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의 올해 상반기 성적표는 K-콘텐츠의 위상을 다시 한번 확인시켰다. '참교육'과 '김부장', '멋진 신세계' 등 한국 작품들이 글로벌 시청 순위를 이끌며 넷플릭스의 시청시간 증가와 실적 개선에 힘을 보탰다.
넷플릭스가 최근 공개한 '2026년 상반기 시청 현황 보고서'에 따르면 상반기 전 세계 시청시간은 970억 시간을 기록했다. 비영어권 콘텐츠가 전체 시청의 3분의 1 이상을 차지했으며, 한국 콘텐츠는 그 중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참교육'은 공개 한 달 만에 상반기 글로벌 종합 6위에 올랐고, '김부장'은 비영어권 TV 부문 3주 연속 1위를 기록하며 국내 방송사와 글로벌 OTT의 동시 흥행 가능성을 입증했다.
이제 K-콘텐츠는 단순히 해외에서 인기 있는 콘텐츠를 넘어 글로벌 플랫폼의 성패를 좌우하는 핵심 자산으로 입지를 다지고 있다.
흥미로운 점은 넷플릭스의 흥행 공식마저 바뀌고 있다는 사실이다. 과거에는 '오징어 게임', '기묘한 이야기'처럼 검증된 시리즈의 후속 시즌이 플랫폼 성장을 이끌었다면, 올해 상반기에는 신작들이 흥행을 주도했다.
'참교육'과 ‘이 사랑 통역 되나요?’ 등 새로운 작품들이 글로벌 시청자를 끌어들이며 K-콘텐츠의 창의성과 기획력이 다시 한번 경쟁력으로 떠올랐다.
하지만 여기서 한 걸음 더 나아가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K-콘텐츠의 경쟁력이 입증된 지금, 앞으로의 승부는 '좋은 콘텐츠를 만드는 것'뿐 아니라 '콘텐츠를 얼마나 오래, 얼마나 다양한 방식으로 수익화할 수 있느냐'에 달렸다는 지적이다.
그런 의미에서 주목해야 할 대목은 콘텐츠의 소유 구조다. 상반기 한국 콘텐츠 시청의 대부분은 넷플릭스 오리지널이 아니라 국내 방송사와 제작사가 지식재산권(IP)을 보유한 라이선스 작품이었다.
이는 글로벌 OTT가 한국 콘텐츠를 흡수하는 구조가 아니라, 한국 제작사가 IP를 보유한 채 세계 시장으로 유통하는 새로운 생태계가 형성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콘텐츠 산업의 경제적 효과도 커지고 있다. 한국콘텐츠진흥원에 따르면 콘텐츠 수출 1억달러는 국내 생산 5억7000만달러를 유발하고, 3300명 이상 고용을 창출한다.
콘텐츠 수출은 이제 이차전지와 가전 등을 잇는 우리나라 12대 수출 품목으로 성장했다. 방송·영상산업 수출도 최근 8년 동안 약 3배 늘며 K-콘텐츠의 산업적 위상을 뒷받침하고 있다.
이제 한국 콘텐츠 산업이 고민해야 할 과제는 명확하다. 제작 편수를 늘리는 경쟁보다 하나의 콘텐츠를 다양한 수익으로 연결하는 전략이 중요해진 것이다. 글로벌 OTT 공급은 물론 시즌제 제작, 스핀오프, 해외 리메이크, 포맷 판매, 웹툰·게임 등 2차 저작물 사업까지 이어지는 IP 확장 전략이 필수가 되고 있다.
CJ ENM이 글로벌 스튜디오 피프스시즌을 통해 해외 제작 역량을 확보하고, 한국 창작자들이 해외 프로젝트에 참여하는 사례가 늘어나는 것도 같은 흐름이다.
광고시장 침체와 방송시장 축소가 이어지는 상황에서 글로벌 OTT는 더 이상 국내 방송산업의 경쟁자가 아니다. 오히려 국내 제작사가 세계 시장으로 나아가는 가장 현실적인 유통망이자 추가 수익을 창출하는 파트너에 가깝다.
K-콘텐츠의 영향력이 커진 지금 필요한 것은, 더 많은 히트작을 만들어내는 것에서 그치지 않고 IP를 중심으로 제작과 유통, 2차 사업까지 연결하는 지속 가능한 산업 구조를 구축하는 일이다.
'잘 만든 드라마'를 넘어 '오래 돈을 버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K-콘텐츠 시대 한국 방송산업의 새로운 성장 출구가 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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