위해서는 기존 문턱을 넘어야 한다.
현해리 무암 대표는 "AI를 활용해 만든 콘텐츠를 글로벌 OTT에 납품하려고 하면 기존 실사 영상 기준으로 만들어진 품질검사(QC)를 통과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는 "수백 개의 컷을 만들어도 규격에 맞지 않아 계속 탈락하고 있다"며 AI 콘텐츠 특성을 반영한 새로운 품질 기준이 마련돼야 한다고 요청했다.
국내 AI 생태계의 구조적인 한계도 지적됐다. 제갈승 덱스터스튜디오 본부장은 "현재 사용하는 생성형 AI 툴 대부분이 미국이나 중국 서비스"라며 국내 기업들이 매년 막대한 비용을 해외 기업에 지불하는 구조를 지적했다.
홍성호 로커스 대표 역시 "토큰 비용은 모두 달러로 결제해야 하고 해외 경쟁사들은 세금 환급이나 현금 리베이트까지 받는다"며 "우리 기업들의 경쟁력이 상대적으로 불리한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이외에도 AI 허브 구축, 토큰비 및 전기료 지원, 프로젝트 기반 인건비 지원 등을 요청하는 목소리들이 이어졌다.
AI 학습 데이터와 저작권 문제를 두고는 이견차가 뚜렷했다. 참석자 일부는 국내에 축적된 막대한 영상 콘텐츠에 대한 AI 학습이 금지돼, AI 영상으로 한국인을 구현하는 길이 막혀 있다고 지적했다. 반면, 또 다른 참석자들은 실태조사를 통해 무단으로 영상을 AI 학습에 사용하는 상황을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최휘영 장관은 "정부가 AI 파운데이션 모델, 소버린 AI 등을 추진하는 가운데 AI 영화·영상 분야에서 국가적으로 어떤 프로젝트가 필요한가에 대해서 적극적으로 제안할 수 있도록 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어 "인프라나 허브 구축 등은 개별 기업이 감당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며 "국가 차원의 프로젝트를 추진할 수 있도록 중지를 모아야 한다"고 당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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